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전향진
가수 전향진(42)은 베테랑급 신인으로 꼽힌다. 지난 2014년 남쪽으로 넘어오기 전부터 북에서 20년 동안 가수로 활동한 덕이다.
최근 트로트곡 '관심 좀 가져줘요' '설악산'으로 정식 데뷔한 그는 "내 이름을 단 노래가 나왔다는 데 하루하루 꿈만 같다"고 했다.
"한국에 온 뒤로 주변에서 '가수가 자기 노래 하나쯤은 갖고 있어야 한다'는 조언을 많이 들었어요. 북에서 주로 국가 등을 찬양하는 노래만 불렀던 터라 '내 노래'라는 개념이 강하게 와닿지는 않았죠."
전향진은 "그동안 한국에서는 이름 높은 가수들 노래만 따라 불렀다"며 "사실 내 노래를 발표했을 때 그걸 따라 불러 줄 사람이 있을까라는 두려움과 걱정도 컸다"고 말했다.
그가 남측에서도 가수 활동을 이어가기로 마음 먹은 데는 팬들 힘이 컸다. 데뷔곡이 나온 뒤로 팬들이 보여 주는 반응은 전향진이 품어 온 두려움과 걱정을 기우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내 노래를 따라 부르는 팬들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더군요. '노래방에 아직 등록이 안 돼 무반주로 열심히 부르고 왔다'는 팬들도 있습니다. 데뷔 앨범을 선물로 받은 팬들이 전하는, '두 곡 밖에 없어 아쉽다'는 말 역시 너무 감사해요."
◇ 두려움 이겨내고 또 다른 도전 마주한 '가수 전향진'
가수 전향진
전향진은 "여전히 너무 기쁜 나머지 '이 노래가 내 노래 맞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그러다가도 어디 가서 '내 노래'라고 말하는 모습에 이제는 당당한 가수라는 자부심도 생긴다"고 덧붙였다.
이번 데뷔곡에 참여한 유명 작곡가 김동찬은 전향진 창법을 두고 "남과 북 특징을 적절히 가미시킨 통일 창법"이라고 호평했다. 그 호소력은 '미스트롯2' '트롯 전국체전' '트로트의 민족' 등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본선에 잇따라 진출하면서 단적으로 입증됐다.
그는 "오디션 현장에 갔을 때 젊은데다 실력까지 뛰어난 도전자들을 보면서 '내가 오지 말아야 할 곳을 왔나'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노래를 접한 제작진과 판정단의 좋은 평가·조언 덕에 도전을 가로막아 온 두려움도 많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전향진은 남측에 내려와 가수로 활동하면서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러한 마음 위에 그는 어느덧 또 다른 도전과 마주할 채비를 마쳤다.
"나에게는 가수 앞에 '탈북' '북한'과 같은 수식어가 늘 따라다녀요. 이러한 꼬리표, 딱지를 모두 떼고 오롯이 '가수 전향진'으로 불리고 싶습니다. 그것이 지금 나의 도전을 이끄는 꿈과 희망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