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동양대 교수.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의혹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에 대한 첫 법원의 결론이 23일 나온다. 이른바 '표창장 의혹'으로 정 교수가 지난해 9월 기소된 지 약 1년 3개월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는 23일 오후 2시 사문서위조‧업무방해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에 대해 선고를 진행한다. 검찰은 지난달 5일 결심공판에서 징역 7년에 벌금 9억원을 구형한 상태다.
검찰이 정 교수에게 적용한 죄명만 15개에 이른다. 크게는 딸 조모씨의 입학 과정과 관련된 '입시비리' 의혹과 사모펀드 의혹 그리고 조국 전 장관의 청문회 과정에서의 '증거인멸' 의혹 등 세 갈래로 나누어진다.
(그래픽=고경민 기자)
◇조국 사태 촉발한 입시비리 의혹…표창장 유‧무죄 '주목'이중 가장 관심이 주목되는 건 입시비리 의혹이다. 이른바 '조국 사태'를 초래한 딸의 단국대 의학 논문 제1저자 논란을 비롯해 동양대 표창장의 위조 여부 등에 대해 나오는 첫 유‧무죄 판단이기 때문이다.
입시비리 관련 정 교수가 받는 혐의의 골자는 대부분 유사하다. 딸 조씨가 실제로 하지 않았거나 했더라도 과장된 인턴활동 등 스펙을 허위로 만들고 이를 대학 및 대학원 입시과정에 사용해 학교 측의 입시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다.
검찰은 구체적으로 딸 조씨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 △동양대 보조연구원 경력 △서울대 인턴 △KIST 인턴 △공주대 인턴 △단국대 인턴 △부산 호텔 인턴 등을 "7대 허위 스펙", "부모 및 지인 찬스" 등 수위 높은 표현을 쓰며 위법성을 강조한 바 있다.
반면 정 교수 측은 이같은 활동에 대한 스펙이 다소 과장됐을 수는 있어도 모두 실제로 한 활동들이며 이를 허위로 보는 것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이같은 스펙들이 합격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친 것도 아니라는 주장도 펼쳤다.
특히 양측이 가장 치열하게 맞붙은 건 표창장의 진위 여부를 두고서다. 표창장에 기재된 봉사활동을 조씨가 했는지, 별개로 표창장이 위조됐는지를 증언하기 위해 법정에 선 증인만 최성해 전 총장부터 대검 포렌식 수사관까지 무려 10명 가까이 된다.
주로 검찰이 여러 정황을 토대로 위조된 것이라고 강조하면 변호인 측이 검찰 방식대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며 맞서는 장면이 이어졌다. 심지어 재판 끝 무렵에는 양측이 차례로 서로의 주장을 위해 프린터기까지 동원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표창장 위조와 관련해 '위법 수집 증거' 여부가 변수가 될지도 관심사다. 변호인 측은 재판 초기부터 관련 증거가 다수 나온 동양대 강사휴게실 PC를 정 교수 동의 없이 조교와 행정지원처장으로부터 임의제출받았다는 점을 들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최종 판단은 판결 때 밝히기로 한 바 있다. 검찰은 설령 위법 증거로 인정되더라도 유죄 입증에 큰 무리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 다수가 이 PC에서 나온 만큼 만약 인정된다면 유무죄 판단에 영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국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사모펀드‧증거인멸 결론도 관심…조범동‧김경록 1심 영향은?이밖에 사모펀드 관련된 의혹에 대한 결론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이와 관련해 정 교수의 공범 격인 조 전 장관 5촌 조카 조범동씨에 대한 1심 결론이 정 교수의 판결에 어느정도 영향을 줄지도 관심사다.
정 교수는 2017년 3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조씨에게 약 10억원을 투자한 뒤 허위컨설팅 계약을 맺고 수수료 명목으로 회삿돈 1억 57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금융위원회에 실제 약정금액을 부풀려 허위보고한 혐의도 있다.
조씨도 같은 혐의로 별도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아왔는데 1심은 횡령 혐의에 대해선 조씨의 일부 범행만 인정할 뿐 정 교수는 공모하지 않은 것으로 봤고 허위보고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는 정 교수가 어느정도 유리하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조씨의 재판부는 정 교수에 대해 심리한 것이 아닐뿐더러 세부적인 쟁점도 다른 만큼 결국 정 교수의 유무죄는 조씨 판결과 큰 관련성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마지막으로 정 교수에게는 증거인멸 혐의들도 적용된 상태다. 여기에 대해서는 자신의 증거를 스스로 인멸한 것으로 볼지 아니면 타인을 시킨 것에 비중에 둘지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유무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형법상 자신 혹은 가족과 관련된 형사사건에서 증거를 없앤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처벌하지 않는다. 다만 정 교수의 경우 자산관리인 김경록 PB나 코링크 PE 직원들을 시켜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이는 처벌이 가능하다.
아울러 정 교수의 지시를 받고 증거를 은닉교사한 김 PB가 1심에서 이미 유죄가 인정된 점도 정 교수로서는 불리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과도했나 정당했나…'조국 일가' 檢 수사 시험대이날 선고는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할 기준도 될 전망이다. 만약 표창장 의혹 등 혐의 상당수에서 유죄가 나온다면 검찰은 수사 이후 내내 직면한 '표적 수사' '과잉 수사' 비판을 결과로서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주요 혐의에 대해 무죄가 나온다면 정 교수와 조 전 장관 측으로서는 검찰수사가 무리했다는 주장을 더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다. 특히 조 전 장관에 대한 입시비리 의혹 심리가 막 시작된 만큼 검찰로서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정 교수에 대한 1심 결론은 현재 심리가 진행 중인 조 전 장관의 재판에도 어느 정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이 입시비리 관련 받고 있는 의혹 상당수가 정 교수의 혐의와 겹치기 때문이다.
다만 어떤 결과가 나와도 검찰과 정 교수 중 한 쪽은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실상 2심은 예고된 수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금까지 '조국 일가' 관련 재판은 모두 2심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