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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억울한 옥살이 누명 벗었다" 낙동강변 살인사건 무죄(종합)



부산

    "21년 억울한 옥살이 누명 벗었다" 낙동강변 살인사건 무죄(종합)

    낙동강변 살인사건 피고인 2명에 대한 재심 선고 재판서 원심 파기하고 무죄 선고
    문재인 대통령 "35년 변호사 하면서 한이 남는 사건"
    "체포 과정에서부터 자백에 이르기까지 불법적인 절차…증거 능력 인정할 수 없어"
    "인권의 마지막 보루로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점에 대해 피고인과 가족들에게 사과"
    고문 피해자 "오늘 같은 날 학수고대…고문경찰관은 용서 못 해"

    재심을 통해 누명을 벗은 최인철(좌), 장동익(우)씨. 박중석 기자

     

    경찰 고문에 못 이겨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21년 7개월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이른바 '낙동강변 살인사건'의 피고인 2명이 31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심 재판부는 법원이 인권의 마지막 보루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 한 점에 대해 피고인과 가족들에게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고문이나 가혹행위에 따른 허위 자백이 이뤄졌다"…31년 만에 벗은 누명

    부산고법 제1형사부(곽병수 부장판사)는 4일 오전 낙동강변 살인사건의 피고인 최인철(60)씨와 장동익(63)씨의 재심 청구 선고 재판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가 무죄로 뒤집은 이들의 혐의는 특수강도와 감금, 강도살인, 강도상해, 강도강간 등의 혐의다.

    재판부는 경찰의 체포 과정에서부터 자백에 이르기까지 불법적인 절차가 있었던 것으로 미뤄 최씨와 장씨는 물론 피해자 등의 진술을 증거 능력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체포나 압수가 영장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닌 불법한 절차였다"며 "피고인들의 일관된 진출이나 당시 범행도구로 사용된 흉기의 변동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보면 고문이나 가혹행위에 의한 허위 자백이 이뤄졌다는 진술은 충분히 믿을만하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당시 고문이나 가혹행위를 받았다고 하면, 경찰에서의 자백은 증거능력이 없다"며 "경찰에서의 자백이 검찰 단계에서의 진술에 영향을 미쳤을 것임으로 피고인들의 당시 자백 또한 증거 능력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나머지 증거들도 유죄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최인철씨의 공무원 사칭 등의 일부 혐의는 유죄로 보고 6개월 선고유예를 내렸다.

    재심 선고 전 최씨와 장씨가 긴장된 표정을 하고 있다. 박중석 기자

     

    ◇재판부 "인권의 마지막 보루로서 역할 못 해…피고인과 가족들에게 사과"

    이날 주요 혐의에 대해 원심을 뒤집고 무죄 판결을 내린 재심 재판부는 사법부를 대신해 피고인들에게 사과했다.

    재판부는 "경찰에서의 가혹행위와 증거가 법원에서 제대로 걸러지지 않아 피고인들이 21년 넘는 기간 수감하고 그로 인해 가정과 본인들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위로했다.

    이어 "법원이 인권의 마지막 보루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피고인과 가족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오늘의 판결이 위로가 되고 명예회복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31년 한 풀었다"…"저 같은 사람 또 나오지 않길"

    살인범 누명을 벗은 최씨와 장씨의 표정에는 회한이 서려 있었다.

    최씨는 "검찰이 무죄를 구형해 무죄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잠을 못잤다"며 "지금 누명을 벗었다고 생각하니, 앞으로 다른 일을 해 나갈 수 있도록 힘을 내겠다"고 말했다.

    장씨는 "집을 나설 때 2살과 29살이었던 딸과 아내가 (감옥에서 나오니) 24살과 51살이 되어 있었다"며 "기나긴 세월을 참고 오며 오늘 같은 날을 학수고대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앞으로 저와 같은 사람이 있어서는 안되고, 한 발 앞서 그 사람들 대신 해야 할일을 하겠다"고 했다.

    ◇"그 사람들은 저희에게 악마" "고문 경찰관 용서 못 해"

    최씨와 장씨는 자신들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운 고문 경찰관들을 용서하지 않는다고 했다. 고문 경찰관들은 지금까지 자신들에게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최씨는 "세상이 바뀌다 보니, 가족들에게 슬픔을 주지 않기 위해 복수보다 관용을 베풀려고 했다"며 "하지만, 그들은 재판에서까지 부인을 하고 우리 사건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사람들은 저희한테 악마"라며 "절대 용서란 없다"고 강조했다.

    장씨는 "우리를 이렇게 만든 경찰관들은 합법적인 가정 파괴범"이라며 "재심 결정나고 용서한다고 말했지만, 어느 경찰관 하나 손을 내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선고 이후 최씨와 장씨가 가족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박중석 기자

     

    이와 관련해 최씨 등의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두 분의 의견을 들은 뒤 고문 경찰관들을 위증을 고소하는 것과 함께 국가손해배상 소송의 피고로 삼을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 "한이 남는 사건"…낙동강변 살인사건은?

    낙동강변 살인사건은 1991년 1월 4일 새벽 2시쯤 부산 사하구 낙동강변에서 차를 타고 데이트를 하던 남녀가 괴한들에게 납치돼 여성은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되고 남성은 상해를 입은 사건이다.

    사건발생 10개월 뒤 경찰은 최씨와 장씨를 살인 용의자로 검거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앞서 1989년 12월 초 사하구 낙동강변에서 차량 안에 있던 남녀를 위협해 금품을 빼앗고 감금한 특수강도 혐의도 적용했다.

    이후 검찰을 통해 재판에 넘겨진 최씨 등은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당시 이들의 항소심과 상고심을 담당한 변호사가 문재인 대통령이다.

    최씨 등은 검찰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경찰로부터 고문을 당해 허위 자백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2016년 이 사건을 다룬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35년 변호사를 하면서 한이 남는 사건"이라고 한 적이 있다.

    최씨와 장씨는 21년 넘게 옥살이를 한 뒤 지난 2013년 모범수로 출소했다.

    최씨 등은 2017년 재심을 청구했지만 2년 넘게 재판이 열리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 2019년 4월 대검 과거사위원회가 이 사건에 대해 '고문으로 범인이 조작됐다'고 발표하면서 재심 논의에 불을 붙였다.

    과거 최씨 등의 항소심 변호인 선임 관련 문서에 '변호사 문재인'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박중석 기자

     

    최씨 등은 재심 요청 의견서를 다시 법원에 제출했고, 부산고법 형사 1부는 이 사건의 재심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6차례에 걸친 심문을 진행했다.

    하지만, 고문 경찰관으로 지목돼 재판장에 증인으로 나온 전·현직 경찰관들은 "고문한 사실이 없다"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진술로 일관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1월 6일 "진술과 관련 증거 자료 등으로 볼 때 재심 사유가 충분하다"며 재심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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