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성기 기자)
올해 초 830만원대였던 비트코인이 19일 2000만원을 돌파하더니 다음 날인 20일에도 2000만원대를 유지했다. 비트코인 국내 시세가 2000만원대에 올라선 건 2년 10개월 만이다. 2년 전 과 다를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한편 여전히 변동성이 큰 투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빗썸에서 비트코인 시세는 오후 5시 35분 기준 2020만 9000원을 찍은 뒤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전일보다 21만 9000원(1.08%) 상승했다. 국내 4대 거래소(빗썸 업비트 코빗 코인원)에서는 올 들어서도 하루 평균 208만 건, 7609억원어치 가상화폐 거래가 이뤄졌다.
가상자산 정보포털 쟁글이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인애널리시스와 공동 발간한 '한국 가상자산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1일부터 10월 27일까지 국내 4대 거래소 내 암호화폐 거래대금은 총 102조 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에서 영업 중인 70여개 중소 암호화폐 거래소의 거래대금까지 합치면 그 수치는 더욱 커진다.
(자료=가상자산 정보포털 쟁글이 낸 '한국 가상자산 시장보고서' 발췌)
비트코인 가격 급등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지만 '풍부한 유동성'과 '달러 약세'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한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 각국 중앙은행이 경쟁적으로 시중에 돈을 풀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을 확정하면서 달러 약세 흐름은 더욱 강해졌다. 채권 같은 안전자산에서 주식 같은 위험자산으로 글로벌 투자자금이 움직이는 배경이다.
신한금융투자는 19일 보고서에서 "채권에서 이탈한 자금이 주식과 비트코인으로 쏠렸다"며 "비트코인의 11월 수익률(지난 17일까지 누적)은 3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 주식 양도소득세를 인상할 것이란 우려가 (암호화폐 시장에) 자금 유입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씨티은행이 지난주 기관 투자자들에게 낸 '비트코인, 21세기 금'이란 보고서에서는 "통화 팽창과 달러 약세로 비트코인이 새로운 금으로 떠올랐다"고 평가했다.
디지털자산 시장에 발을 담그는 기업과 기관이 늘어나는 점도 비트코인에게는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페이팔은 새해부터 비트코인,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등을 지원하는 결제 서비스를 시작한다. 미국 JP모간, 싱가포르 DBS 등도 디지털자산 관련 신사업에 뛰어들었다. 중국 인민은행은 세계 중앙은행 최초로 디지털 화폐(CBDC) 발행을 예고했다.
쟁글이 낸 보고서에서도 코스피 시총 50위권의 16% 이상이 가상자산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총 1위 삼성전자, 6위 네이버, 10위 카카오, 19위 신한금융지주, 20위 SK, 22위 LG전자, 45위 KT 등이 해당된다.
반면 변동성이 너무 큰 투기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여전히 거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비트코인이 위험회피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면서도 "자금이 계속 들어올지는 불확실하다"고 선을 그었다. '헤지펀드 대부'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최고경영자(CEO)도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너무 커서 부의 저장 수단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금융당국은 가상화폐에 대해 보수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가상화폐 관련 사업을 정식 금융업으로 인정하거나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코인 광풍 당시 스타트업 사이에서 유행했던 가상화폐공개(ICO)도 여전히 금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