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김범수 의장. 카카오 제공
카카오를 창업한 김범수(55) 이사회 의장이 자신의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8일 선언했다. 국내 대기업 총수 가운데 사실상 처음 나온 재산환원 선언이다.
김 의장의 재산은 개인 명의로 보유한 카카오 주식 1250만주(전날 종가 기준 5조 7천억원) 등 총 10조원이 넘어 기부 의사를 밝힌 '재산 절반'은 5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기부금 사용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대신 "카카오가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사람을 찾고 지원해 나가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 신년 카톡 메시지 통해 "사회 문제 해결 위해 기부" 선언김 의장은 이날 카카오 및 계열사 전 임직원에게 보낸 신년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격동의 시기에 사회문제가 다양한 방면에서 더욱 심화되는 것을 목도하며 더이상 결심을 더 늦추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다짐은 공식적인 약속이 될 수 있도록 적절한 기부서약도 추진 중에 있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지난해 3월 카카오톡 10주년을 맞아 "기업이 선한 의지를 갖는다면 확실히 더 나은 세상이 되는 데에 더 근접할 수 있다"며 "조금 더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문제해결 방법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 바 있다.
앞서 2017년 인터뷰에서도 "제 노력보다 훨씬 많은 부를 얻었기 때문에 그 이상은 덤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 "사용처는 고민 중"…"사회문제 해결 위해 사람 찾고 지원할 것"김 의장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할지는 이제 고민을 시작한 단계"라면서 "카카오가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사람을 찾고 지원해 나갈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영역에서 비대면이 강화되는 상황과 급격한 기술 발전이 겹쳐지면서 세상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영역으로 빠르게 진입했다"며 "이제 시작에 불과할 수 있는 이번 변화의 물결은 세상을 어느 곳으로 이끌고 갈지 두렵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점점 기존의 방식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가 많아지면서 함께 지혜를 모아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조만간 더 깊은 소통을 할 수 있는 크루 간담회도 열어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의 재산은 개인 명의로 보유한 카카오 주식 1250만주만해도 전날 종가 기준으로 5조 7천억원에 달한다. 그가 소유한 케이큐브홀딩스의 994만주를 합치면 10조 2천102억원에 달한다.
김 의장은 1998년 한게임을 창업해 2000년 네이버와 합병시킨 다음 NHN 공동대표를 맡다가 2007년 물러나 미국으로 떠났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2010년 카카오톡을 내놓았고, 2014년에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인수했다.
◇ 평소 기부에 '적극' 최소 5조 추산…자녀 '승계 논란' 사그러들 듯
"김 의장은 기부에 적극적인 기업인으로 유명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얘기다. 연말연시 등에 기업 명의로 이뤄지는 통상의 기업 기부와 달리, 그는 본인 보유 주식을 활용해 수시로 기부해 왔다.
주식 기부는 2016년 7월 사회적 기업가를 발굴해 지원하는 아쇼카 한국재단에 주식 1만주를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이어졌다.
지난해엔 연초 코로나19 피해자에게 1만 1천주를 기부했다. 여름엔 집중호우 이재민을 돕는다며 10억원치의 카카오 주식을 내놓았다. 이어지는 주식 기부 탓에 김 의장의 카카오 지분율(현재 13.74%)은 갈수록 줄고 있다. 김 의장은 그간 기부 외 차익실현 등 목적으로 주식을 판 적은 없다.
김 의장의 이번 통큰 기부 선언으로, 두 자녀에게 각각 6만주씩 증여해 논란이 됐던 '승계' 이슈는 사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관계자는 "김 의장이 자식 승계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고, 평소 가족들에게 기부 소신도 밝혀 왔다"며 "최근 친인척에 대한 주식 증여는 이번 기부 선언의 사전 정리 차원으로 봐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