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뉴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수립 과정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자 14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이어 이번에는 최재형 감사원장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임 전 실장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에너지정책 수립 과정에 대한 감사에 대해 "사실상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적절한지 감사원이 판단해주겠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기본정책 방향을 문제 삼고 바로잡아주겠다는 권력기관장들의 일탈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라며 "지금 최 원장은 명백히 정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권력의 눈치를 살피지말고 소신껏 일하라고 임기를 보장해주니, 임기를 방패로 과감하게 정치를 한다"며 "전광훈, 윤석열, 그리고 이제는 최재형에게서 같은 냄새가 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임 전 실장은 나아가 "집을 잘 지키라고 했더니 아예 안방을 차지하려 든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라 했더니 주인행세를 한다"면서 "차라리 전광훈처럼 광화문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는 게 솔직한 태도가 아닐까"라고 막말에 가까운 비난을 하기도 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페이스북 캡처
임 전 실장의 이러한 비판은 이번에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된 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에너지기본계획에 대한 감사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 정책 자체를 흔들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만약 수립 절차의 적법성에 문제가 생길 경우, 정책 자체도 정당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는 첫해인 2017년 10월 탈원전 로드맵을 채택했고, 12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탈원전 정책을 대거 반영했다. 하지만 전력수급기본계획 작성의 근거가 되는 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돼 절차적 하자가 있을 수도 있다고 감사원은 본 것이다. 2차 에너지기본계획은 박근혜 정부에서 수립됐다.
이에 대해 임 전 실장은 별도의 SNS 글에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을 때, 2년마다 수립하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마무리해야하는 상황이었다"면서 "확인 결과 2015년에 수립된 7차 전력수급계획은 너무나 과다하게 수요를 추정한 상태였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최재형 감사원장. 윤창원 기자
그는 "이에 정부는 수정된 전력수요를 감안하여, 석탄화력을 줄이며, 동시에 과다 밀집된 원전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며 "그 결과가 노후 석탄화력 조기폐쇄 및 신규 석탄화력 착수 중단이었다. 또한 미착공 원전계획을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신고리 5,6호기는 공약상으로는 중단하기로 했으나, 이미 공정이 상당부분 진행되었기에 공론조사에 붙였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월성1호기의 경우, 정부 출범 이전에 이미 법원 판결로 수명연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고, 경주지진 이후 안전성에 대한 국민우려를 반영할 필요가 있어서, 전력수급에 영향이 없을 경우 가급적 조기폐쇄하기로 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것의 선후를 따지는 것 자체가 현실 정책운영과는 전혀 거리가 먼 탁상공론이다. 감사가 필요하다면, 과잉추정된 7차 수급계획, 불법적이고 탈법적인 월성1호기 수명연장일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감사원은 지난 11일부터 22일까지 산업통상자원부를 대상으로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과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의 적법성 여부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미래통합당 정갑윤 전 의원과 시민 547명이 청구한 공익감사청구에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