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빚을 내 집을 사거나 주식투자를 하는 사례가 늘면서 지난해 은행권 가계대출이 역대 가장 큰 폭인 100조원 이상 늘었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2020년 12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한해 은행 가계대출은 100조 5천억원 증가했다. 2004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대폭 증가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988조 8천억원으로 한달 전에 비해 6조 6천억원 늘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 주택 구입과 '빚투'(빚내서 주식 투자)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가계대출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윤옥자 과장은 “지난해 은행 가계대출이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 것은 주택매매 거래가 많이 늘어난 데다 주식매수를 위한 자금수요, 각종 생활자금 수요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 한해 주택담보대출은 모두 68조 2천억원이 늘었다. 2015년 70조 3천억원 이후 두 번째로 큰 증가 규모다.
지난해 12월만 놓고 보면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전월대비 6조 3천억원 증가했다. 2004년 속보 작성 이후 12월 증가액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전세자금 마련을 위한 대출도 늘었다. 12월 은행 전세자금대출 증가액은 2조 8천억원으로 전월에 비해 5천억원 늘었다.
한국은행 제공
지난해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을 보면 9월 5만 1천호, 10월 6만 7천호. 11월 8만 9천호로 증가추세를 보였다. 수도권 11월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0월에 비해 7천호가 늘어난 3만 2천호였다.
지난해 신용대출이 포함된 기타대출은 32조4천억원 급증했다. 통계 집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새해 들어서도 은행권 대출이 과열 조짐을 보이자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가계대출 관리에 나서 줄 것을 재주문했다.
은행 기업대출은 12월에 5조 6천억원 감소했다. 대기업대출이 5조원, 중소기업대출이 6천억원 줄었다.
한은은 연말 기업의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일시 상환, 은행의 부실채권 매‧상각 등으로 기업대출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개입사업자대출은 소상공인 등의 자금수요가 이어져 1조 9천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채 순발행 규모는 11월 5천억원에서 12월 3천억원으로 축소됐다. 주식 발행규모는 8천억원에서 3조원으로 늘었다.
은행 수신은 11월 21조 6천억원에서 12월 23조 7천억원으로 증가세가 이어졌다. 수시입출식예금은 11월 21조 3천억원에서 12월 35조 7천억원으로 크게 확대됐다.
수시입출식예금은 정부 재정집행자금 및 연말 상여금 등이 기업과 가계로 유입되면서 늘었다고 한은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