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
서울 아파트 전셋값 최근 상승폭이 줄고 있다. 수도권에서도 전셋값이 최고점을 찍고 하향 조정되는 단지들이 느는 추세다.
품귀 현상을 빚던 전세 물건도 점점 쌓이고 있어 전셋값이 하향 조정국면에 진입한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0% 올라 3주 연속(0.13%→0.12%→0.11%→0.10%) 오름폭을 줄였다. 수도권 전셋값 역시 0.22% 올라 전주(0.23%)보다 오름폭이 둔화했다.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전셋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수도권 입주 물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서울과 수도권의 고가 단지 위주로 매물이 누적되고 있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세 물량은 13일 기준 2만1629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7월 4만건 수준이던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새 임대차법 시행 후 급감하기 시작해 10월 초 1만건 미만까지 줄었다가 11월 1만2000건, 12월 1만5000건, 올해 1월 2만건 등으로 점차 증가 추세다. 경기도 역시 작년 8월(이하 11일 기준) 2만7327건이던 전세 물건이 9월에는 1만5976건, 10월에는 1만647건 등으로 줄었다가 11월 1만5153건로 반등해 12월 1만9808건, 올해 1월 2만2409건, 이달 2만3455건으로 점점 매물이 쌓이고 있다.
매물이 쌓이면서 전셋값이 최고점을 찍고 내린 값에 계약되는 사례가 서울과 수도권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84.9㎡는 이달 보증금 16억원(4층)에 전세 계약서를 써 작년 12월 18억원(15층) 최고가 계약 이후 2억원 낮은 값에 거래가 성사됐다. 강북권에서도 마포구 북아현동 두산 59㎡는 지난달 보증금 5억원(5층·8층)에 2건 계약이 이뤄진 뒤 이달 5일 4억5000만원(15층)에 비슷한 층이 계약되는 등 값이 5000만원 내렸다. 마포구 아현동 N중개업소 관계자는 "그동안 오른 전셋값을 감당할 수 없는 세입자가 늘어나면서 전세 매물이 조금씩 쌓이고 있고, 자금 사정이 안되는 집주인들이 가격을 몇천만원씩 내리는 등 가격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한형 기자
경기도 아파트 전셋값도 폭등 끝에 소폭이나마 조정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말부터 매맷값과 전셋값이 크게 오른 남양주시에서는 별내동 신안인스빌 84㎡의 경우 이달 8일 4억80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해당 평형은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오르기 시작해 지난해 12월 5억8000만원까지 오르는 폭등세를 보였다가 지난달 16일 5억원(5층), 이달 4억8000만원까지 내려가며 전셋값이 지난해 8월 수준으로 진정되는 분위기다. 고양시 덕양구 동산동에 있는 동산마을22단지 호반베르디움 84㎡도 지난달 30일 5억원(2층)에 계약되는 등 전세 가격이 내렸다. 해당 평형 전세는 지난해 11월 6억1500만원(15층)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12월 5억8000만원(10층)으로 재조정된 뒤 이달 5억원까지 떨어졌다. 하남·수원·화성·용인·시흥·안양시 등 지역에서도 최고점 대비 최근 전셋값이 수천만원씩 떨어진 단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설 연휴 직후부터 수도권 입주 물량이 다소 늘어나는 것도 전세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설 연휴 직후인 2월 셋째 주부터 다음 달 말까지 전국에서 아파트 7만9819가구(임대 제외)가 분양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분양 물량(2만2256가구)에 비해 3.6배로 늘어난 것이다. 수도권에서만 총 분양 물량의 절반이 넘는 4만916가구(51.3%)가 공급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분기 수도권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5만4000여가구로, 지난해 1분기보다 약 1만가구(23.7%) 증가했다.
2·4 공급대책 직후 아파트 매매·전셋값 오름폭이 줄어든 것도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국 아파트값은 새해 들어 1월 3∼4주 상승률이 모두 0.29%를 기록했다. 그러다가 이달 들어 1주 0.28%, 2주 0.27%로 2주 연속 상승폭이 작아졌다.
그러나 설 연휴 이후 전셋값 안정 등 부동산 시장이 하향 조정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고 기대하기엔 아직 성급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의 전셋값 조정은 이미 높은 수준으로 오른 상태인데다 하락세가 강한 것도 아니어서 전셋값이 본격적인 하향 안정세로 돌아선 신호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비관론을 펴는 전문가들은 정부가 예고한 3기 신도시 및 수도권 공급대책 영향으로 청약을 기다리는 수요가 늘면서 임대차 시장에 머무는 전월세 수요가 많아졌고, 올해 재건축·재개발로 인한 이주 수요도 적지 않아 전셋값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기대 이상의 물량 공급을 약속한 2·4 부동산 대책의 약발이 부동산 시장에 얼마나 먹힐지도 미지수다.
정부가 전국적으로 83만 가구, 서울에는 32만 가구 공급을 약속했지만 아직은 명확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고 있어 오히려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형국이다. KB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2월 첫째주 수도권 주요 1급지 아파트값의 상승률은 대부분 한주 새 1%대 안팎으로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최근 34주째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특히 2·4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거래 절벽이 우려됨에 따라 신축 아파트가 급격한 오름세를 타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면 정부가 속도감있게 대책을 추진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시장에 공급이 대폭 늘어난다는 신호를 강하게 보내고 계획대로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경우 무주택자의 심리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