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낮 공공운수노조 LG트윈타워 공대위 관계자들이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태헌 기자)
"살려주세요.", "이틀째 굶고 있어요."
2일 낮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출입 회전문 유리에 이런 팻말들이 다닥다닥 붙었다. 집단해고 통지를 받은 건물 청소노동자 30여명이 고용 승계를 요구하며 로비농성에 들어간 지 18일째. 전날부터 내부로의 음식 진입과 전기, 난방 등이 끊긴 탓에 추위와 배고픔을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공공운수노조 엘지트윈타워분회와 공대위는 이날 낮 12시 여의도 트윈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물 내부로의 식사 반입과 난방, 전기 공급 등을 허가해달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집단해고 통보를 받은 지 한 달이 지났다. 원청인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에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면담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라며 "최후 수단인 파업권을 행사하는 노동자들은 2021년 새해의 첫날 온종일 밥 한 끼를 먹지 못하고 굶었다"고 밝혔다.
이어 "농성장에 일체 음식 반입이 차단됐고 전기도 난방도 끊겼다. 직계가족과의 만남조차 막히는 상황에서 시간이 흘렀고, 저녁에 인권단체 활동가들과 시민들이 가져온 도시락마저 거부됐다"고 짚었다.
2일 낮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출입문에서 해고 통지를 받은 청소노동자들이 배고픔과 추위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김태헌 기자)
2일 낮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출입문에서 해고 통지를 받은 청소노동자들이 배고픔과 추위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김태헌 기자)
해고 통지를 받은 청소노동자 최명자씨는 "어제부터 밥도 전기도 다 끊어져버렸다. 도시락도 못 들어오고 그나마 휴대전화를 조금씩 충전하던 콘센트도 다 막아버렸다"면서 "우리는 잡초같은 인생이지만 밟을수록 더 뿌리를 내려 마음을 다잡아 고용승계를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노조 등에 따르면, 새해 첫날인 전날부터 트윈타워 건물 1층 로비 농성장으로 식사나 음식 반입이 전면 중단됐다.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한 채 전기마저 끊긴 냉바닥에서 농성을 진행했다. 노조 관계자는 "유엔 인권협약에 명시된 기본권조차 무시한 처사"라면서 "LG가 말하는 인간존중 경영이란 게 이런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2일 낮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에게 공대위 관계자들이 식량을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김태헌 기자)
다행히 농성 중인 노동자들의 '강제 단식'은 이날 오후 중단됐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노조와 시민단체 등에서 가져온 도시락을 경찰의 중재로 건물 내부로 반입해서다.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 관계자는 "파업 첫날인 무단 점거에 대한 대응이 필요해 외부물품 반입 차단을 사전에 공지했었다. 앰프나 확성기로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는 등 방역법 위반 문제가 우려돼 전기 공급을 잠시 중단했던 것"이라면서 "단기간 점거가 종료되지 않을 것임을 확인하고 식사를 반입하고 전기 공급도 복구했다"고 설명했다.
트윈타워 청소노동자 80여명은 지난해 11월 말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건물 관리를 맡은 LG 계열사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이 용역업체인 지수아이앤씨와의 계약을 종료했기 때문이다.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노동자들은 지수아이앤씨 소속이다.
노동자들은 지난 2019년 10월 노조를 만들고 가입했다는 이유로 용역계약 자체가 해지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