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금융위원회가 추진중인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에 대해 한국은행은 "명백한 빅브라더(사회 감시·통제 권력)법"이라며 관련 규정 삭제를 요구했다.
전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부가 금융결제원에 수집된 네이버 등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모든 고객 거래정보에 별다른 제한없이 접근해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을 문제삼고 나선 것이다.
한은은 17일 전금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금융위가 이용자 보호와 거래 투명화를 이유로 빅테크 거래정보 수집하겠다는 것은 가정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모든 가정에 CCTV를 설치해놓고 지켜보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며 "세계 어느 정부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가 추진하는 전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빅테크 업체들은 고객의 모든 전자지급거래 정보를 금융결제원에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금융위는 금융결제원에 무차별적으로 수집된 빅테크 거래정보에 대해 별다른 제한없이 접근할 수 있다. 금융결제원에 대한 감시·감독·규제 권한 등을 갖고 자료 제출을 명령하거나 직접 검사도 할 수 있다.
개정안은 또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한 금융실명제법 제4조, 개인신용정보 이용 제한 제33조, 개인정보보호법 제 18조 등 관련 법률 적용을 면제받도록 하고 있다.
한은은 "전금법 개정안은 지급결제시스템을 빅테크 업체의 거래정보 수집에 이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구축해 놓은 시스템을 소비자 감시에 동원하는 것"이라며 "지급결제시스템을 최종 책임지는 중앙은행으로서 시스템이 빅브라더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이런 개정안 조항에 대한 법률 검토를 국내 법무법인 두 곳에 의뢰해 "빅브라더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A법무법인은 "본건 법률안은 청산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빅테크 내부거래 정보에 대해 금융위원회에 광범위한 접근 권한을 부여하므로 빅브라더 이슈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B법무법인은 "전자지급거래 청산기관을 통해 빅테크 기업의 내부거래 청산이 이뤄짐에 따라 전자지급거래 청산기관에 빅테크 기업 이용자의 이용자 정보(성명·아이디 등), 거래정보(이용매체·상대방 등), 예탁금(포인트 등) 등 과도한 정보가 집중되는 경우 빅브라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