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신고.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특별히 긴급한 구제를 요하지 않는 상황에서 112 문자 신고자의 동의 없는 경찰의 위치추적은 헌법 상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24일 경찰청장에게 전국 112상황실 근무자들에 대해 사례전파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 위치추적의 필요성을 판단하고 관리할 세부적인 매뉴얼을 마련해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앞서 진정인 A씨는 지난 2018년 6월 21일 오전 집 밖에 담배 냄새가 나 112에 신고했는데, 당일 오후 경찰로부터 자신의 위치를 추적한다는 휴대전화 문자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112 문자 신고를 했을 뿐인데, 경찰서에서 위치 추적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진정을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경찰은 당일 해당신고 접수 이후 'OO동 노상방뇨하는데 1명이라도 잡아주세요. 10년 동안 순찰 강화만 하지 말고'라는 내용의 문자신고를 추가로 받고 현장에 출동했으나 2차례 위치 추적에도 연락이 닿지 않아 사건을 종결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같은 날 연이어 '협박고소한 사건 관련 범인 좀 잡아달라', '화분도난 당한 것, 지금이라도 (범인을) 잡아달라' 등의 112 문자신고도 넣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경찰은 A씨의 신고들을 최대한 빠른 대응이 요구되는 '긴급'성(Code 0~1)이 아닌 '비긴급' 또는 '비출동'(Code 2~4)으로 분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112 신고를 중요도 및 긴급성에 따라 Code 0~4 중 하나로 구분해 코드별로 대응을 달리하고 있다.
이러한 정황을 종합해 인권위는 A씨의 신고가 위치추적을 할 만큼 긴급한 성격의 사안이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인권위는 "진정인의 신고내용은 단순 불편한 부분에 대한 민원사항 또는 기존 신고내용의 조속한 처리에 대한 촉구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으므로 위치정보보호법 제29조 제2항에서 예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개인의 생명·신체에 대한 급박한 위험성 등'이 있는 상황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단순민원에 가까운 사안을 112로 신고했음을 종합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한다면 진정인의 개인위치정보를 활용하기 위해선 관계법령에서 요구하고 있는 진정인의 동의를 얻는 절차를 거쳐야만 정당성이 인정된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경찰 스스로 A씨의 신고를 '긴급하지 않다'고 판단했음에도, 즉각 소재 파악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위치를 추적한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경찰은 진정인의 신고를 접하고 해당신고가 'Code 3'(비긴급 신고)으로 분류된 것을 확인했음에도 신고자의 위치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진정인의 위치를 추적했는데 이같은 행위는 위치정보보호법에 반(反)하는 행위로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진정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 이같은 위치확인 행위는 경찰의 112상황실 운영 관행과 관련된 것으로 개인 책임을 묻기엔 적절치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경찰청장에게 112 문자신고에 따른 신고자 위치확인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없도록 112상황실 근무자에게 직무교육을 실시하고 위치추적 필요성 판단 및 관리를 위한 세부 매뉴얼을 마련해 시행할 것을 권고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