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한산한 명동 거리. 윤창원 기자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탓에 저소득층의 임금손실률이 더 커 분배 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1일 발표한 '코로나19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임금·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3∼10월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잠재 임금손실률은 7.4%로 추산됐다.
이탈리아·스페인의 강력한 봉쇄 조치(3∼4월)가 우리나라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 해당하고, 2.5·2·1단계는 3단계 강도의 각 50%, 35%, 20% 수준이라고 가정한 결과다. 각 단계별 시행 기간은 1단계가 5.5개월, 2단계는 3.5개월, 2.5단계가 1개월로 전제됐다. 소득 5분위별 잠재 임금손실률은 △1분위 -4.3% △2분위 -2.9% △3분위 -2.2% △4분위 -2.1% △5분위 -2.6%로, 대체로 소득이 적을수록 임금 손실이 컸다.
이에 따라 분배 관련 지니계수와 빈곤 지수는 각 0.009포인트(p), 6.4%포인트 오른 것으로 분석됐다. 지니계수(0∼1)는 값이 클수록 소득 불평등이 심하다는 뜻이고, 임금 분포에서 '중위소득(가운뎃값)의 60%(빈곤선)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인 빈곤 지수도 높아질수록 소득 분배 상황이 나빠졌다는 의미다.
한국은행 제공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차장은 "유의할 점은 이번 연구의 임금손실 등 추정치는 잠재적 최대 손실률로, 실제 현실에서 손실률은 정부의 재정 지원 등의 효과로 이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분석에 사용된 핵심 변수는 개별 취업자의 '봉쇄조치시 근무가능지수'인데, 한국노동패널(2018) 통계와 재택근무 가능 여부, 필수 일자리 여부, 폐쇄 여부 등을 바탕으로 추정됐다. 우리나라에서 이탈리아·스페인과 같은 봉쇄조치가 시행될 경우 근무가능지수는 0.41로 추산됐다. 경제 전체의 노동공급이 59% 감소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업종별로는 도소매, 숙박음식, 예술·스포츠·여가 업종, 직업별로는 서비스·판매 종사자와 저숙련 일자리, 개인 특성별로는 남성, 임시·일용직, 저학력 계층의 근무가능지수가 더 낮았다. 이런 근무가능지수의 차이는 결국 저소득층의 임금 손실률이 더 큰 결과로 이어졌다.
근무가능지수와 봉쇄조치 시행기간, 상용직 여부 등을 반영해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에서 강력한 봉쇄조치가 1개월 동안 시행되면 전체 노동 공급은 4.9%(해당월 기준 59%), 임금도 2.6%(해당월 기준 31.2%)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됐다.
근무가능지수와 마찬가지로 대면서비스업, 저숙련직, 남성, 임시 일용직, 저학력, 저소득층에서 임금하락 폭이 컸다. 오삼일 한은 차장은 "코로나19와 거리두기에 따른 소득분배가 악화한 만큼 코로나19 피해가 집중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더 선별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