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사가 4일 '경기 먹거리 그냥 드림 코너'를 운영 중인 광명시 광명동 시립광명푸드마켓을 방문해 운영 현황을 듣고 있다. 경기도 제공
경기도가 우리 사회의 경제적 약자를 따뜻하게 보듬는 정책을 잇따라 선보여 주목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충격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저소득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그만큼 시급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 생계형 절도 증가…경기도, 신원 확인 없는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 운영실제로 최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라면이나 달걀 등 식품 등을 훔치는 이른바 '생계형 절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재산범죄(15만5천건)와 특히 고령층의 재산범죄(9천여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1%씩 늘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굶주림으로 빵을 훔칠 수 밖에 없는 장발장이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도는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29일부터 광명을 비롯해 성남시, 평택시에 위치한 푸드마켓 3곳에서 '경기도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방문자는 이곳에서 즉석밥과 즉석죽, 즉석국, 라면, 참치캔, 통조림, 조미김 등 식품과 마스크, 위생용품 등을 무상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방문횟수에는 제한이 없고 신원확인도 하지 않는다.
곽선미 경기도 복지사업팀장은 "그냥드림 코너가 좋은 반응 속에서 방문자가 계속 늘고 있다"면서 "방문자는 지방정부가 제공하는 복지서비스 혜택도 받을 수 있도록 현장에서 꼭 복지상담을 받으시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도는 일단 기부물품을 제공하고 있지만, 조만간 '그냥드림' 예산을 책정해 이 사업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5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캄캄한 코로나의 터널을 더불어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일단 먹고 살아야한다. 그래서 그냥 드린다"면서 "주저마시고 꼭 찾아주시기를 정중히 청한다"고 밝혔다.
◇ '고용 불안정성'에 비례해 수당 더 지급하는 것이 '공정'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비정규직 공정수당'도 올해 1월부터 본격 시행됐다.
공정수당은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가 보수까지 덜 받는 것은 중복차별'이라는 문제의식에서 도입됐다.
다시말하면, 공공부문 만이라도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에게, 비정규직 중에서도 고용기간이 짧을수록 '고용 불안정성에 비례한 더 많은 보수를 지급하는 것이 공정하다'는 것이다.
올해 지원대상은 도 소속 기간제노동자 1,007명, 공공기관 소속 785명 등 총 1,792명이다. 이들에게는 계약기간 만료 시, 일시급으로 기본급의 최소 5%에서 최대 10%가 '공정수당'으로 차등지급된다.
예를 들어 2개월 이하 근무 기간제노동자는 약 10%를 적용한 33만7,000원, 그리고 12개월 근무 기간제노동자는 약 5%를 적용한 129만1,000원을 각각 지급받게 된다.
해외에서는 프랑스와 스페인, 호주 등에서 비슷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김규식 경기도 노동국장은 "경기도의 공정수당 시행이 민간이나 타 공공기관으로 확산돼 노동이 존중받는 공정한 세상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청 외경. 경기도 제공
◇ 경기도, '생계형 체납자' 1,534명의 체납세금 468억원 '결손 처리'경기도 의왕시에 사는 A(48)씨는 사업부도 후 도박중독에 빠져 가정을 잃었다. 지금은 일용직으로 월 100만원을 겨우 벌어 3인가구를 부양하고 있다. 도박 상담센터를 다니며 정상적인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하루하루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도는 A씨가 세금 납부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해 체납액 2천만원을 결손 처분했다. 또 복지부서와 연계해 긴급생계비도 지원했다.도는 지난 연말 이처럼 생계형 체납자들의 회생을 지원하기 위해 재산이 없어 세금징수가 불가능한 1,534명의 체납세금 468억원을 결손 처리했다. 결손처분 액수는 1인당 평균 3천만원 수준이다.
이번 조치는 엄격한 심의를 통해 체납자들의 경제적 재기를 지원하고 체납처분이 계속되면서 발생하는 행정력 낭비를 막는 위한 것이다.
다만, 사후 연 2회 이상 재산조회 등을 통해 재산이 발견될 경우 결손을 취소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일선 시·군이 결손처리를 하는 사례는 많았다. 하지만, 광역자치단체가 직접 체납자를 파악하고 심의위원회까지 열어 결손처분을 내린 것은 경기도가 처음이다.
◇ 은행 문턱 못 넘는 극저신용자 5만8,975명, 연1%·5년 만기 대출 혜택 경기도가 지난해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운 저신용자에게 긴급 자금을 지원한 '경기 극저신용대출'로 모두 5만8,975명이 혜택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 극저신용대출'은 신용등급 7등급 이하 도민에게 연1%의 이자에 5년 만기로 50만원을 무심사 대출해주는 사업이다. 다만 심사를 거치면 300만 원까지도 대출이 가능하다.
신용등급 7등급은 시중은행과 같은 제1금융권에서는 금융서비스를 받기 어렵다. 이 때문에 극저신용자들은 긴급 생계자금을 구하기 위해 20%가 넘는 불법대부업체의 고금리를 감수하기도 한다.
도가 대출신청자를 대상으로 사용 용도를 조사한 결과 '생활비 목적'이 약 80% 정도로 가장 높았다. 이어 주거비와 기존 고금리 대출금 상환, 의료비 등의 순이다.
이용자들의 만족도도 높다. 지난달 11일부터 14일까지 경기 극저신용대출 이용자 1,008명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7명이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이다'는 19%, '만족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8%에 그쳤다.
조기 상환자 A씨는 "50만원이라는 소액일지라도 실업 상태로 급전이 필요하던 시기에 신속하게 지원받아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다"며 감사를 표했다.
도는 지난해 3차에 걸쳐 약 500억원을 지원했다. 올해도 비슷한 규모로 이 사업을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다.
복지정책과 박성애 팀장은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만기가 5년인데도 채 1년도 안 돼 조기에 상환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면서 "이 사업이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된 극저신용자분들께 작은 희망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