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속초 영랑호 범바위에서 진행된 영화촬영. 속초고성양양환경연합 제공
강원 속초시가 속초 제2경인 영랑호 범바위 훼손 논란에 대해 "영화촬영은 지역홍보 효과가 있다"고 공식 입장을 밝힌 데 대해 환경단체가 공개 비난하고 나섰다.
15일 속초고성양양환경연합은 보도자료를 내고 "속초시는 어제(14일) '범바위 일원에서 무료로 영화를 촬영한다는 것은 예산절감 효과는 물론 지대한 홍보효과, 지역명소화가 가능하다'고 입장을 내놓았다"며 "문화재 훼손에 큰 책임이 있는 속초시가 시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기는커녕 오히려 적반하장격으로 훼손행위를 정당화하고 나선 것에 크게 분노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미 훼손된 부분은 원상복구가 불가능하다"며 "소중한 문화재를 훼손하면서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1일 찾은 속초시 영랑호 범바위에는 앙카를 박은 흔적들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유선희 기자
'범바위 토지를 지자체가 매입하라는 요구'에 속초시가 "불가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데 대해서도 "속초시가 소유한다고 해도 보존이 제대로 될지 의심스럽다"고 불신했다. 특히 "속초시는 영화촬영으로 인한 훼손 외에도 더 심한 훼손을 계획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들은 "속초시는 영랑호 생태탐방로 조성사업의 하나로 범바위 자체에 인공조명 투광, 정자 처마투광, 보행로 스텝 조명까지 계획하고 있다"며 "소중한 자연유산을 인공조명으로 밝혀 야간 유원지로 만들겠다는 발상에 우리는 경악하고, 해당사업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환경단체는 속초시와 속초시의회에 '범바위 보존방안'을 제시했다. 지난 2019년 3월 시의회에서 통과한 '속초시 향토문화유산 보호관리조례'에 입각해 "범바위를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하라"는 촉구안이다. 영랑호 범바위를 속초시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것은 '지역문화유산 보존 의지의 발로'라는 설명이다.
속초시청. 유선희 기자
앞서 지난달 21일 속초 영랑호 범바위에서 이틀간 영화촬영이 진행됐다. 하지만 영화촬영을 목적으로 범바위 곳곳에 앵커를 박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훼손 논란이 제기됐다. 특히 복구작업 후에도 여전히 곳곳에 흔적이 남아 있어 시민들 사이에서 강한 분노가 쏟아졌다.
속초 8경 중 제2경인 영랑호 범바위는 둘레 8km, 넓이 36만 평의 거대한 자연호수 영랑호에 잠겨 있고 웅크리고 앉아 있는 범의 형상을 하고 있어 '범바위'로 불리며, 영랑호 전체를 한눈에 조명할 수 있어 명소 중 하나로 꼽힌다.
국립문화재연구소의 2011년 '한국의 지질 다양성 강원도 편' 보고서에는 영랑호 범바위의 핵석과 토오르(tor)는 지질 다양성을 보여주는 지질자원으로, 보존의 가치가 높다고 기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