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협 정보위원장이 23일 국회 정보위원장실에서 MB정부 국정원 사찰 관련 등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불법 사찰이 이명박 정부 때 시작, 박근혜 정부를 거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내 정보 조직을 개편하기 전까지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김경협 국회 정보위원장이 밝혔다.
수집된 문건 수는 약 20만건으로, 사찰대상이 2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경협 위원장은 23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청와대로부터 2009년 사찰 지시가 내려온 뒤 중단하라는 지시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 지난 주 박지원 국정원장의 답변이었다"며 "문재인 정부 들어 국내 정보 조직을 개편할 때까지 계속됐을 것으로 추정한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미 정보공개를 신청했던 신청자의 요구에 따라 자료를 검색한 결과 박근혜 정부 시절의 신상정보 자료도 나오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 때까지 사찰이 계속됐음을 확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고처가 명시돼 있는 것은 청와대 민정수석과 정무수석, 대통령 비서실장 그리고 국무총리가 들어있는 대부처 자료도 있다"며 "(국정원이) 대통령 직속기관이기 때문에 국무총리에게 보고할 의무가 없음에도 국무총리한테 보고된 것으로 봤을 때는 권한대행 시절이 아니겠느냐고 추측한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정부 당시 박 전 대통령의 권한이 탄핵 소추안 가결로 인해 정지되면서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가 2016년 12월부터 이듬해 5월 문 대통령 당선 때까지 권한대행을 지낸 바 있다.
사찰 정보의 양에 대해서는 "국정원의 표현대로 비정상적 신상정보 수집 문건 수는 약 20만건 정도로 추정한다"며 "대상자 수는 정확히 파악이 안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공개한 당사자 제공 문건 수를 보면 대개 1인당 신상정보 문건 수가 적게는 3~4건, 많게는 열 몇 건 까지 나오고 있는데 평균 10건으로 추정해보면 대상자가 2만명이 넘지 않을까 추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야당에서 전수 조사를 주장 중인 김대중, 노무현 정부 당시의 불법 사찰 여부에 대해서는, 김대중 정부 때는 과거 관행 탓에 일부 사찰이 이뤄졌지만 노무현 정부 때는 사찰이 없었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불법사찰 정보가 이전 정부에서 시작됐던 것이 관행대로 김대중 정부 때로 이어졌다고 얘기했더니 국민의힘 박민식 부산시장 예비후보가 판결문 확인해보라고 해서 판결문 확인했다"며 임동원, 신건 전 국정원장 관련 판결문 내용에 △이전 정부에서 도청장비 도입 △관행대로 해오던 도청 존재 △김대중 정부 들어 불법도청을 하지 말라는 공개 발언으로 역대 정부보다 불법도청 건수가 상당히 적었지만 국정원장들이 적극적으로 막지 않아 이에 대한 책임으로 유죄 △국정원장들이 주도적으로 지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감경사유에 명시 등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건이 불거져서 당시 국정원 직원을 비롯한 당사자들이 대거 처벌됐고 다시 한 번 금지령이 내려졌다"며 "도청장비를 용광로에 넣어서 폐기했다"고 부연했다.
김경협 정보위원장이 23일 국회 정보위원장실에서 MB정부 국정원 사찰 관련 등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김 위원장은 국정원 불법사찰 논란이 불거진 것이 오는 4·7 재보궐 선거용 이슈몰이가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무관하다. 이 건은 헌정질서, 민주주의, 국민 기본권에 직결된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일정을 보면 2017년부터 사찰 대상자로 거론되던 진보 인사나 과거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과 관련된 내용이 간간이 흘러나왔고, 사찰정보를 요청하다가 (이를 제공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지난해 12월에 났다"며 "이번 재보궐 선거에 맞춰서 했다면 2017년부터 짜 맞춰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