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21 개통. 연합뉴스
삼성전자 갤럭시S21이 전작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인 S시리즈를 예년보다 한 달 가량 앞당겨 출시,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아이폰12 견제에 나섰다. 갤럭시S21의 디자인을 바꾸고, 소프트웨어 성능을 높인 것은 물론 가격까지 낮추며 점유율 회복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조건 없이 빌려쓰는 체험 마케팅도 내세우며 승부수를 띄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다방면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갤럭시S21 시리즈로 압도적인 1위를 굳힐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갤럭시S21 디자인과 성능이 대폭 강화된 만큼 소비자 반응도 좋을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
◇갤럭시S21 첫날 개통량 "S20보다 최대 30% 늘었다"…"성적 양호"24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자급제를 제외한 갤럭시S21 시리즈의 첫날 개통량은 9만~10만대로 추산된다. 갤럭시S20의 첫날 개통량이 7만대 것과 비교하면 최대 30% 늘어난 셈이다. 자급제 물량까지 합한다면 12만여대에 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이동통신 3사는 공식적으로는 첫날 개통량 수치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갤럭시S21 시리즈에 대해 이통3사는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사전예약을 받고 22일부터 사전 개통을 시작했다. 공식 출시일은 29일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갤럭시S21을 예약 판매하는 일주일 동안 매일 평균 3만대 중반으로 총 25만대 정도 판매가 이뤄졌다"며 "이에 자급제 폰까지 더하면 22일부터 사흘 동안 하루 평균 10여만대가 사전 개통된 것"으로 추정했다.
시장에서는 갤럭시 S21의 출발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예약 판매 기간이 갤럭시 S20(12일)보다 5일이 짧았고, 자급제 비중이 크게 늘어난 점 등을 고려하면 연착륙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에 갤럭시S21의 흥행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된 데다 갤럭시S20이 부진하면서 점유율이 주춤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9.5%를 기록하며 1위를 이어갔다. 다만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이 20% 아래로 내려간 것은 10년여 만에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1년 19.9% 점유율을 기록한 이후 줄곧 20%대 점유율을 유지해왔다. 특히 2012~2013년에는 점유율이 30%대로 치솟기도 했다.
반면 애플은 아이폰12 흥행에 힘입어 시장 확대에 속도가 붙었다. 지난해 화웨이를 제치고 점유율 15.5%로 2위 자리에 올랐다. 애플은 아이폰12를 필두로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보다 21% 성장하며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5G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이 삼성전자를 제쳤다. SA는 지난해 5G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가 점유율 29.2%로 1위에 오르고, 애플(19.2%), 삼성전자(15.1%)가 뒤를 이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이폰12가 애플의 첫 5G 스마트폰이라는 점에서 삼성전자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노태문 사장 "갤S21, 반응 좋다"…"진정한 혁신은 삼성이 최고"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최근 삼성전자 뉴스룸을 통해 "(갤럭시S21 시리즈) 사전 준비 과정에서 이통사와 파트너들로부터 새로운 디자인과 프로급 카메라, 매끄러운 통합 사용 경험과 성능에 좋은 반응을 얻었다"라고 말했다.
갤럭시S21 시리즈에는 스마트폰 바디와 메탈 프레임, 후면 카메라가 매끄럽게 이어져 일체감을 주는 '컨투어 컷' 디자인이 적용돼 느낌이 확 달라졌다. 역대 갤럭시 스마트폰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의 5나노 프로세서와 보안 솔루션도 적용됐다. 8K 영상 촬영이나 동영상 편집, 클라우드 게임 등 고사양 고용량의 프로그램도 끊김 없이 즐길 수 있다.
특히 갤럭시S21 울트라는 스마트폰 중 가장 고해상도의 1억800만 화소 카메라를 지원한다. 갤럭시 스마트폰 최초로 각각 광학 3배와 10배의 듀얼 광학 렌즈 시스템을 듀얼 폴디드 형태로 탑재해 피사체와의 거리에 따라 적합한 카메라를 작동해 최상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디지털 줌으로는 최대 100배까지 촬영할 수 있다.
특히 갤럭시S21은 전작 대비 저렴해진 가격으로 외신 등 업계의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갤럭시S21에서 가장 새로운 특징은 가격"이라고 했으며, 텔레그래프는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가격이 소폭 하락했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갤럭시S21 일반 모델은 99만 9900원으로 전작인 갤럭시S20 시리즈보다 최대 24만원 저렴하다. 여기에 이동통신사들도 최대 50만원 가량의 공시지원금을 인상하는 마케팅 경쟁을 펼치고 있어 소비자들은 더 저렴하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가격을 낮추는 것은 코로나19 속 가격 부담을 낮춰 판매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또 아이폰12를 견제하고, 화웨이의 공백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노태문 사장은 "진정한 혁신에 관해서는 삼성이 최고라고 자부한다"며 "올해 삼성은 더욱 강력한 혁신을 추진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가격 하락? "일부 성능 다운그레이드, 원가 절감 했는데 당연"다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있고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기인 만큼 흥행 여부를 결정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다. 전작인 갤럭시S20 시리즈는 비싼 가격과 코로나19로 인해 전작 대비 70% 수준이 판매되는 데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S21 출고가가 인하됐기 때문에 전작 대비 판매는 늘어날 수 있다"면서 "다만 프리미엄폰 시장이 현재 포화 상태인 데다 제품 교체 주기도 갈수록 연장되고 있어 큰 폭의 판매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가격에 대한 반응도 엇갈린다. 원가 절감을 위해 기본 구성품은 간소화하고 일부 스펙을 다운 그레이드했기 때문이다.
우선 유선 이어폰과 충전기 어댑터가 제외됐다. 각각 삼성전자에서 3만원 가량에 판매되는 제품이다. 갤럭시S21과 갤럭시S21+ FHD+ 해상도의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전작 '갤럭시S20'은 전 모델의 WQHD+ 디스플레이 대비 후퇴했다.
램 용량도 낮아졌다. 갤럭시S21과 갤럭시S21+는 8GB, 갤럭시S21 울트라는 12GB 램을 탑재했다. 전작에서는 모두 12GB램이 장착됐다. 가장 가격이 낮은 갤럭시S21의 경우, 후면부도 유리가 아닌 플라스틱 소재다.
◇연말까지 2800만대~ 3200만대 판매 전망…갤S21 흥행 여부, 삼성 모바일 전략에 영향
본격 출격한 갤럭시 S21의 남은 과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적이다. 시장과 업계에서는 갤럭시 S20(약 2600만대)보다 높은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갤럭시 S21이 올해 말까지 2800만대가 판매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나고 프리미엄 스마트폰 교체 수요가 촉진될 경우, 3천만~3200만대까지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갤럭시 S21의 판매량이 예상을 뛰어넘는다면,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전략을 수정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S펜을 적용한 갤럭시 S21이 갤럭시 노트의 니즈를 흡수할 수 있는 만큼 차세대 스마트폰인 폴더블 제품이 더욱 힘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2억 9800만대로 추정된다. 갤럭시A를 중심으로 판매량 증가가 예상되지만, 갤럭시 S21의 성공 여부가 중요하다"며 "화웨이 제재 속에 5G 폰으로 전환 시기인 가운데 갤럭시 S21의 판매 증가가 중저가 모델의 점유율 확대로 연결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