LG 트윈스 임찬규가 역투를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기고 있는 경기에서 선발투수가 5회 고전할 때가 가장 고민된다. 맡기느냐, 빼느냐. 웬만하면 맡긴다. 그런데 오늘같은 경기에서 그런 상황이 생기면 고민이 많이 될 것 같다"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류중일 감독이 20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BO 리그 KT 위즈와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하는 임찬규를 두고 남긴 말이다.
임찬규는 이날 경기 전까지 9승9패를 기록해 11승을 올렸던 2018년에 이어 2년 만에 처음이자 개인 통산 두 번째로 10승 시즌을 눈앞에 뒀다. 규정이닝까지는 6⅔이닝 만을 남겼다.
정규리그 막판에 또 한번 등판할 가능성이 높아 10승과 규정이닝을 달성할 여지는 충분히 있지만 앞날은 알 수 없는 법이다.
근소하게 이기고 있는 5회에 선발승 여부가 걸린 투수의 교체 여부를 결정하는 게 가장 어렵다는 류중일 감독은 "어느 것이 정답인지는 모르겠다. 나는 그래도 선발을 믿고 맡기는 편이다. 그래도 오늘 경기는 고민이 많이 될 것 같다. 남은 경기 중 가장 중요한 경기"라고 말했다.
'2위 결정전'에 가까운 경기였다. 2위 LG는 이날 경기 전까지 3위 KT에 0.5경기 차로 근소하게 앞섰다. 선발을 조기 교체하는 '퀵 후크'를 비롯한 포스트시즌급 마운드 운영이 나와도 무방한 시즌 막판 최대 분수령이었다.
임찬규는 안정된 호투로 류중일 감독의 고민을 해결해줬다.
임찬규는 팀이 4대0으로 앞선 5회말 연속 안타를 맞아 1사 1,3루 위기에 몰렸다. LG 벤치는 움직이지 않았다. 점수차가 비교적 넉넉했고 임찬규의 투구수는 많지 않았다.
9번타자 심우준과의 승부가 중요했다. 심우준를 출루시키고 상위타순으로 넘어간다면 LG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임찬규는 심우준을 풀카운트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그 순간 1루주자 강민국이 2루로 뛰었다. 2루수 정주현은 홈을 향해 뛰는 배정대를 보고 공을 뿌렸고 주자를 잡아내면서 순식간에 아웃카운트 2개로 이닝을 끝냈다.
임찬규는 비디오 판독 결과를 보고 두손을 들며 환호했다.
임찬규는 5⅔이닝동안 7안타 2볼넷을 내줬지만 KT의 득점을 2점으로 최소화하며 7대6 팀 승리를 견인했다.
9월6일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7경기 만에 승수를 추가한 임찬규는 시즌 10승을 달성했다. LG는 임찬규의 활약을 앞세워 2위를 굳게 지켰다.
이날 경기가 없었던 키움 히어로즈와 승차는 1경기로 벌어졌다. 2위 경쟁팀 중 잔여경기가 가장 많은 KT와 롯데를 6대1로 꺾은 두산 베어스에게는 1.5경기 차로 앞섰다.
LG는 경기 초반 기싸움에서 KT를 압도했다.
이형종이 1회초 적시타를 때려 선제점을 뽑았다. LG는 3회초 오지환의 적시 2루타와 상대 폭투를 묶어 2점을 추가했다. 임찬규와 마찬가지로 시즌 10승에 도전했던 KT 선발 매제성은 3⅓이닝 3실점(2자책)을 기록하며 조기 강판됐다.
이형종은 5회초 KT 불펜 전유수를 상대로 솔로홈런을 쏘아올려 스코어를 4대0으로 만들었다.
5회를 넘겨 승리투수 요건을 채운 임찬규는 6회말 황재균에게 2루타를, 강백호에게 적시타를 맞고 첫 실점을 기록했다. 2사 후 장성우를 볼넷으로 내보내자 LG는 투수를 정우영으로 바꿨다. 고민없이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정우영이 볼넷과 몸 맞은 공을 연거푸 내주고 밀어내기 실점을 하며 흔들렸지만 계속된 만루에서 문상철을 내야 땅볼로 처리하고 불을 껐다.
고비를 넘긴 LG는 8회초 집중타를 몰아쳐 3점을 추가했다.
KT의 집중력이 떨어진 사이 뽑아낸 추가 점수는 결과적으로 LG를 살렸다.
LG는 5점차로 앞선 상황에서 확실한 마무리를 위해 고우석을 투입했지만 KT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유한준이 9회말 2사 1,2루에서 2타점 적시타를 때려 추격에 나섰다.
이어 이홍구가 벼락같은 스윙으로 좌월 투런홈런을 때려 점수차를 1점으로 좁혔다.
KT가 9회말 4점을 폭발한 가운데 LG는 끝까지 고우석을 믿었다. 고우석은 배정대를 삼진으로 처리하고 힘겹게 팀 승리를 지켰다.
KT로서는 타격 주요 부문에서 1위를 달리는 간판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가 하필 2위 경쟁팀과의 승부에서 고열 몸상 증세로 인해 결장한 것이 뼈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