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극장을 정식 개시하고, 창작극 개발에 힘쓰겠다."
3년간 국립극단을 이끌게 된 김광보 신임 예술감독이 18일 오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운영 방향과 올해 주요 사업을 공개했다.
먼저 지난해 시범 운영했던 '온라인 극장'을 정식 개시한다. 국립극단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공연이 어려웠던 '불꽃놀이', '동양극장 2020', 'SWEAT 스웨트'를 온라인으로 상영했다.
올해는 6~7개 작품을 온라인 상영하고 이중 인기작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과 신작 '로드킬 인 더 씨어터'는 고도화한 영상으로 제작한다. 별도 예산 없이 기존 사업비 내에서 영상화에 필요한 자금을 운용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전체 예산 110억원 가운데 10억원을 영상화 사업에 배정했다. 김 예술감독은 "영국 국립극장의 'NT 라이브' 수준의 영상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즐길 수 있는 무장애(배리어프리) 공연을 확대한다. 이를 위해 장예예술 희곡 및 작품을 개발하고, 장애예술가가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는 배리어프리 프로덕션을 운영한다. 장애관객의 시설 접근성 개선은 물론 음성 해설, 수어를 적용한 '배리어프리 온라인 극장'도 선보인다.
창작극 개발과 신진 예술가 발굴·육성을 위한 '창작공감' 사업도 눈에 띈다. '창작공감: 연출'과 '창작공감: 작가'를 새로 꾸렸고, 기존 희곡개발 사업인 '희곡우체통'은 '창작공감: 희곡'으로 재편성했다. 장애와 예술(2021년), 기후와 환경(2022년), 아트 앤 테크놀로지(2023년) 등 매해 주제가 바뀐다.
김 예술감독은 "이제 막 연극계에 발을 디딘 연극인들이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작업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국립극단의 역할"이라며 "내년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다룬 연극이 무대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국립극단은 2월 26일 '파우스트 엔딩'(조광화 재창작·연출)을 시작으로 총 20편의 작품을 공연한다. 이중 5편은 지난해 코로나19로 무대에 올리지 못한 작품이다.
김 예술감독은 특히 인간이 아닌 동물의 시선으로 로드킬을 다루는 구자혜의 신작 '로드킬 인 더 씨어터'와 반동성애적 분위기의 198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삶과 죽음을 은유적으로 풀어낸 신유청의 신작 '엔젤스 인 아메리카'를 추천했다. "두 작품의 형식과 내용이 전향성과 선도성을 추구하는 국립극단의 방향과 잘 맞는다"는 것이 이유다.
지난 정권에서 일어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후속조치도 약속했다. 김 예술감독은 "피해자 명예회복과 사회적 기억을 위해 국립극단 관련 블랙리스트 사례집을 만들겠다. 집필진과 구체적인 사례는 논의 중"이라며 "블랙리스트처럼 인간이 저지른 부당한 행위는 인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지구 환경을 생각하는 연극 제작 문화를 정착시킬 계힉이다. 김 예술감독은 "예술가의 창작 의지는 존중하되,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 문제에 동참하기 위해 무대와 소품 등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데 앞장서겠다. 기후와 환경에 대한 고민은 2022년 '창작공감' 무대에서 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예술감독은 '그게 아닌데', '줄리어스 시저' 등을 연출했고, 올해의 연극인상(2012), 동아연극상(2012·14), 이해랑연극상(2016) 등을 수상했다. 그는 "올해는 극단 운영에 매진하고 2022년과 2023년에 한 편씩 연출하도록 노력하겠다. 어린이·청소년극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