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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스위트홈' 이응복, '괴물'로 '인간'을 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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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터뷰]'스위트홈' 이응복, '괴물'로 '인간'을 논하다

    '그린홈' 설계자를 만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이응복 감독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을 연출한 이응복 감독. (사진=넷플릭스 제공)

     

    ※ 스포일러 주의

    '크리처물'이라고 하면 보통 할리우드를 떠올린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크리처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나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이다.

    '스위트홈'이 지난 18일 190여 나라에 공개됐다. 22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순위차트를 제공하는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스위트홈'은 21일 기준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글로벌 스트리밍에서 3위를 차지했다.

    동명 인기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스위트홈'은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 현수(송강)가 가족을 잃고 이사 간 아파트에서 겪는 기괴하고도 충격적인 이야기를 그렸다. 사람에게 내재된 욕망이 인간을 괴물로 만드는 흥미로운 소재에 원작보다 드라마를 강화했다.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연출자 이응복 감독은 '스위트홈'에 관해 "크리처물이지만 한국적인 정서 녹아 있는, 인간애가 담겨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제공)

     

    ◇ 인간적인 면을 담고 있는 크리처에 매력을 느끼다

    - 웹툰을 드라마로 만들면서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출했는지 궁금하다.

    중점을 둔 부분은 웹툰의 좋은 점이다. 세상을 등지려 했던 현수가 어떻게 문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가서 자기 스스로 괴물이 되는 것을 막느냐. 그리고 괴물이 되려는 것을 스스로가 억제하고 있을 때, 사람들을 살리고자 하는 욕망이 생겨서 괴물이 되는 과정. 이런 것들이 전체를 하나로 꾀는 라인이라 생각했다. 또 영상화됐을 때 괴물이 시청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갈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 평소 크리처물을 잘 보지 않았다고 했다. 그동안 연출한 작품과 다른 장르인 크리처물을 연출하며 힘든 점은 없었나? 이번 작품을 하며 느낀 크리처물의 매력은 무엇인가?

    크리처물은 하드코어적인 게 많다. 그런데 원작의 크리처는 인간적인 부분을 담고 있어서 외국 크리처물보다는 좀 더 쉽지 않았나 싶다. 이번에 크리처물을 하며 느낀 매력은 인간이 아닌 다른 부분을 VFX(Visual Effects·시각적 특수효과)로 구현하는 것이었다. 기술적이나 내용적으로 봤을 때 새로운 이야기 구조를 꺼낼 수 있는 시발점이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제공)

     

    - 공개된 시즌1에서는 그린홈 주민들 사연이 소개되고 괴물에 대한 단서가 일부 나온다. 또 새로운 갈등 구조의 중심이 될 군인이 등장하는데 이런 것들을 보면 시즌1은 시즌2를 열기 위한 배경 설명처럼 보인다. 시즌 2를 염두에 둔 연출인 건가?

    원작 자체가 잘 짜여 있는 전체적인 각본이기도 하다. 원작이 가진 방대한 캐릭터, 상황, 괴물 묘사 등을 드라마로 옮기며 고민을 하다 보니 감정적인 여백을 많이 남기게 됐다. 괴물과 사투 벌이며 인물들 사이 연대에서 나오는 여백 말이다. 군인의 등장은 그린홈과 바깥 상황을 연결할 수 있는 연결점이 필요하다고 느낀 데 따른 것이다. 안에 갇힌 사람들의 사투이기에 바깥에서 어떤 상황이 이뤄지고 있는지 환기가 필요했다.

    - 원작보다 '현수-은유' '상욱-유리' '재헌-지수' 등 서로 다른 듯 닮은 인물들을 엮고 그들의 관계를 강조하는 게 눈길을 끈다.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한 사람끼리 어떻게 마주하게 되는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가령 재헌과 지수는 같은 아파트 주민이지만, 서로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마주했다가 가장 뜨거운 인간애를 느끼며 이별하는 과정을 겪는다. 그런 게 괴물과의 사투 못지않은 드라마틱한 순간이라 생각했다. 살인청부업자인 상욱은 이미 괴물이 된 인간이다. 반면 유리는 치유의 이미지를 갖고 있어서 짐승이 된 남자와의 관계가 괴물과의 사투 못지않게 재미난 부분이 있지 않았나 싶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제공)

     

    ◇ 동화적 상징과 아이러니 가진 주인공, 멸망 앞에 욕망을 드러내다

    - 제작발표회에서 송강이 맡은 차현수에 대해 '가위손'의 조니 뎁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어떤 점에서 '가위손'을 떠올린 건가?

    원작 웹툰이 동화적인 상징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으로서 최후를 맞이하려 했던 현수가 괴물의 힘을 얻게 된다. 사람들은 괴물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괴물을 상대하는 무기로 그 힘을 쓴다. 이후 그 안에 있는 현수의 마음을 엿보게 되고 서로 하나로 되는 과정이 감동적이었다.

    - 차현수는 괴물화가 진행 중인 인물이다. 그렇지만 이를 버텨내고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유지하려고 한다. 차현수가 내면에 지닌 욕망은 어떠한 종류인가?

    현수는 욕망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한다.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고 세상을 이겨내기도 힘든 나이에 혼자가 됐다. 그래서 세상을 저버리고 죽고자 하는 욕망밖에 없었다. 그러다 세상이 먼저 멸망해버린 상황에서 어린아이들이 살려달라고 울부짖자 자신이 아끼는 모니터를 던지며 시작한다. 자신도 몰랐던 욕망이 살아나는 시작점이다. 괴물 같은 인간 군상이 그린홈에 위기를 갖고 오며 자기도 모르게 주민들을 살려야 한다는 욕망이 생겨나는데, 아이러니하게 자해의 흔적에서 이를 발견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제공)

     

    - 후반부로 갈수록 괴물과의 사투보다 그린홈 주민들 간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이처럼 구성한 이유는 무엇인가?

    1~4부는 괴물이 계속 등장한다. 괴물이 나타났을 때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그리고 서로 몰랐던 인물이 엮이는 과정을 그린다. 중반 이후에는 주민들 사연이 소개되고 감정이 쌓이는 부분이 많아져서 괴물들이 살짝 들어간 부분도 있다. 드라마에서는 잘 표현이 안 된 것 같은데, 근육 괴물이 주변 괴물을 다 잡아먹어서 커진다. 그래서 괴물들이 좀 없어진 것도 있다. 8화에서는 괴물보다 괴물 같은 인간들이 들어와 쑥대밭을 만들고, 마지막에는 어떻게 욕망이 발현되는지 그리고 괴물 끝판왕인 현수가 괴물이 되는 것으로 전체적인 줄기를 짰다.

    - 시작 부분에서부터 그린홈이 재개발 지역에 있음을 알려준다. 사건이 벌어지는 그린홈을 재개발 지역으로 설정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오랜 역사를 갖고 있으면서 그 안에 숨겨진 욕망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많이 생각해봤다. 아픔과 상처, 욕망의 흔적들이 땅굴로 표현됐다. 마지막에 어둠에서 빛으로 탈출하는 생존기가 되면 어떨까도 생각했고, 그런 점에서 아파트를 배경으로 하게 됐다. 나와서 탈출하게 되는 곳은 광화문이다. 그린홈 주민들이 탈출한 후 이순신 장군 동상의 뒷모습이 나온다. 어려운 시기인 만큼 든든한 희망이 되는 그림을 만들고 싶어서 그런 상징성을 넣었다.

    - 극 중 여성 캐릭터들이 약자로만 그려지지 않고 주체적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또한 여성들 사이 연대감도 돋보인다.

    '미스터 션샤인'을 하면서부터 생각했던 부분이다. 당시 기록을 찾아보며 여성들이 진취적으로 나라를 구하기 위해 뛰어든 모습을 많이 봤다. 여성들은 우리나라에서 항상 주체적으로 나서왔다. 단지 기록되지 않거나 잊힌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그런 모습과 여성들의 연대감을 표현하기 위해 극 중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을 연출한 이응복 감독. (사진=넷플릭스 제공)

     

    ◇ 발전도 아쉬움도 동시에 있는 작품…'인간'에 대한 질문 던진 '스위트홈'

    - '어벤져스' 시리즈와 '아바타' 등으로 유명한 레거시 이펙츠와 넷플릭스 오리지널 '기묘한 이야기'의 스펙트럴 모션, '헬보이' '플래시' 등 다양한 작품에서 크리처 전문 배우로 활약 중인 트로이 제임스가 함께했다. 할리우드 최고의 스태프와 함께 작업한 것은 어떤 경험이었나?

    레거시 이펙츠나 스펙트럴 모션은 많은 노하우가 쌓인 팀이다. 촬영이 진행될 때는 아티스트들이 직접 한국에 와서 현장 진행을 봐줬다. 우리나라에는 없었던 부분들을 구체화하는 걸 직접 지켜보고 같이 상의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발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제공)

     

    - 이매진 드래곤즈의 '워리어스(Warriors)'나 래퍼 비와이의 '나란히' 등 배경음악이 드라마에 대한 몰입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있다. (*참고: '워리어스'는 2014 롤드컵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공식 주제가로 쓰인 바 있다.)

    '워리어스'가 익숙한 분들에게는 다소 낯설고 당혹스러웠을 거 같다. 나 스스로는 많이 위안이 됐고, 힘이 됐던 노래다. 거대한 크리처에 맞서 싸우는 유약한 인간을 위한 응원가가 되길 바랐다. 비와이의 노래 역시 가사 느낌이 좋았고, 현수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사용했다. 호불호 부분은 주의 깊게 보면서 앞으로 작품을 할 때 조심스럽게 살피겠다.

    - 연출자로서 '스위트홈'을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이었나?

    소통이 되지 않았을 때 인간을 이해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소통이 되는 괴물도 나오고,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나 편견 때문에 인간을 괴물처럼 보는 순간들이 있다. 상징적으로 표현되는 괴물을 통해서 인간이 어떻게 하면 서로 소통하며 살 수 있는지, 어떻게 인간이 서로를 구원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재밌게 던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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