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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기]용서하고 참는 아내…'불륜' 편드는 '막장'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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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보기]용서하고 참는 아내…'불륜' 편드는 '막장' 예능

    부부 예능 인기 얻자 남편 외도→아내 용서 서사 흔하게 등장
    시청률+화제성에 미디어 적극 노출…가부장적 고정관념 위험성
    "잘되면 유사 프로그램 양산…욕하면서 보는 '막장' 예능 탄생"

    (사진=방송 캡처)

     

    남편 불륜을 용서하는 아내의 고백. 요즘 예능 프로그램에서 흔해진 '서사'다. 부부 예능 프로그램 인기가 고공행진하면서 어느덧 일반 프로그램에서도 이 같은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배우 강부자는 18일 KBS2 예능 프로그램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에 출연해 53년 동안 함께 생활한 남편인 배우 이묵원과의 부부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이 방송에서 강부자는 "만약 우리가 헤어졌다고 하면 사람들은 '이묵원이 많이 참았겠지' '강부자가 좀 극성스럽냐' '그 부인과 사느라 애썼겠지'라고 말할 거다. 하지만 사실은 내가 많이 참고 살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강부자에 따르면 이묵원은 재떨이를 던지는 등 폭력을 행사했고, 심지어 외도를 하기도 했다.

    강부자는 "신혼 때도 화가 좀 났다 싶으면 뭐가 날아왔다. 장롱에 재떨이를 던지기도 했다. 그렇게 무서운 사람이다. 잘못한 것도 없었다. 그냥 말다툼을 했던 것"이라며 "남편이 결혼 후 바람도 피웠지만 내가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 첫째가 태어난 후 (남편이) 나가서 사흘씩 안 들어와도 난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외도 상대인 여자가 내게 와서 인사해도 난 아무렇지 않아 했다"고 그간 겪었던 일들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이혼하지 않은 것은 강부자가 가진 신념 때문이었다.

    강부자는 "억울해서라도 이혼 못 한다. 내가 엄청나게 참았다"면서 "어려서부터 '이혼은 절대 안 한다'는 신념을 세웠다. 그걸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다. 또 아들딸이 있으니까 나가서 허튼짓만 안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버텨냈다"고 밝혔다.

    이미 외도와 도박으로 빈축을 산 개그맨 김학래는 10일에도 SBS플러스 예능 프로그램 '밥은 먹고 다니냐-강호동의 밥심'에 아내 임미숙과 출연해 또 다시 굴곡진 과거 이야기를 되짚었다.

    이날 방송에서 임미숙은 공황장애를 앓게 된 이유에 대해 "나를 너무 사랑해서 결혼했다고 생각했는데 남편이 아이디어 회의한다고 집에도 안 들어오고 2박 3일 만에 집에 들어왔다"며 "결혼한 지 1년 정도 지나니까 가슴이 뛰기 시작하고 불안해졌다. 일주일 만에 10㎏이 빠지더라. 그때는 공황장애란 말도 없었다. 맛이 갔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았다. 그렇게 10년을 남편한테 얘기도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학래가 큰 사고는 아니더라도 잔사고를 많이 쳤다. 사업 실패를 했고 보증도 섰고, 예쁜 언니들이 많이 드나든다는 말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실제 김학래가 포커에 빠져 가정에 소홀한 시절도 있었다.

    임미숙은 JTBC 부부 예능프로그램 '1호가 될 순 없어' 이후 김학래에게 쏟아진 비난을 언급하며 "어디가서 웃기려고 하면 과장된 부분이 생긴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포커 게임을 한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김학래는 "아이디어 회의를 하다가 후배가 포커를 하자고 해서 하게 됐는데 거기에 빠졌다. 이튿날 녹화가 없으면 계속 이어지니까 이걸로 속을 썩였다"면서 "나는 열심히 일하고 노는 게 뭐가 잘못인가 했었다. 가족의 의미를 내가 너무 늦게 알았다"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말미에는 두 사람이 서로 스킨십과 함께 이상적인 부부 모습을 보여주면서 마무리됐다.

    연예인이나 일반인 가릴 것 없이 부부로 살아가다보면 그 나름의 어려운 사정이 생기기 마련이다. 아프거나 힘든 사연이 하나도 없는 가정은 없을 것이다. 배우자 외도 끝에 이혼을 하는 가정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가정도 있다.

    그러나 과연 미디어에서 이 같은 소재를 적극적으로 노출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두고는 '갑론을박'이 뜨겁다. 연예인 개인이 선택해 공개한 에피소드이니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많은 반면, 이 같은 전시가 빈번할수록 남편의 외도나 불륜를 가볍게 여기는 정서가 만연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아내라면 가정을 지키기 위해 이런 기망 행위를 인내해야 한다는 가부장적 고정관념을 재생산할 위험 역시 상당하다. 미디어가 그만큼 사회 인식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20일 CBS노컷뉴스에 "결국 이런 미디어 콘텐츠는 남편의 외도는 있을 수 있는 일이며 아내는 가족의 평화를 위해 참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며 "가정에서 남편의 외도가 당연시되는 인식이 생기거나 반대로 여성은 이를 용서하는 게 미덕이라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짙다"고 지적했다.

    방송사는 이 같은 영향력을 고려해 연예인 불륜 서사의 과도한 노출을 자제할 필요가 있지만, 높은 화제성과 시청률 때문에 포기 못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이런 에피소드가 공개된 후에는 해당 프로그램이나 출연 연예인 이름이 하루종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 있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한 프로그램이 그런 코드로 잘되면 장사가 되는 것 같으니 이를 또 발굴해서 쓰는 양산형 프로그램들이 나오기 시작한다"면서 "더 이상 배우자의 기망 행위로 인한 이혼이 부끄러운 시대가 아니고, 순응적 여성상이 트렌드가 아닌데도 마치 '막장' 드라마처럼 욕하면서 보는 '막장' 예능을 제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보기'는 CBS노컷뉴스 문화·연예 기자들이 이슈에 한 걸음 더 다가가 현상 너머 본질을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발빠른 미리 보기만큼이나, 놓치고 지나친 것들을 돌아보는 일은 우리 시대의 간절한 요청입니다. '다시, 보기'에 담긴 쉼표의 가치를 잊지 않겠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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