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8일 청와대 경호원들에게 이른바 '몸수색'을 당한 사건 뒤 정부·여당에 대한 야권의 반발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강조한 '뉴딜 예산'이나 공수처(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 출범과 관련해서도 당분간 여야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시정연설 전 대통령과의 사전 간담회에 참석하고자 국회의장실을 찾았다 대통령 경호처 소속 현장 요원들의 제지를 받았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28일 의장실을 찾아 면담을 끝낸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를 마중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요원들이 금속 스캐너를 몸에 붙이고 그의 스마트폰에 손을 대자 주 원내대표는 "야당 원내대표 신체를 이렇게 수색한 전례가 있느냐"며 거세게 항의한 뒤 본회의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아침 일찍부터 라임-옵티머스 펀드 정·관계 로비 의혹 특검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던 야당은 이 사건 이후 비판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경호처에서 "요원이 융통성을 발휘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유감을 표명했지만 야당에서는 "전두환 대통령 때도 이렇게는 안 했다(정진석 의원)"라는 등의 지적이 잇따르는 모습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장에서 주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앞두고 사전환담에 참석하려다 의장실 앞에서 몸수색을 요구 받은 것에 대해 청와대 경호처 관계자가 사과를 위해 찾아오자 항의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웅변했던 '한국판 뉴딜'과 이를 뒷받침 할 555조 8천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 권력기관 개혁법, 공수처(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 출범 모두 야당 협조가 절실하지만 첫 단추부터 어긋난 셈이다.
공정경제 3법, 노동법, 택배법(생활물류법), 이해충돌 방지법 등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정기국회 처리를 계획하고 있는 민생 입법과제가 자칫 '협치'보다 '대치'만 강조될 조짐도 엿보인다.
시정연설 중 야당 의원들이 고성과 야유를, 여당 의원들이 25차례 환호와 한때 기립박수까지 보냈던 엇갈린 장면이 향후 갈등 국면에서 지난하게 되풀이될 우려도 제기된다.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국민의힘 측 국회 예결위 간사인 추경호 의원은 이날 정부 예산안을 두고 "정권 임기 내에 재정을 원 없이 쓰겠다는 무책임한 빚잔치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차기 정부와 미래 세대에 전가하는 전형적인 떠넘기기, 먹튀"라며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정의당도 대통령이 밝힌 '한국형 뉴딜'이 서민의 경제적 고충이나 사회안전망 대신 대기업 위주 사업이라며 "일방적인 독주는 개혁의 명분을 후퇴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민주당은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것들을 제대로 짚어주셨다(이낙연 대표)"라는 등 호평 일색이다.
조만간 예산 정국과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그 이후 대선 국면까지 숨 가쁜 일정을 고려하면 여야 힘겨루기 양상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