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자료사진.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황진환 기자
"명절도 PC방에서 자야죠. 왜냐하면 저희가 철문이 없는데 철문도 뜯고 컴퓨터 부품을 훔쳐간다 그러더라고요. 혹시 집에 가더라도 CCTV는 계속 틀어놓고 자죠."
A(34)씨가 운영하는 경기도 부천의 한 PC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발생한 뒤 매출이 절반이나 줄었다. 24시간 하던 영업은 방역 조치에 따라 오후 9시로 제한되면서 매출이 또 30%나 빠졌다.
그런데 지난달 9일 문을 잠그고 퇴근한 뒤 PC방에 도둑이 들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힘든데 PC방에 두고 간 현금 300만 원가량을 도난당했다.
3년 반째 150석 규모의 PC방을 운영하는 A씨는 "코로나로 아주 힘들다"며 "임대료는 비싼데 안 내려준다"고 토로했다.
이어 "어차피 PC방을 하면서 명절을 제대로 챙긴 적이 한 번도 없어 상관없다"며 "근처에 부모님이 사셔서 못 뵈러 가고 그런 건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오산경찰서는 부천과 용인, 고양 일대 PC방 5곳을 돌며 560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로 20대 남성 B 씨를 구속해 지난달 22일 검찰에 송치했다.
PC방 자료사진.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황진환 기자.
◇심야 영업 제한된 PC방, 절도범 타깃…고가 부품도 훔쳐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심야 영업이 제한된 PC방을 대상으로 한 절도 사건이 경기도 일대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부천원미경찰서는 새벽에 부천과 하남, 김포, 양주 등지를 돌며 PC방에 침입해 메인보드·CPU·RAM 등 컴퓨터 부품 수천만 원 상당을 훔친 혐의로 C(54)씨를 긴급 체포했다.
C씨는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PC방 내부에 있던 CCTV 본체까지 뜯어가기도 했다.
의정부경찰서는 지난달 20일 오전 3시쯤 PC방 문을 부수고 침입해 카운터에 있는 현금과 함께 금고 1개를 통째로 들고 나가 400만 원 상당을 훔쳐 달아난 10대 2명을 붙잡았다.
경찰은 이들 모두 평소 24시간 영업을 하던 PC방의 영업시간이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이후 오후 9시까지로 단축된 틈을 노려 범행한 것으로 보고있다.
환금성이 좋은 고가의 컴퓨터 부품이 많은 점도 절도범의 타깃이 됐다.
경찰 관계자는 "심야 영업 제한 조치 이후 수도권 전체 PC방에 해당되는 사안으로 보여진다"며 "그간 24시간 영업을 하다가 문 닫고 집으로 들어가니까 표적이 되지 않았나 보고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컴퓨터의 중요한 부품들이 가격이 좀 있다 보니까 부품을 훔쳐갔다"면서 "잠금장치 등 보안장치를 강화하고 CCTV도 설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최근 수도권 일대 24시간 무인 점포들도 잇따라 털렸다. D(17) 군 등 3명은 지난달 20일 성남시 분당구의 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어가 현금 계산기를 부수는 등 최근까지 서울과 용인, 분당 등 수도권 일대 무인 점포 10여곳을 턴 혐의로 검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