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노조 제공
"채용 비리는 승진 프리패스입니까"
금융감독원 노조가 25일 윤석헌 금감원장의 연임을 공식 반대했다. 노조는 지난 22일 성명서를 통해 올해 정기 인사에서 과거 채용 비리 연루자들이 승진한 것을 지적한 뒤 3일 만에 이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거리로 나섰다.
금감원 노조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노조가 문제를 삼고 있는 승진 인사의 대상은 두 명이다. 노조에 따르면 이번에 3급 수석에서 3급 팀장으로 승진한 김모씨는 2015년 하반기에 실시된 2016년 신입 직원 채용과 민원전문역 채용 과정에서 3건의 채용 비리에 가담했고, 2016년 정기 인사 때 수석 등급에 필요한 최저 근무 연수보다 1년 먼저 승급하는 특혜를 받았다.
오창화 금감원 노조위원장은 "그때도 고과가 좋다는 변명을 했지만, 그 고과는 채용비리에 가담하고 받은 고과"라면서 "스포츠 선수들이 도핑테스트에서 금지 약물 사용 사실이 적발되면 메달과 기록을 모두 박탈당하는데 금감원에선 채용 비리에 가담하고 받은 고과는 승진을 위한 프리패스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승진한 채모씨는 2014년 변호사 채용 때 18대 국회의원이었던 임영호 전 의원의 아들 임모 변호사를 부당하게 합격시킨 일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견책 징계를 받았다. 그 이후 채씨는 2016년부터 현재까지 핵심 부서인 제재심의실에 6년째 근무했다. 업계와의 유착을 막기 위해 2~3년 마다 보직을 순환시키는 금감원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오 위원장은 "신한지주 조용병 회장은 채용 비리로 징역형(집행유예)을 선고 받았지만 연임에 성공했고 하나은행 함영주 부회장도 조만간 채용 비리에 대한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만약 이들이 채용 비리 범죄에 대한 유죄를 선고 받고도 실적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계속 임기를 연장하려고 한다면 금감원은 아무런 말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진환 기자
그는 "금감원을 금융회사의 조롱거리로 만들었다"면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힐난이 도처에서 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정기 인사를 앞두고 내부 인사 규정이 바뀌는 과정에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인사를 앞두고 21년 정기 인사 기본 계획이 고지됐는데, 팀장 추천권자가 부원장보에서 전 임원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부원장보만 신규 팀장을 추천할 수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부원장과 감사까지 임원 모두가 추천할 수 있는 식으로 바뀌었다.
노조는 "다음 원장은 권력을 절제할 수 있는 훈련이 된 사람이 임명돼야 한다"며 "윤 원장의 연임을 분명히 반대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오 위원장은 "금감원이 채용 비리라는 죄를 지었고 이에 대한 합당한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채용 비리를 저질러 모든 구성원에게 연대 책임을 초래한 자들이 계속해서 승진하는 금감원은 현재 정상적인 조직이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금감원 측은 "내부 규정상 과거 징계자에 대한 승진 제한 기간이 모두 지났다"면서 "논란이 된 승진자 두 명에 대한 고과 평가가 높게 나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