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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더법안]잠자던 '정인이 방지법'…정치권, 뒤늦게 잰걸음

국회/정당

    [쇼미더법안]잠자던 '정인이 방지법'…정치권, 뒤늦게 잰걸음

    20대국회서 폐기된 아동학대처벌법 34건
    21대국회에 31건 발의…상임위에 발 묶여
    즉시분리조치 의무화한 고민정案도 아직 심사중
    양형 대폭 강화한 법안 수두룩…법원 실형 선고는 해마다 줄어
    복권 판 돈으로 운영되는 피해아동쉼터…전문인력도 태부족
    與野, 여론 악화에 "8일 처리"…자녀 체벌 원칙적으로 금지

    지난 4일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에 안치된 정인이의 묘지에 시민들의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이한형 기자

     

    양부모의 학대로 아이가 숨진 '정인이 사건'의 되풀이를 막기 위한 입법 릴레이 속 그동안 국회에서 계류 중이던 관련 법안들의 처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가운데 양형 강화에만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아동학대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문제 해결과 동떨어진 법안이 발의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개정안 대부분 '양형 강화'에 집중…경찰에 과태료 물리는 법도 나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은 이번 21대 국회에서만 31건 발의됐다. 이중 소관 상임위 문턱을 넘은 법안은 0건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임기만료로 폐기된 관련 법안은 34건에 달했다.

    앞서 1년에 2회 이상 신고가 접수된 아동은 학대 부모와 즉시 분리할 수 있는 아동복지법 개정안이 오는 3월 시행되지만, 의무 조항은 아니다. 이를 의무화한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안은 아직 심사 중이다.

    발의된 개정안은 양형 강화에 집중돼 있다.

    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아동학대 치사죄와 아동학대 중상해죄의 기본형량을 각각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과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상향했다. 현행법은 치사죄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아동학대 중상해죄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정해 아동학대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 김원이 의원의 개정안도 '아동학대치사'는 '무기 또는 15년 이상의 징역', '아동학대 중상해죄'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것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그래픽=고경민 기자

     

    '정인이 사건'이 대중의 공분을 산 뒤로 형량을 강화하는 법안은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아동학대 치사에 대한 처벌을 현행 5년 이상에서 10년 이상으로, 중상해의 경우 3년 이상을 6년으로 2배 강화하는 개정안을 냈다. 또 아동학대 치사 또는 중상해 가해자 신상을 공개하고, 아동보호 이행실태 조사 등 법원의 의무도 지웠다.

    아동학대 사망자가 2014년 14명, 2015년 16명, 2016년 36명, 2017년 38명, 2018년 30명(출처: 보건복지부)으로 줄어들지 않는 반면, 2013년 아동학대특례법이 제정된 이래 실형 선고 비율은 줄어들고 있는 탓이다.

     

     

    이에 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법원이 피해자와 국민들의 의견을 듣고 선고할 것을 의무화하는 양형개혁법의 대상으로 아동학대범죄를 포함시키기도 했다.

    국민의힘 양금희 의원도 아동학대 재범의 경우 가중처벌 규정을 신설하고, 아동학대 범죄를 범할 때 음주나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감경 규정 특례를 적용받을 수 없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입법 러시(rush) 속 관련자 처벌에만 지나치게 집중한 면피용 법안도 발의됐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응급조치 의무를 위반한 사법경찰이나 아동학대전담공무원에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개정안 등은 과잉 입법이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복권기금으로 운영되는 피해아동 쉼터…복지부 관련 예산 3.9%

    아동보호전문기관. 연합뉴스

     

    양형 강화 외에도 관련 예산을 확충하는 등 현장에 바로 도움이 되는 법안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예산은 범죄피해자보호기금에서, 학대피해아동쉼터는 복권기금에서 나온다. "아동을 학대로부터 보호를 잘하려면 복권이 많이 팔려야 된다"는 웃지못할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현장에선 아동학대 대응 예산을 기금에서 일반회계로 전환해달라는 요구가 빗발 치기도 한다. 일반회계에서 아동학대 관련 예산은 3.9%에 불과하다.

    예산이 터무니없이 적다 보니 전문성 있는 사회복지사들을 키우는 것 역시 난망하다.

    지난해 12월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전국 대부분 지역의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근무하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5인 이하고 1인만 배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신고 건수에 비해 인력이 부족하고 업무에 필요한 최소한의 장비도 없이 현장에 투입된다.

    이에 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아동복지기금을 보건복지부에 별도로 조성하고 경찰이 학대가 의심될 경우 곧바로 법원에 임시조치를 요구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여론 들끓자 처리 급물살…8일 본회의서 통과할까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5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회동을 마친 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 윤창원 기자

     

    여론의 공분이 들끓자 여야는 한목소리로 신속한 입법 추진을 약속했다.

    당장 8일 본회의에서 '정인이 방지법'을 일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법사위 간사인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5일 기자들에게 "법사위 소관 법으로는 크게 3개가 있고, 소위에서 7일까지 논의를 마무리해서 이번 임시국회 회기 내 통과시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3법은 아동학대처벌법·특정강력범죄처벌법·민법 개정안 등이다.

    형량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두 법 외에 민법 개정안은 자녀의 체벌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현행 민법 915조는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이 조항이 체벌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오용돼 왔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앞서 2013년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망사건 가해자와 지난해 6월 동거남의 아이를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가해자 등 학대 행위를 '훈육'의 일환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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