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20여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불법사찰과 부산 엘시티 특혜 의혹을 연일 꺼내들며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으로 이번 보궐선거가 부동산 투기 및 특혜에 대한 정권심판 분위기로 흐르자 민주당 내에선 위기감도 감지된다.
반면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선거에서 불리해지자 일명 '물타기'와 마타도어를 감행하고 있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RELNEWS:right}
◇김태년 "불법사찰 박형준 석고대죄해야"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겸 당대표 직무대행은 12일 "이명박 정부 시절 정무수석과 홍보기획관으로 근무한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에게 불법사찰과 정치공작 의혹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며 "박 후보는 불법사찰 의혹에 대해서 진실을 고백하고 사실이라면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환경관련 시민단체들의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된 MB정권 국정원의 4대강 사업 반대론자(단체) 불법 사찰 문건에 '청와대(홍보기획관) 요청 사항'이라고 명시된 점을 부각시킨 것.
해당 발언은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나왔다. 4·7 보궐선거 선대위 회의에서 야당 부산시장 후보에게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셈이다.
김 대표대행은 "박 후보가 모르쇠로 일관한다고 불법사찰 의혹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며 "이명박 국정원이 저지른 불법 정치사찰은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반헌법적 범죄다. 계속 불법사찰 의혹을 잡아뗀다면 겉과 속이 다른 후보이고 거짓말쟁이 후보임을 본인이 자인하는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박종민 기자
부산 엘시티 분양 특혜 의혹과 함께 불법사찰 프레임으로 국민의힘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최택용 중앙선대위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부산 해운대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인 엘시티의 특혜분양 의혹은 전현직 법조인, 장관, 국회의원 등 100여명의 고위공직자들이 연루된 엄청난 부정부패·비위 의혹"이라고 규정했다.
최 대변인은 "국민의힘은 '소속 부산 의원 중에 엘시티 특혜분양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제 발 절인 듯 묻지도 않은 말에 목소리를 높일 것이 아니라 부산 지역의 부정부패, 토착비리를 바로잡는데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특혜 의혹을 전면에 내세웠다.
앞서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지난 10일 "(엘시티 분양 리스트 문건에 담긴) 현직 의원과 검사장 출신 정치인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라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고, 같은 당 허영 대변인도 "국민의힘은 이주환, 전봉민 의원 등 부산 토착비리 의혹에 아무 입장도 내지 않고 있다"고 판을 키웠다.
야당 인사들의 부동산 특혜 의혹과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불법사찰을 연일 강조하면서 최근 정부여당에 불똥이 튄 LH 투기 의혹 국면을 전환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호영 "민주당 물타기 노력 가상할 지경"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파상공세를 전형적인 '물타기'로 규정하고 강력 대응에 나섰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선거가 급하긴 급한 모양"이라며 "선거를 한 달 앞두고 온갖 마타도어와 네거티브에 몰두하고 있다. 물타기와 이슈 전환 노력이 가상할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주 원내대표는 "불법사찰과 엘시티 분양 의혹, 후보 딸 입시비리까지 근거없는 의혹을 남발하고 있다"며 "소속 단체장의 성폭력으로 빚어진 선거에 자중 반성해도 모자랄 민주당이 선거를 흑색선전으로 몰고가는데 깊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이종배 정책위 의장은 "정부 합동조사단 1차 결과 발표를 보고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며 "맹탕발표, 꼬리자르기 발표가 될 걸로 예상은 했지만 해도해도 너무한 국민 기만이자 우롱"이라고 전날 정부 조사 발표를 끄집어냈다.
이 의장은 "이 정부의 고질적인 물타기와 남탓하기가 LH 사태에서도 반복되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라며 "꼼수 대처가 지속될수록 분노한 민심의 칼날이 더 날카로워질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LH 투기 의혹…與 "특검 도입하자" 野 "검찰 투입해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국회에서 현안 논의를 위해 원내대표 회동을 갖고 있다. 윤창원 기자
여야 정치권은 LH 투기 의혹을 조사할 주체를 놓고도 충돌했다.
김 대표대행은 주 원내대표에게 "국민이 더 신뢰할 수 있다면 특검도 진행해야 한다. 공직자들의 투기와 부패를 근절할 근본적 해법을 마련하는게 매우 중요하다"고 특검을 공식 제안했다.
앞서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오전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정부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 투기 의심사례가 추가로 확인됐다. 그래도 시민들이 신뢰하지 않는다"며 민주당 지도부에 특검을 공식 건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이같은 제안 배경에 '교묘한 시간끌기' 전략이 있다고 보고 검찰 수사를 역제안했다.
주 원내대표는 "감사원이 투입돼 즉시 감사에 착수하고, 1, 2기 신도시에 대해서도 수사 경험을 가진 검찰이 즉시 투입돼 합동수사단으로 수사를 해야한다. 특검을 피할 이유는 없지만 합의·구성하는데만 두 달 이상 걸린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철저한 수사로 부정과 비리를 발본색원해야 한다. 특검 구성에 황금같은 시간을 놓지면 안 된다"고 힘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