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의 한 상가에 폐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태원 관광특구협회와 이태원 상인회 등에 속한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일대 상인들이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고 밝히고, 정부가 방역과 함께 오후 9시 이후 운영 및 보상 정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한형 기자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11일부터 시작되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4차 재난지원금 논의가 불붙었다. 전국민 보편이냐, 피해계층 선별 지급이냐는 쟁점이다.
전국민에게 4인 가구 기준 최대 100만원을 지급했던 1차(14조3천억원 규모) 때와 소상공인 등 코로나19 영향 취약계층에 선별 지원하는 2차(7조8천억원), 3차(9조3천억원) 재난지원금 논쟁의 도돌이표다.
추경을 거쳐 나라 빚을 내야 하는 한정된 예산과 재정건정성, 지원효과와 선거민심을 둘러싼 정치·경제적 주장이 맞물려있다. 특히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정치가 재난지원금의 민심을 읽게 만들고 있다.
◇이재명 "지역화폐로 전국민 보편지급"…이낙연 "전국민 지급 검토할 수 있을 것"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한형 기자
4차 재난지원금의 보편 지급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적극적이다. 그는 지난 5일 페이스북에 지역화폐를 통한 전국민 보편지급을 주장했다.
이 지사는 "재난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2중, 3중의 정책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기도는 재난기본소득의 지역화폐 지급을 통해 연매출 10억 이하 가맹점 매출이 대형 가맹점보다 최소 5% 이상 더 크게 증가하는 효과를 증명했다고 밝혔다.그는 "어려운 계층에 집중 지원하자는 논리는 결과적으로 내기만 하고 받는 게 없는 세금이라는 거센 조세저항을 불러 정책을 지속할 수 없게 한다"는 경고도 한다.
2차 선별지원이 '아직 선별중'이라는 이유로 마무리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행정비용과 사회적 낭비도 있다고 본다. 2차 재난지원금은 6천억원이 아직 집행되지 못했다.
"통계상으로 1차지원금이 2차지원금보다 소득양극화 완화 및 소비활성화 효과가 더 큽니다. 체감상으로도 2차지원 효과는 거의 느껴지지 않지만 1차지원은 2달 이상 명절대목 이상 호경기를 불러왔습니다."라고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 썼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여당 지도부도 가세했다. 4차 재난지원금으로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최고위원은 1차 때와 비슷한 4인 가족 기준 100만원의 위로금을, 김종민 최고위원도 상반기 내 재난위로금 지급을 발언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10일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언급하며 "도움이 되길 바라나 충분하지 못할 것"이라며 "민생 실태와 코로나 상황을 면밀히 살피며 신속하고 유연하게 추가 지원방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그는 앞서 연합뉴스와 신년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경기 진작 필요가 생기면 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지급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 여건 조성을 전제로 한 것이다.
정부 방침에 따라 선별 지급을 주장해왔던 이낙연 대표의 입장 선회는 대권경쟁 구도와 맞물려 해석되기도 한다.
◇정세균 "'막 풀자'는 건 공정하지 않아"…홍남기 "재정 화수분 아냐"
정세균 국무총리. 윤창원 기자
재정을 책임져야 할 정부는 신중하다. 이재명 지사가 글을 쓴 이틀 뒤 정세균 국무총리는 "더이상 '더 풀자'와 '덜 풀자' 같은 단세포적 논쟁서 벗어났으면 좋겠다"며 논쟁에 제동을 걸었다.
정 총리는"지금은 어떻게 하면 정부 재정을 '잘 풀 것인가'에 지혜를 모을 때로, 급하니까 '막 풀자'는 건 지혜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밝혔다.재정 지원의 효과 극대화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보편 지급 주장은 현 시점에서 '막 풀자'로 받아들이는 듯 하다.
정 총리는 지난 8일 국회에 나와 "지금 그(4차 지원금) 논의를 하기 조금 빠르다"며 "현재는 3차 재난지원금을 제때 제대로 집행하는 노력이 우선"이라고 답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창원 기자
곳간지기인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0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지급이 불가피할 경우 정부의 재정도 화수분이 아니기 때문에 한정된 재원이라면 피해계층 지원을 두텁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냈다.보편지급에 난색을 표한 정부 입장을 밝힌 것이다. 당정간 향후 논의에서 갈등이 증폭될 수 있는 부분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 8월 국회에서 1차 재난지원금의 정책 성과에 대해 "실질적으로 소비로 이어진다거나 하는 정책 효과는 내부적으로 추정컨대 '3분의 1'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었다.
이른바 공돈이 생겨서 소고기를 사 먹는 식의 계획적이지도 않고 통상적이지도 않은 소비가 있지만, 매달 필수적으로 사는 식재료나 생필품을 사는 데 써 대체효과에 그쳤다는 내부 분석을 밝힌 것이다.
◇"불화 정부, 선거 앞둔 초조함"…야당의 딜레마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 윤창원 기자
야당은 당정 이견에 대해 '불화 정부'라고 비판했다.
김은혜 대변인은 10일 "국가재정과 국민보호의 위중한 과제 앞에서 각자 뛰는 당정은 국민에 대한 결례이거니와 선거를 앞둔 문재인 정권의 초조함만 읽히게 한다"고 논평했다.보편과 선별의 한쪽 지점에 서는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대신 "3인 3색", "집안 정리부터"라는 표현을 논평에 담았다. 2~3차 재난지원금이 제때 지급되지 못한(그리고 못 할) 상황을 지적했다.
야당의 딜레마는 역시 '선거'를 의식할 수밖에 없어서로 보인다. 4차 재난지원금의 4월 전 지급을 경계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1년 전 총선 정국의 '재난지원금 데자뷰'다. 야당은 당시 '표퓰리즘'이라고 공격했다가, '전국민 50만원'을 공약으로 번복했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여당발 4차 재난지원금에 대해 "4월 선거를 노린 것인지, 제대로 된 재원 대책은 있는 것인지 너무 황당하다"고 말했다.◇野대권주자들, 이재명 견제구…"선거용 선동"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유승민 전 의원. 연합뉴스
야권의 대권주자들은 보편 지급에 반대한다. 선거용 선동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재명 견제구'로도 보인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급하니까 '막 풀자'는 것은 지혜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는 정세균 총리의 말은 저의 주장과 같다"고 썼다.
원 지사는 "턱없이 모자란 피해 계층에게 가야 할 지원금을 여유 계층의 부수입으로 지출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그는 "막무가내로 나는 왜 안 주냐는 심리를 선동해서도 안 된다"며 "형식적 평등을 주장하며 모두의 표를 얻으려는 의도는 무책임"하다는 주장을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이제 4월 서울과 부산 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있으니 보편지급으로 가자는 거 아닌가"라며 "국민을 우습게 보는 조삼모사"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