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사진=연합뉴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최근 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강팀이다. 지난 5시즌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세 차례 우승을 달성했다.
올해는 정규리그를 3위로 마쳤지만 풍부한 경험을 자랑하는 야수진과 강력한 원투펀치를 갖춰 포스트시즌의 다크호스로 통한다.
이번 시즌 두산이 더욱 강력한 이유는 그들에게 특별한 동기부여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동안 두산을 리그 최강팀으로 이끌었던 수많은 주축 선수들이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 권리를 얻는다.
야수 중에서는 오재일, 김재호, 최주환, 허경민, 정수빈 등이 대표적이고 투수 중에서는 유희관, 이용찬, 이현승 등이 있다.
함께 왕조를 구축했던 멤버들 다수가 시즌이 끝나면 서로 이별을 하게 될 수 있다.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꺼번에 FA가 쏟아지면 구단 입장에서는 그들을 모두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올 시즌 초반 모기업 두산중공업의 경영난으로 인해 야구단 매각설이 돌기도 했다.
코로나19가 모든 구단의 경영에 악영향을 끼친 가운데 특히 두산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몇년동안 양의지, 민병헌 등 주요 FA들을 잡지 못했던 두산에게 다가오는 스토브리그는 유독 더 춥게 느껴진다.
두산 선수들도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다.
김재호는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KBO 리그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두산의 주축 선수들이 함께 뛰는 마지막 시즌이 될 수도 있다는 주위 이야기를 의식하는지 묻는 질문에 "의식한다. 많이 의식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재호는 "선수들 모두 같은 마음이다. 앞으로 야구 인생에서 이렇게 좋은 멤버로 야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또 있을까, 이제는 그런 고민이 생기는 시기"라며 "좋은 추억을 오래 갖고 가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규리그에서 다소 부진했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2경기 연속 결정적인 적시타를 때려낸 베테랑 오재원 역시 김재호의 표현 그대로 같은 마음이다.
오재원은 지난 1차전을 마치고 "우리끼리 농담으로 이 멤버가 같이 뛰는 게 마지막일 수 있다고 말한다"며 "각자 마무리를 잘하고 싶은 것 같다. 좋은 추억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같은 마음은 두산 선수단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했다.
두산은 이날 2차전에서 접전 끝에 LG를 9대7로 누르고 준플레이오프 시리즈를 승리로 장식했다.
4회초 대거 7득점을 올리면서 8대0으로 앞서갔지만 LG에게 홈런 4방을 얻어맞는 등 한때 1점차로 쫓겼다. 하지만 결국 상대의 추격을 막아냈다.
다함께 산전수전을 다 겪은 두산의 주축 선수들은 최소 한번의 가을야구 시리즈를 더 치를 기회를 잡았다. 다음 무대는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다. 창단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나서는 팀이다. 경험이 많고 동기부여가 확실한 두산은 자신감이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