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 황진환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새해들어 대권을 향해 슬슬 몸을 풀고 있는 모습이다. 여권 주자들을 향해 잇따라 견제구를 날리는가 하면, '자영업·소상공인 손실보상법' 등 민생 현안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야권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서슴지 않는다.
정치권에서는 정 총리가 4월 재보궐 선거 이후 방역과 1분기 경제 성적표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 총리는 중대본회의를 매일 주재하며 입장을 내고 있고 있다. 또 방송 출연 등 언론과의 접촉도 늘리면서 거의 '1일 1메시지'를 낼 정도로 존재감과 목소리를 키워가고 있다.
이낙연 대표가 띄운 이익공유제 입법화 논의에 '자발적으로 해야한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나, 이재명 경기지사의 재난지원금 보편지급 주장에 '단세포적 논쟁'이라며 견제구를 날린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22일에는 '코로나19가 야행성 동물이냐'며 '오후 9시 영업제한' 철폐를 주장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에게 "그렇지 않아도 힘들어하는 자영업자의 불안감을 파고들어 선거에 이용하려는 행태가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공개 저격하기도 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손실보상과 관련해 기획재정부의 엇박자를 경고하기도 했다.
정 총리는 또 외신기자 정책토론회와 방송기자클럽 토론회 등을 갖기로 하는 등 언론과의 접촉도 늘리며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방역에만 집중해오며 신중한 행보를 이어가던 '미스터 스마일' 정 총리가 새해부터 공격적인 태도로 전환한 데는 무엇보다 대권 예열 모드에 들어간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정 총리가 4월 재보궐 선거 이후 이른바 여권의 '제3의 대권 후보'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이슈에 바로바로 대응하며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4월 직후 총리 교체설이 맞물려나오는 이유이기도하다.
4월은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치료제가 사용되면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어느정도 안정적인 단계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다. 특히 4월쯤 나올 1/4분기 경제성적표에서 'V'자 경기 반등을 이뤄낸다면 이를 자산으로 대권 경쟁에 나서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한 여권 관계자는 "총리를 현 정부 끝까지 계속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느냐"며 "코로나19가 진정세 들어서면 방역과 경제 성과를 바탕으로 그 다음 정치적 역할을 자연스럽게 고민할 시기"라고 설명했다. 4월이 대권 도전에 나설지 말지를 결정할 주요 분기점인 만큼 지금부터 그에 걸맞는 족적을 쌓아나가야 한다는 것.
일각에서는 정 총리의 이런 '몸풀기' 배경엔 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지지율 하락세도 큰 몫을 차지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가 새해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주장했다 전방위적인 반대에 부딪혔고, 이 때문에 지지율까지 휘청하면서 제3후보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 대표가 첫 총리로서 '문재인 정부의 계승자'로 높은 지지를 받은 만큼 정 총리 또한 이 대표의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총리는 앞으로 현안뿐 아니라 검찰 개혁 완수와 부동산 문제 등 문재인 정부의 남은 개혁 과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일 계획으로 알려졌다. 문 정부 계승자의 자리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정 총리는 아시아경제가 지난 16~17일 실시한 새해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와 민주당 이 대표를 제외한 '민주당 제3의 대선 후보'로 가장 높은 선호도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9명 대상 무선 ARS조사로 응답률은 6.5%.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하지만 이런 정 총리의 행보가 착착 맞아들어갈지는 아직 미지수다. 우선 방역과 경제 상황이 정치적 자산이 될 만큼 안정될 수 있을지 변수가 많다. 게다가 급반등에 성공하다고 해도, 정 총리가 자신만의 자산으로 내세울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