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법사위원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윤창원 기자
4·7 재보궐 선거를 50일 앞둔 여야의 신경전이 거세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과거 보수정권 당시의 국가정보원 불법사찰을 꺼내들자 국민의힘은 거짓말 논란을 일으킨 김명수 대법원장을 겨냥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17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법사위 출석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野 "대국민 거짓말한 김명수야말로 탄핵 대상"국민의힘은 김 대법원장이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의원면직 수리와 관련해 공식 석상에서 여러차례 거짓말을 했다며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고등법원 부장판사 사퇴 종용 의혹은 환경부 블랙리스트로 실형을 선고받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패턴이 똑같다"며 김 대법원장이야 말로 "탄핵의 대상"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성 훼손 우려로 인해 함부로 입법부의 수장을 국회로 부를 수는 없다며 반박에 나섰다.
김도읍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 등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이 17일 국회 본청 앞 로덴더홀에서 김명수 대법원장과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윤창원 기자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박근혜 정부 사법농단 사태 때도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의 출석을 요구하지 않았었다며 "대법원장의 출석을 요구하는 것이야말로 사법부의 정치화를 초래할 수 있는 행위"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거센 출석 요구에도 의석 부족으로 김 대법원장의 법사위 출석 요구안을 가결시키지 못하자 국회를 떠나 대법원으로 향했다.
이들은 김 대법원장에게 "인사권을 전횡하고 있다", "대국민 사과부터 해야 한다", "사퇴를 안 한다는 것인가" 등의 질타를 쏟아부었다.
김 대법원장은 간간이 언론 보도가 잘못됐다거나 논란이 된 사실에 대해 잘 몰랐다고 답변을 하면서도, 대법원장 직에서 물러날 수 없다며 대부분의 질문에 침묵을 지켰다.
◇與 "靑 지시로 국정원장이 조직적 운영…MB 정무수석 박형준도 해명해야"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민주당은 전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한 차례 갑론을박이 펼쳐졌던 이명박 정부 시절의 국가정보원 불법사찰 의혹을 재조명하며 압박을 이어갔다.
민주당 정보위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가진 대통령비서실에서 정보기관에 지시해 정보기관의 수장이 업무를 조직적으로 운영한 것"이라며 "결국은 자료 제출 요구와 특별법까지 나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법사찰이 박근혜 정부로까지 이어졌을 가능성과 관련해서도 "2009년 12월16일에 정치인에 대한 사찰 등을 지시했는데 이것을 하지 말라고 중단 지시를 내린 것이 없다"며 "개연성이 있고, 여러 가지 정황상 의구심은 있지만 아직까지 파일을 열람하지 않았기 때문에 확실하게 답변할 수 없다는 것이 박지원 국정원장의 답변"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부산시장 보궐선거 경선에 출마한 박형준 예비후보가 이명박 정부 당시 정무수석이었던 점도 활용하고 있다.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인 정태호 의원은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서 "박 예비후보가 당시에 정무수석이었으니 본인의 이런 내용도 스스로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약 발표 기자회견 하는 박형준 예비후보.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국정원의 사찰 대상에 자당 의원들도 포함된 탓에 민주당의 움직임을 전적으로 비난하지는 않았지만, 전수조사 범위에 민주당 정권이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의 국정원 활동도 포함시키자고 대응에 나섰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정원 불법 사찰에 대한 특별법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국회에서 그걸 결정해주면 편하겠다는 얘기"라고 답했다. 국민의힘도 기본적으로는 이번 사건의 진상규명에 동의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국민의힘은 국정원의 사찰이 어느 정권을 가리지 않고 지속됐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김대중 정부까지 조사 범위를 넓히자고 주장 중이다.
정보위 국민의힘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이명박 정부 이전에는 없었겠느냐"며 "노무현 정부 때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민정수석이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성일종 의원은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민간인 사찰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김대중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다 조사를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