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이루다' 개발한 스타트업 스캐터랩. 연합뉴스
성적 대상 악용에 이어 개인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된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에 대해 정부가 조사에 들어갔다.
이루다 챗봇 데이터 수집에 활용된 '연애의 과학' 이용자 개인정보가 제대로 익명화(비식별화)되지 않았다는 논란이 일면서다.
11일 IT업계에 따르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루다·연애의 과학 등을 개발한 AI 스타트업 스캐터랩이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을 어겼는지 확인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개인정보위는 사실 관계를 확인한 뒤 위법사항이 발견되면 법령에 따라 조처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연애의 과학 앱을 통해 수집한 카카오톡 대화를 이루다라는 다른 서비스 개발에 활용한 과정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개인정보위 점검에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개인정보사고조사팀도 참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KISA 전문가들은 스캐터랩이 개인정보를 수집·활용하는 과정에 기술적인 위법·편법이 있지는 않았는지 조사에 나선다.
스캐터랩이 지난달 23일 페이스북 메신저 기반으로 출시한 AI 챗봇 이루다는 출시 직후 성적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발견되는 등 논란에 휩싸였다. 이어 이루다 개발에 빅데이터로 쓰인 연애의 과학 앱 이용자들이 개인정보 유출 의혹을 제기하면서 또 다른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연애의 과학. 연합뉴스
연애의 과학은 연인과 나눈 카톡 대화를 집어넣으면 답장 시간 등의 대화 패턴을 분석해 애정도 수치를 보여주는 앱이다. 스캐터랩이 2016년 출시했다.
스캐터랩은 연애의 과학으로 수집한 카톡 대화 약 100억건을 데이터로 삼아 이루다를 개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연애의 과학 이용자들이 문제 제기하는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이용자들은 연애의 과학 가입 및 서비스 이용 당시 '카톡 대화가 신규 서비스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정도만 고지받았을 뿐, 자신의 문장이나 표현이 고스란히 챗봇에 쓰일 것이라는 사실은 몰랐다고 비판하고 있다.
카톡은 2명이 나눈 것인데, 연애의 과학은 2명 중 1명의 동의만 받고 양쪽의 카톡 대화를 모두 수집했으므로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용자들은 이루다가 특정인의 실명이나 집 주소, 은행 계좌번호 등을 갑자기 말하는 것을 보면 스캐터랩 측이 익명화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연애의 과학 이용자들은 집단 소송을 준비하겠다면서 오픈채팅방을 만들고 각자 증빙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 최초롱 대표는 "수사·조사 권한이 있는 기관을 통해 개인정보 유출이 실제 있었다고 사실관계가 드러나면 손해배상 소송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스캐터랩이 개인정보를 소홀히 다룬 사실이 드러난다고 해도 수천만원 수준의 과태료를 받는 데 그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관계 법령을 위반한 기관·기업에 많으면 5천만원 이하, 적으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