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불법 사찰 논란을 두고 여야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 지시로 국정원이 불법 사찰을 벌인 사실이 드러나자, 야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의 사찰 여부도 공개하자고 맞불을 놨다.
민주당은 18일 국정원에서 MB 정권의 불법 사찰 정황을 인정한 점을 토대로 정보위 의결 등을 통해 진상 규명에 나서겠다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의힘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불법 사찰 의혹에 대해 진실을 고백하고 진상규명에 협조해야 한다"며 "연일 저급한 정치공세와 습관성 공작이라며 책임을 회피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MB정권의 사찰 의혹은 2017년 10월부터 사찰성 정보 파일 공개를 요구해 시작됐다"며 "지난해 대법원의 확정 판결 이후 정보공개가 이뤄지면서 그동안 의혹이 퍼즐처럼 사실로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윤창원 기자
김 원내대표는 "상황이 이런데도 선거를 빌미로 정치공작 운운은 적반하장"이라며 "민주당은 사찰이 대한민국에서 완전히 근절되도록 국민이 부여한 책임과 권한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 박민식 전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지원 국정원장이 정보위에서 '김대중 정부 때는 일체 국정원에서 불법 도청이 없었다'고 했는데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밝혔다.
박 전 의원은 김대중 정부 때 불거진 '국정원 도청사건'의 주임검사였다.
국민의힘 박민식 부산시장 예비후보(왼쪽)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지난 16일 박지원 국정원장의 발언과 관련하여 김대중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불법도청 내용을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오른쪽은 하태경 의원. 연합뉴스
박 전 의원은 "김대중 정부 당시 국정원에서 가장 조직적인 불법도청이 이뤄졌다"며 "당시 국정원은 수십억원을 들여 자체 개발한 유선중계통신망 감청장비인 R2 6세트와 휴대폰 감청장비인 카스(CAS)라는 특수 장비 20세트를 활용해 정치인과 기업인, 언론인 등 사회 지도층 인사 약 1800명의 통화를 무차별 도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법 도청으로 얻은 정보는 A급, B급 등으로 분류해 '친전'이라고 써진 A4용지 반쪽 자리의 밀봉된 보고서를 거의 매일 국정원장에게 보고했다"며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신건, 임동원 전 국정원장, 국내 담당 차장 김은성을 구속 기소해 법원에서 이들은 모두 유죄가 인정됐고 신건, 임동원 전 원장은 후일 사면된 바 있다"고 강조했다.
MB 정권 시절 국정원의 불법 사찰 논란이 불거진 후 정보위 간사인 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지난 16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의 국내 정보 업무를 중단시키면서 사찰도 함께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며 "적어도 노무현 정부에서는 국정원의 공조직이 동원되는 그런 사찰은 없었다"고 말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정보위 회의에서 박 원장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의 사찰 여부에 대해 "없었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