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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혼란'에 '정신질환'까지…보육원에서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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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정체성 혼란'에 '정신질환'까지…보육원에서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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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도 국가도 외면한 18살 보육원생의 홀로서기-③
    광주 보육원생 10명 중 2명은 정신질환 진료받아
    그룹홈 아동은 정신질환 5.1%…보육원생이 정신질환에 '취약'
    부모 보살핌 없이 집단적이고 폐쇄적인 보육원 분위기가 한 몫
    사춘기 지나면서 정체성 혼란 겪어…만 18세 자립 부담감도
    훈육과 학대 구분 못하는 일부 종사자들도 정신질환 키워

    보육원과 그룹홈 등에서 자란 보호아동 2천 5백여 명은 아동복지법에 따라 만 18세가 되거나 보호목적이 달성되었다고 인정될 경우 보호조치가 종료된다. 이에 따라 이들 시설의 보호아동들은 최소 만 18세가 되면 홀로서기를 시작해야 한다.

    보호가 종료된 아이들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험한 세상에 내던져지다보니 사회 정착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법적·제도적 지원이 턱없이 부족해 대부분의 아이들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심적 갈등을 겪기도 한다.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냉혹한 현실에 마주치는 아이들은 각종 범죄의 표적이 되고 불법 도박 등에 대한 유혹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광주 CBS노컷뉴스는 만 18세에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보호종료아동의 자립에 대한 각종 문제점을 짚어보고 이들의 성공적인 자립을 위해 필요한 대안을 제시하는 '부모도 국가도 외면한 18살 보육원생의 홀로서기'라는 주제의 기획보도를 마련한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도대체 몇 명이 더 뛰어내려야 세상이 바뀔까요?"
    ②달랑 500만원 손에 쥐고 길거리에 내몰린 아이들
    ③'정체성 혼란'에 '정신질환'까지…보육원에서 무슨 일이?
    (계속)

    그래픽=고경민 기자
    지난해 12월 28일 광주 남구의 한 건물에서 보육원생인 고등학생 A(18)군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자립을 1년 앞둔 보육원생 A군은 우울증을 앓으면서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정신병원 입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극단적 선택을 할 징조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결국 우리 사회는 A군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A군 처럼 보육원에서 지내는 보호아동들이 열악한 환경과 정서적 어려움에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의 보육원에서 지내는 아동 487명 가운데 86명(17.6%)이 지난 2020년 정신질환으로 인해 병원 진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육원에서 지내는 보호아동 10명 가운데 2명이 정신질환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것이다.

    반면 공동생활가정인 그룹홈에서 지내는 보호아동(174명)의 경우 같은 기간 정신질환으로 진료받은 아동은 9명(5.1%)이었다.


    소규모 형태의 그룹홈보다 집단적이고 폐쇄적인 보육원에서 지내는 보호아동이 정신질환에 더 취약한 것으로 분석된 셈이다.

    그래픽=고경민 기자
    보육원생들이 정신질환에 취약한 이유는 일반 가정에서 부모로부터 보살핌을 받는 또래의 아이들과 다른 환경 때문이다.

    부모의 사랑을 받으면서 커야 할 아이들이지만 부모 없이 집단적이고 폐쇄적인 보육원의 분위기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다.

    대다수의 보육원생들은 특히 사춘기를 지나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힘들어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남구정신건강복지센터 김민이 부센터장은 "보육원생들의 경우 학습과 대인관계, 사회성 등의 교육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하는 상태에서 불균형적으로 자라면서 일반 아동보다 정신질환에 더 취약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과잉행동장애, 소아 우울증 등을 조기 발견하고 제 때 상담이나 치료를 해야 하지만 기회 자체가 박탈되거나 지연돼 아이들의 상태가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만 18세가 되면 특별한 사유 없이는 보호가 종료돼 보육원을 퇴소해야 하기 때문에 자립에 대한 두려움도 정신질환을 키우는 데 한 몫하고 있다.

    그래픽=안나경 기자
    주변인들의 도움이 절실한 시기에 '훈육'과 '학대'를 구분 못 하는 일부 보육원과 그룹홈 종사자들의 태도도 문제를 키우고 있다.

    실제로 숨진 A군이 지내던 보육원에서는 한 생활지도사가 자주 다투는 남자 보육원생들에게 '서로 맞짱을 뜨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이 사실은 지난 2020년 10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전수조사에서 밝혀졌다.

    해당 보육원에서는 지난 2018년에도 갓 부임한 생활지도사가 보육생들을 훈육한다는 목적으로 신문을 말아 폭행하기도 했다. 이를 목격한 원장은 정서적 학대를 이유로 생활지도사를 경찰에 신고했다.

    같은 해 광주의 다른 보육원에서는 '말을 잘 듣지 않고, 쌍꺼풀 수술을 했다'는 이유로 보육원생을 정신병원에 보내는 등 학대를 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기도 했다.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대부분의 보호아동은 가족과 친인척이 없는 무연고자로 이처럼 학대나 부당한 행위를 당하더라도 스스로 견뎌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고아권익연대 조윤환 대표는 "일부 보육원 등의 관계자의 경우 학대와 훈육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 할 정도로 전문성이 떨어진다"며 "보호아동들은 대부분 유년기부터 보육원에서 지낸 탓에 자신이 학대당하고 있다는 사실 조차 인식하지 못하기도 한다. 또 인식했더라도 하소연 할 곳이 없어 참고 견디는 사례도 많다"고 밝혔다.

    이어 "어렸을 때부터 정상적인 가정 생활을 하지 못하고 집단 생활을 해온 탓에 정신질환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치료를 받는 아이들 보다는 정신질환을 인지 못하고 방치되는 아이들의 수가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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