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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당시 1년 반 넘는 시간을 끌었던 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은 바이든 행정부가 취임하자마자 첫해 13.9% 인상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협상 타결로 인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돈'으로만 치부하던 한미동맹의 가치가 회복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올해 13.9%, 내년 5.4% 인상…2025년엔 1조 5천억원 예상되는 방위비분담금10일 한미가 타결에 성공해 언론에 공개한 이번 협정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6년간 유효한 다년도 협정으로, 일단 2020년 방위비분담금 총액은 전년 수준(1조 389억원)으로 동결했다.
2021년 분담금은 여기서 13.9% 증가한 1조 1833억원으로 하되 인상률은 그 전 해의 우리나라 국방비 증가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13.9%는 2020년도 국방비 증가율 7.4%와 방위비분담금 인건비 최저배정비율 확대에 따른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증액분 6.5%를 더한 수치다.
사실 1년짜리 협정이었던 10차 SMA는 둘째치더라도, 9차 SMA에서는 연간 인상폭을 물가상승률에 연동하되 4%를 넘지 않도록 제한을 뒀다.
그런데 이번에는 국방비 증가율에 분담금 인상률도 연동하는 것으로 바꿨다. 올해(2021년) 국방비 증가율은 5.4%이기 때문에 내년 분담금은 1조 2467억원이 될 전망이다.
◇"부담 늘어났지만 대체로 선방…미국의 대중국 정책 등에 대한 재정부담 줄여주는 셈"
미국 워싱턴DC에서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회의를 진행하는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왼쪽)와 미국의 도나 웰튼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 외교부 제공
전문가들은 인상액이 다소 증가하더라도 동맹의 복원이라는 점에서 이번 협상을 대체로 '선방'이라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무리한 인상안 요구를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주한미군 노동자들의 무급휴직으로 인한 전투준비태세 영향 우려까지 불사하는 등 '동맹의 가치가 훼손됐다'는 말까지 나왔었기 때문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조성렬 자문연구위원은 "국민의 세금 부담이 늘어난 것은 맞고, 시민단체 등지에서는 당연히 비판할 수 있다"면서도 "바이든 행정부가 요구하는 '동맹 강화'라는 과제에 맞추면서도 대중국 포위망이라는 전선에 포함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외교당국의 고민이 담긴 협상이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방위비분담금은 돈 문제뿐만 아니라 어떤 형태로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 기여할 것이냐에 대한 답변의 측면도 있다"면서 "우리의 전력을 늘리고 분담금을 늘려서 미국의 전력 증강에 대한 부담을 줄여 주며, 전략적 유연성으로 인한 주한미군의 감축 소요도 막는 효과가 있다. 그러면서도 쿼드에는 동참하지 않으므로 중국과의 관계에서 충돌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고 덧붙인다.
국방대 정한범 국방정책연구센터장은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동맹이 너무 삐걱거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는데, 조기에 협상을 타결하고 북핵이나 전작권 전환 문제 등에서 본격적인 한미공조를 하자는 분위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실무 선에서 13.6%로 합의가 됐었는데,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낮추거나 틀을 벗어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본다"며 "지난해(2020년) 분담금이 동결됐기 때문에 해가 갈수록 복리 계산으로 금액이 올라가는 것을 어느 정도 막는 효과가 있다. 종합적으로 크게 손해본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비합리적' 비판 여전히 제기되지만…'방위비' 허들 넘은 한미, 2+2 회의서 긴밀 논의 기대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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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국방중기계획상 2025년까지 국방비가 연평균 6% 남짓 증가할 것을 상정하고 계산해 보면 2025년도 방위비분담금은 1조 5천억원 정도가 된다.
물론 정부와 국회의 예산 심의 과정에서 국방비 증가율이 다소 낮아질 여지가 있으며 이러한 인상폭 적용이 어느 정도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점도 있지만, 지나치게 많은 양보를 통해 협상의 균형이 깨진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북한대학원대학교 김동엽 교수(예비역 해군중령)는 "이번 인상안은 몽니를 부려온 전임 트럼프 대통령의 유산이라는 점에서, 협상 결과에 대해 트럼프 시기와 비교해 안도하는 착시효과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향후 국방비 예상 증가율을 5~7%로 본다면, 2025년의 총액은 1조 5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요구했던 50% 증액과 큰 차이가 없다"며 "국방비를 증액하는 이유는 우리의 국방력을 키워 주한미군 의존도를 낮추고 전작권도 환수하겠다는 것인데, 국방비를 증액하고 첨단 무기를 사면서 주한미군 주둔 비용도 더 준다는 것은 비합리적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5년 분담금이 1조 5천억원에 달하게 된다면 결국 트럼프 행정부에서 지난해 요구했던 50% 인상안을 수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만 한미가 지난해 3월 실무 선에서 잠정 타결됐던 13.6% 인상안만큼의 금액을 적용했다고 가정할 경우, 이 인상안과 실제 확정안을 토대로 2022년까지 분담금 총액을 비교하면 3천억원 안팎의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기도 한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방위비분담금은 주한미군의 주둔 경비지만 통상 90% 이상이 국내 경제로 환류된다"며 "상식과 동맹의 전통이라는 것이 통할 때 합리적인 동맹으로 진전할 수 있다는 것을 당국자들도 느끼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방위비분담금이라는 장애물을 넘은 한미는 곧바로 또다른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오는 17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방한하기 때문이다.
두 장관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과 각각 회담을 한 뒤, 다음 날인 18일에는 지난 2016년 이후 5년만에 '2+2' 회의를 할 예정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직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는데, 여기에 대한 논의 등 다양한 현안이 2+2 회의에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검토 초기 단계에서부터 미국이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고 의견이나 입장을 구하기도 했다"며 "결과적으로 한국과의 협의 결과가 반영된 대북정책 검토가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양국이 북핵 문제나 '쿼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외교안보 현안과 관련해 보다 긴밀한 논의를 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일정상 양 장관은 오는 18일까지 진행되는 한미연합 지휘소훈련(CCPT)도 참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김성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