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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남대문시장…"소매상 매출감소에 도매상도 직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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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의 남대문시장…"소매상 매출감소에 도매상도 직격"

    • 2021-02-06 09:38

    외국인 관광객 끊겨 엎친데 덮친격…"코로나로 주저앉아"

    4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중앙로에서 문을 닫은 가게들에 검은 천이 덮여 있다. 연합뉴스

     

    "나가고 싶어도 계약 기간 중간에 나갈 수가 없어서 마지못해 버티는 사람들도 많아요. 밥값도 가겟세도 다 대출받아서 겨우 내고 있어요."

    서울 남대문 중앙상가 1층에서 만난 방모(62)씨는 한숨을 쉬었다. 10년째 이곳에서 의류 도소매업을 해왔다는 그는 "이번 주 내내 옷 1장 팔았다"며 "한 달 순수입이 10만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설 연휴를 일주일여 앞둔 지난 3일과 4일 둘러본 남대문시장은 서울 대표 재래시장답지 않게 썰렁했다. 도매시장이라면 가장 분주해야 할 오전 6시께에도 문을 열지 않은 상점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시장 길가에서 차량에 물건을 싣던 이모씨는 "지금 문을 닫은 상점들은 대부분 장사를 그만뒀거나 쉬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옛날엔 자리가 좁다며 서로 시비도 있었는데 요즘은 가게들이 문을 안 열어서 듬성듬성하니까 널찍해서 좋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남대문시장 상인들은 "몇 년간 납품하던 가게에서 거래가 끊겨 덩달아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자영업자들에게 가해진 경제적 충격이 도매시장으로도 고스란히 전해진다는 뜻이었다.

    횟집과 일식집에 수산물을 납품하는 김모씨는 "코로나 때문에 납품하던 가게 중 문을 닫은 곳도 있고 주문량이 대폭 줄었다"면서 "수십년간 이곳에서 장사했던 도매상들도 버티지 못한다"고 말했다.

    30년째 액세서리 도매업을 해온 박모(68)씨의 가게도 대학가와 명동 상권의 몰락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박씨는 "매출은 코로나 이전 10분의 1도 안 되고 전혀 없는 수준"이라며 "아침 7시부터 저녁 5시까지 그냥 앉아만 있다"고 했다.

    남대문시장을 떠받치던 또 다른 축인 외국인 관광객이 끊긴 영향도 컸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남대문시장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13개 시·도 33개 관광특구 중 '명동·남대문·북창 관광특구'로 인근 지역과 함께 묶여 있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자 내수만으로 굴러가던 시장보다 타격이 더욱 컸다.

    시장 칼국수 거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옥희(69)씨는 "원래 손님은 중국이나 일본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 근처에서 온 회사원, 물건 떼러 온 사람들이었다"면서 "매출이 3분의 1 정도로 줄어 직원 숫자도 줄였고, 그나마 있는 직원은 가장 붐비는 점심시간에만 잠깐 나오게 하고 있다"고 했다.

    상인들은 남대문시장의 미래에 회의적이었다. 지난해 12월엔 남대문시장에서 40년간 영업해 온 한 식당이 문을 닫았다. 식당 주변 상인들은 "가게 주인이 내색은 안 했지만, 많이 힘들어했다"며 폐업 이유로 코로나19를 꼽았다.

    남대문 꽃시장에서 만난 이모(64)씨는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올가을 안으로 시장 가게들의 90%는 문을 닫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꽃 도매업을 하는 그는 결혼식과 졸업식이 사라진 영향으로 20년 이상 계약을 이어오던 가게와도 거래가 끊겼다고 했다.

    냉동 수산물을 파는 김모(68)씨는 "남대문 시장은 늙어가고 있다. 손님들 나이는 점점 많아지는데 젊은 손님들이 시장에 새로 유입되진 않는다"면서 "그러다 코로나19로 폭삭 주저앉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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