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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뿐이던 세상 무너졌다" 모텔 방치 사망 피해자 여자친구의 편지

부산

    "둘뿐이던 세상 무너졌다" 모텔 방치 사망 피해자 여자친구의 편지

    부산 모텔 방치 사망 사건. 김봉근 기자

     

    "5년 짝사랑이 이제야 사랑이 됐는데, 사계절도 함께 보내지 못하고 오빠를 보내버린 나는 슬픔을 달랠 틈도 없이 사건 해결에 뛰어들었고 가해자들의 추악함을 마주했어"

    부산에서 몸싸움 도중 쓰러진 남성을 모텔로 옮겨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의 피해자 여자친구가 쓴 편지글이 온라인에서 확산하고 있다. [관련기사=1.26 노컷뉴스 '"엄벌 원한다" 모텔 방치 사망 사건 유족, 법정서 눈물 호소"]

    여자친구 A씨는 글에서 먼저 지난해 10월 사건으로 숨진 B씨를 처음 발견했을 당시 충격과, B씨를 향한 애틋함을 드러냈다.

    A씨는 "3달 전 눈앞에 차갑게 식어있던 오빠(숨진 B씨)의 몸을 만지며 신발도 신지 못하고 뛰쳐나가 119를 부르던 그 날. 소방관에게 제발 살려달라며 무릎 꿇고 빌었던 그 날 오빠와 나 둘뿐이던 내 세상은 무너졌다"고 운을 뗐다.

    이어 "중학교 선배던 오빠는 내 첫사랑이었다. 오빠가 우연히 같이 탄 수련회 버스에서 '너 너무 귀엽다'고 말한 그 한 마디를 6년이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한다"며 "고등학생이 되며 만날 길이 없었지만, 지난해 4월 우연히 다시 만나 우리는 연인이 됐고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가 됐다"고 말했다.

    또 "오빠는 늘 자기 자신보다 남을 위한 삶을 살았다. 우산이 하나밖에 없어도 비를 맞고 가는 할머니에게 우산을 건넬 만큼 마음씨가 착했다"며 "나는 그런 오빠와 결혼하고 싶었고 함께 할 미래를 꿈꾸며 너무 행복했지만, 오빠는 이제 내 곁에 없다"고 덧붙였다.

    여자친구 A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A씨는 사건 이후의 고통과 가해자를 향한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A씨는 "그 사건이 아니었다면 함께 했을 크리스마스와 연말에도 나는 심리치료를 받으러 다녀야 했고, 오빠를 그렇게 만든 사람들을 사무치게 미워하며 엄벌탄원서를 받으러 다녔으며, 난생처음 가본 추모공원에 걸린 오빠 사진을 보고 목놓아 울어야 했다"며 슬픔을 드러냈다.

    이어 "가해자 다섯 명은 오빠의 아르바이트 동료였고, 오빠는 '밤 시간대가 무섭다'는 동료를 위해 시간을 바꿔 줄 정도로 그들을 위했지만 그들로 인해 오빠를 다시는 볼 수 없게 됐다"며 "가해자들은 장례식장에 와 '폭력은 전혀 없었고, 자기 혼자 머리를 부딪친 것 같다'며 유족을 우롱했지만 폐쇄회로(CC)TV는 진실을 말해주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주 가해자는 범행을 부인하다가 영상이 밝혀지자 폭력을 인정하며 '술을 먹고 언성이 높아져 때렸고 잠을 자길래 모텔에 재웠다'고 진술했지만, 가게에 있던 사람들은 '단 한 번도 언성이 높아진 적 없었다'고 했다"며 "영상에서 오빠는 택시를 타고 집에 가려고 했지만, 가해자가 갑자기 오빠를 잡고 일방적으로 폭행을 시작했다. 한 번도 누구와 싸워본 적 없던 오빠는 때리지 않고 계속 가만히 있더라"고 주장했다.

    이어 "심지어 동료 모두 오빠가 쓰러진 것을 봤고, 의식이 없음을 인지했지만 그 사람들은 오빠를 그저 눕혀놓고 '어쩌지'하며 모의를 하고 있었다"며 "이후 그들은 오빠를 짐짝처럼 옮겼고 그러다가 떨어트리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연락이 끊겨 이상함을 느낀 내가 오빠에게 전화 수십 통을 했지만, 오빠 폰을 가지고 있던 가해자 중 한 명은 의도적으로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들이 전화만 받았어도 오빠는 지금쯤 내 곁에 있을까?"라며 "그 순간 내가 달려나가 오빠를 병원에 데려갈 수라도 있었다면,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지만 하루에도 수백 번씩 이런 생각을 한다. 다음 날 아침에야 온 연락을 받고 뛰어간 곳에서 나는 이미 숨이 멎어 온몸이 굳은 오빠를 마주했다"고 말했다.

    A씨는 현재 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해자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일행 4명 모두에게 합당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진환 기자

     

    A씨는 "진심 어린 사과 한 번 하지 않은 가해자들이 첫 재판이 열리기 하루 전날에서야 '사과하고 싶다'며 연락이 왔다. 오빠에게 미안해서가 아닌, 어떤 큰 벌을 받게 될지가 무서웠던 거라고 생각한다"며 "다음 달 또 한번의 재판이 열린다. 그때는 오빠가 조금이라도 덜 억울할 수 있게 다섯 명 모두 응당한 벌을 받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내게는 전부였던, 그리고 너무 사랑했던 우리 오빠. 힘들고 어려운 건 내가 다 할 테니 오빠는 그곳에서 먼저 행복해주라"라며 "나도 가해자들이 마땅한 벌을 받으면 꼭 행복해지겠다고 약속할게. 우리 꼭 다시 만나자"라며 글을 맺었다.

    지난 1일 오전 게시된 이 글은 이틀 만에 공감 2만 건과 댓글 8천 개, 공유 2천 건이 넘는 등 온라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네티즌들은 "더 이슈화돼 꼭 최고형을 받았으면 한다", "너무 안쓰럽고 화가 나면서 슬프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범죄자들은 꼭 죗값 치르길 바란다"는 등 반응을 보였다.

    이 사건 피해자 B씨는 지난해 10월 14일 오후 11시 30분쯤 함께 술을 마시던 C(23)씨로부터 폭행당해 후두부 골절상 등을 입고 의식을 잃었지만, 병원이 아닌 인근 모텔로 옮겨졌다가 다음 날 숨진 채 발견됐다.

    C씨는 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이 진행 중이며, 당시 B씨를 모텔로 옮겨 방치한 일행 4명은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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