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통신 캡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느닷없이 일으킨 12·3 내란사태 당일 계엄군의 체포 대상이었던 방송인 김어준씨는 당시 심경에 대해 "'죽겠구나' 싶었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영국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방송 직후 집에서 나와 숨어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자신이 위험하다는 제보를 받고 겁에 질려 계엄령이 해제된 뒤에도 36시간을 먼발치에서 숨죽이고 있었다고 한다.
실제 내란 발발 당일 대중의 관심이 계엄령을 해제하려 국회로 집결하던 국회의원들과 그들을 막아서던 계엄군, 그런 군을 저지하고 국회를 사수하기 위해 모여들던 시민에게 쏠린 사이 계엄군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김씨의 스튜디오로도 향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씨가 계엄군의 표적이 된 건 꽤 계획적이었단 점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육군 중장)은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질의에서 내란 이틀 전인 이달 1일 이미 김용현 당시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국회, 선관위 세 곳, 민주당 당사 외에도 '여론조사꽃'을 확보하란 임무를 비화폰으로 받았다고 폭로했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소재한 여론조사꽃은 김씨가 설립한 여론조사기관이며, 김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도 같은 건물에 있다.
앞서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도 지난 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윤 대통령으로부터 이재명 야당 대표와 한동훈 여당 대표를 비롯한 정치인들과 함께 김씨를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김씨는 "버스 두 대, 트럭 한 대, 지휘차량 한 대 그리고 무장한 계엄군 여러 명이 사무실에 온 게 카메라에 찍혔다"면서 "체포조가 가동돼 우리 사무실을 접수하려 했던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왜 자신이 계엄군의 표적이 됐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개인적인 문제로 본다"고 답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尹 탄핵 시간문제…민주주의 회복력 더 강해질 것"
방송인 김어준씨. 연합뉴스윤 대통령이 일으킨 내란사태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지만, 김씨는 이번이 한국 민주주의 회복력이 더 강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씨는 "시민들이 계엄군을 막아서는 동안 국회는 몇 시간 만에 계엄령을 해제했는데, 이건 역사적으로도 아마 유일한 케이스일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김씨가 서울시 지원을 받는 TBS에서 방송 진행자로 일하다 시의 지원이 끊긴 뒤 채널을 유튜브로 옮겨 방송을 계속하고 있으며, 김씨가 야당 편향적이란 일각의 지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 김씨는 2016년 9월 TBS에서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진행하기 시작한 이후 오랫동안 청취율 1위를 기록했지만, 2022년 11월 서울시의회에서 시의 TBS 예산 지원을 중단하는 조례안이 통과된 뒤 그해 12월 TBS에서 하차했다.
김씨는 "20년 넘게 방송하며 뉴스를 전해왔지만 윤 정권은 겪어본 중 '최악의 행정부'"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탄핵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탄핵은 그저 잠깐 미뤄지고 있을 뿐, 아무도 탄핵을 원하는 시민의 에너지를 막을 수는 없다"면서 "윤석열은 결국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