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고경민 기자)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음란물을 제작해 올리고 유료 구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해외 플랫폼 `온리팬스'(Onlyfans)가 국내에 점차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별도의 성인 인증 절차가 없고 미성년자가 직접 음란물을 판매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자는 16일 소문으로 들었던 온리팬스에 회원 가입을 시도해봤다. 성명과 이메일,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접속이 가능했다.
로그인을 마치자 화면 한쪽에 수영복 차림의 여성 사진이 여러 장 올라왔다. 이 중 하나를 클릭하자 신체 일부가 클로즈업된 사진과 함께 '1개월 20달러, 3개월 48달러에 구독하면 전체 게시물을 볼 수 있다'는 안내가 떴다.
구독하려면 카드를 등록하라고 했고, 등록된 카드로 결제하면 바로 음란물을 시청할 수 있었다.
문제는 가입 과정에서 성인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명을 적지 않아도 가입이 이뤄졌고, 본인 카드를 등록할 필요도 없었다.
유일한 성인 확인 절차는 '당신이 18세 이상이고 거주지의 성년자인지 확인하려면 여기를 선택하십시오'라는 버튼을 누르는 것뿐이었다.
이 플랫폼은 2016년 영국에서 만들어졌고, 서구권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며 올해 5월 기준 2천400만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수익을 낸 콘텐츠 판매자도 45만명에 달한다.
한국어 서비스는 올해 초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영상판매 계정을 개설했다'는 홍보 글이 잇따라 올라오며 국내에서 입소문이 퍼졌다.
최근에는 미성년자도 다수 접속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플랫폼 관련 글이 여럿 게시됐다. 미성년자가 음란물 시청은 물론 판매도 가능하다는 방증이다.
온리팬스는 콘텐츠 판매자에게 회원 가입 절차 외에 성인 인증을 받도록 하고는 있다. 신분증 사진과 신분증을 들고 찍은 '셀카'를 올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신분증 위조나 사진 합성 등으로 미성년자가 맘먹고 신분을 속인다면 이를 가려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실제로 영국 BBC방송 다큐멘터리에서 16살 때부터 가짜 신분증을 사용해 온리팬스에서 음란물을 판매한 스코틀랜드 소녀 사례가 소개된 바 있다. 이 소녀는 신분을 속인 사실이 발각돼 강제 탈퇴됐지만 다른 신분을 꾸며 재가입한 뒤 음란물 판매를 이어갔다.
온리팬스가 한국에서도 국제 기준에 맞춰 '만 18세 이상'을 대상으로 콘텐츠 판매자 신청을 받는 점도 문제다. 만 18세는 한국에서는 대개 고등학교 3학년이기 때문이다.
이런 판매자가 자신의 신체를 찍어 올리면 현행법상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음란물) 유포에 해당할 수 있다. 게다가 온리팬스는 해외에 본사를 두고 있어 국내법상 관련 규제조치를 직접 받지도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에 따라 다른 해외 사이트처럼 디지털성범죄 정보접속 차단 조치를 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온리팬스가 아동·청소년 성 착취 범죄의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매매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신박진영 정책팀장은 "'팬'으로서 판매자에게 접근한 뒤 더 많은 대가를 제시하는 등 그루밍(길들이기) 과정을 거쳐 성매매와 성폭력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음란물만 올리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 이상 누군가 여성이나 청소년을 부추겨 강제로 영상을 올리게 할 수 있다"며 "적절한 법적 조치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