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의 데빈 윌리엄스. 사진=KBL 제공.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의 외국인 선수 데빈 윌리엄스는 웨스트 버지니아 대학 출신이다. 베일러 대학에 다녔던 인천 전자랜드의 새 외국인 선수 조나단 모트리와 같은 시기에 NCAA(미국대학체육협회) 남자농구 1부리그를 누볐다. 맞대결을 펼친 적도 있다.
강을준 오리온 감독은 지난 26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와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데빈 윌리엄스에게 조나단 모트리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데빈 윌리엄스가 답변을 거부한 것이다.
강을준 감독은 "데빈이 모트리에 대해 잘 안다고 하더라"며 "그래서 장단점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데빈은 선수의 프라이버시를 공개할 수 없다더라. 상대를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가 같은 아군인데, 정말 어이가 없었다"며 껄껄 웃었다.
데빈 윌리엄스는 강을준 감독에게 "모트리는 팔이 길고 운동능력이 좋다"는 최소한의 정보만 줬다. 결국 강을준 감독은 영상을 통해 모트리에 대한 정보를 구해야 했다.
제프 위디의 대체 선수로 오리온 유니폼을 입은 데빈 윌리엄스는 기량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위디에게 부족했던 득점력을 갖춘 선수다.
이번 시즌 평균 19분 남짓 출전해 16.0득점, 8.8리바운드를 올렸다. 출전시간을 감안하면 코트에 있을 때 효율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오리온 선수들은 데빈 윌리엄스의 실력을 인정하면서도 캐릭터가 다소 독특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대성은 데빈 윌리엄스에 대한 질문에 "우리와 텐션이 다르다"고 답하며 웃었다.
이대성은 "전자랜드전을 앞두고 진행된 미팅에서 (김)강선이 형이 대표로 얘기를 하고 있는데 데빈이 갑자기 할 말이 있다고 손을 들었다. 그냥 즐겁게 하자, 하나의 팀으로서 농구를 하자, 왜 이렇게 진지한 것이냐고 선수들에게 얘기했다"고 전했다.
그 말을 들은 오리온 선수들은 일제히 '빵' 터졌다.
이대성은 "그런데 우리 중에 윌리엄스가 가장 진지하고 인상도 자주 쓴다. 그렇게 말을 해서 선수들 모두가 웃었다. 우리 보고 계속 웃자고 하는데 정작 본인은 안 웃는다"고 말했다.
이승현도 "기량은 정말 좋지만 개인적으로 나와 안 맞는 선수"라는 농담을 건네며 "코트 밖에서 행동을 예측할 수가 없다. 어떨 때는 웃다가 어떨 때는 너무 진지하다"며 웃었다.
이어 이승현은 "그래도 전자랜드전을 앞두고 윌리엄스가 그런 말을 해줘서 선수들 모두 긴장이 풀어진 효과는 있었다. 본인이 가장 진지한데 동료들에게 그런 말을 해서 재밌었다"고 덧붙였다.
강을준 감독에 따르면 데빈 윌리엄스는 비디오 분석 시간에도 하고 싶을 말이 있을 때는 손을 들고 할 말은 하는 선수다.
강을준 감독은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있는데 갑자기 자기가 할 말이 있다고 했다. 마치 감독이 선수를 달래는 것처럼 감독을 달래듯이 얘기하더라. 그것도 10분씩이나"라며 웃었다.
오리온의 또 다른 외국인선수 디드릭 로슨은 3점슛을 포함한 외곽 공격에도 강점이 있는 선수다. 그렇기에 강을준 감독인 데빈 윌리엄스가 주로 골밑에서 득점을 올려주기를 희망한다.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런데 데빈 윌리엄스는 3점슛을 좋아한다.
이대성은 "인-앤드-아웃 공격에 욕심이 있는 선수다. 그 부분에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강을준 감독은 데빈 윌리엄스가 페인트존에서 득점력을 발휘해주기를 바라지만 그의 3점슛 기록을 보면 그의 마음이 이해는 된다. 데빈 윌리엄스는 경기당 3점슛 1개씩을 성공하며 45.5%라는 높은 적중률을 자랑하고 있다. 나름의 '반전'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