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오재원 (사진=연합뉴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김태형 감독은 키움 히어로즈와 맞붙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2차전이 끝나고 "오늘은 오재원이 키(key)였다"는 말을 했다.
경기 막판 대수비로 출전한 오재원은 팀이 2점차로 뒤져 패색이 짙던 9회말 결정적인 2루타를 날려 역전의 희망을 키웠다. 결국 경기는 박건우의 끝내기 안타가 나오면서 두산의 승리로 끝났다.
두산은 4경기 만에 한국시리즈를 끝냈다. 오재원의 활약은 마지막 4차전에서도 빛났다. 연장 10회초에서 선두타자 2루타로 출루해 결승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오재원은 지난해 정규리그에서 1할대 타율로 부진했지만 가을 무대에서는 전혀 다른 선수처럼 보였다.
올해도 그렇다.
정규리그 85경기에서 타율 0.232에 머물렀던 오재원은 몸 상태가 아직 100%에 못 미치는 최주환을 대신해 KBO 리그 준플레이오프 주전 2루수를 맡았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오재원의 타격보다는 수비에 큰 기대를 걸었다. "단기전에서는 수비 하나에 투수들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며 베테랑 2루수에게 힘을 실어줬다.
오재원의 가을 DNA는 남달랐다. 두산이 LG 트윈스에 2대0으로 앞선 4회말 귀중한 적시 2루타를 때렸고 6회말에는 쐐기 1타점 적시타를 날려 두산의 4대0 승리에 견인했다.
김태형 감독은 오재원을 극찬했다.
그는 "시즌 내내 최주환이 주전으로 뛰니까 가끔씩 출전해 타격감을 잡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지금껏 해온 게 있으니까 집중력을 더 발휘했고 고참으로서 어떻게든 해보려는 의지를 보였다. 공격까지 그렇게 해줄 줄 몰랐다"고 말했다.
오재원의 활약은 계속 됐다.
오재원은 5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2차전 2회초 2사 2루에서 LG 선발 타일러 윌슨을 상대로 좌중간 2루타를 때려 선제점을 뽑았다.
두산이 7득점을 폭발한 4회초 공격에서도 1타점을 뽑아내며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두산은 LG의 막판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9대7로 이겼다. 2연승으로 잠실 라이벌전을 끝냈다.
이날 5타수 2안타 2타점을 포함해 시리즈 전체 8타수 4안타 4타점으로 활약한 오재원은 준플레이오프 MVP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오재원은 차분했다. 준플레이오프 승리와 시리즈 MVP 선정에 크게 기뻐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과연 가을야구의 베테랑다웠다.
오재원은 "아직 해야 할 게 많다. 제 경험상 우승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기뻐하거나 슬퍼하지 않는다. 몇년동안 해봤기 때문에 다 알고있다. 확정되거나 떨어지거나 하는 순간이 아니면 일희일비 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힘"이라고 말했다.
오재원은 정규리그 막판 최주환의 부상을 계기로 주전 2루수로 연이어 선발 출전한 게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8대0에서 8대7까지 쫓긴 상황에 대해서는 "예상하고 있었다. 이대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촉이 왔다. 팬들께서 보시기에는 재밌는 경기였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재밌었겠나. 죽을 것 같았다"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오재원은 오는 9일부터 고척돔에서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2위 KT 위즈에 대해 "짜임새가 좋아졌다. 분명 더 강해졌으니까 올라가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며 "KT가 긴장을 더 많이 하면 좋겠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