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불에 탄 은행권(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곰팡이 등으로 훼손된 은행권, 손상주화, 습기 등으로 훼손된 은행권. 한국은행 제공
지난해 서울에 거주하는 은 모씨는 아파트에 화재가 나면서 불에 탄 지폐 3100만원을 새 돈으로 교환해 갔다.
전북에 사는 김 모씨는 스티로폼 상자에서 습기와 곰팡이로 훼손된 지폐 2800만원을 바꿔 갔다.
한국은행이 3일 공개한 '2020년 손상화폐 폐기·교환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교환된 손상화폐는 모두 4720만장(액면금액 106억 9천만원)에 이른다.
지폐(은행권)는 16만 7400장이 교환됐다. 5만원권이 6만 9900장으로 가장 많고 1만원권 5만 4900장, 1천원권 3만 8100장, 5천원권 4400장 순이었다.
장판 밑 눌림, 습기에 따른 부패 등 '부적절한 보관'으로 지폐가 손상된 사례가 가장 많았다. 화재와 세탁·세단기 투입 등 '취급 부주의'도 주요 원인이었다.
지폐가 아닌 손상 주화의 경우 지난해 100원짜리 2630만개 등 모두 4700만개(67억 5천만원)가 교환됐다.
손상이 심해 지난해 한은이 폐기한 화폐는 6억 4260만장(4조 7644억원)으로 2019년 보다 장수 기준으로 0.3% 늘었다. 2009년 이후 최다 기록이다.
지폐 6억 850만장(4조 7614억원)이 폐기됐고, 이 가운데 67%가 1만원권(4억 760만장)이었다. 1천원권(1억 6800만장·27.6%)이 두 번째로 많았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폐기된 지폐는 5t 트럭 114대 분량이고, 낱장으로 이었을 때 총 길이가 8만 7967㎞로 경부고속도로를 약 106차례 왕복할 수 있다.
한은은 2007년부터 발행된 신규 1만원권의 유통수명이 도래한데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손상 화폐를 적극 폐기한 탓에 지난해 화폐 폐기가 늘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