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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돈 낭비'에 대해 국민이 직접 원고가 돼 민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소송제도에 대해 법제처가 "소송이 남용될 수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법제처 "원고자격 무제한 소송 남용 우려…재검토해야"
(사진=법제처 페이스북 캡처)
23일 법제처 등에 따르면, 법제처는 지난 11일 '납세자소송에 관한 특별법'에 대한 검토의견을 주무부처인 법무부에 통보했다.
의견서에서 법제처는 "발의된 법안을 보면, 특별한 제한 없이 (모든) 국민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민중소송화'하고 있다"며 "이는 납세자 소송 활성화를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소권의 남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자체 주민소송제에서 채택하는 감사청구 전치주의 제도 등 규정을 둬 원고의 자격을 보완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도 짚었다. 또 제소기간을 5년으로 지정한 것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긴 측면이 있다"며 "법 안정성과 남소(소송 남용) 방지 측면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제처가 의견을 낸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에 의해 지난 7월 7일 대표 발의됐다. 법제처 관계자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실질적으로 법 시행을 담당하는 소관부처(법무부)가 알아야 할 내용이나 예상되는 파장 등을 분석해 통보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소송제 도입, 지난 20년간 관료 반발로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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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자소송제도는 국민소송제의 하나로, 국가기관이 위법한 재정 행위 등을 할 경우 납세자인 국민이 장관 등 중앙정부를 상대로 손배소송을 제기해 보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국민에게 단순 납세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세금 집행자로서의 자격을 부여하자는 취지다.
세금을 낭비한 공무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국민소송제는 그동안 관료들의 반발로 지난 20여년간 번번이 도입이 무산됐다.
도입 논의는 지난 2000년 경기 하남시민 266명이 하남시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처음 불거졌다. 시민들은 1999년 하남국제환경박람회로 세금 186억원이 낭비됐다며 시장에게 책임을 물었다. 소송은 각하됐지만 이를 계기로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가 '납세자소송 특별법'을 입법청원했다.
참여정부도 인수위를 거쳐 지난 2003년 국민소송제 도입을 국정과제로 다뤘지만, 공직사회 반발로 무산됐었다. 이후 범위를 축소해 지자체(장)를 상대로 소송하는 '주민소송제'가 도입됐다.
이상민 의원은 지난 17대 국회 이후 네 번이나 납세자소송 특별법을 발의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이번 발의는 다섯 번째 시도다.
결국, 이런 논의가 계속되는 건 국민 혈세가 줄줄 새고 있다는 시각이 여전해서다. 헌법에도 국민소송제 도입 근거가 명시 돼 있다. 헌법 제29조를 보면 공무원의 불법 행위로 손해를 입은 국민은 국가나 공공단체에 정당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나온다. 현행법상 기업 최고경영자(CEO)나 지자체장은 잘못된 경영상 판단에 대해 손배소송을 당하지만, 중앙부처 장관만은 예외다.
이 의원은 "재정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납세자인 국민에게 능동적인 권리를 부여하고 국민에 의한 감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