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4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선출되면서 공식적으로 상의 회장으로서의 업무를 시작한다. 1884년 대한상의가 출범한 이래 국내 4대 그룹 총수가 회장을 맡는 것은 처음이어서 재계의 관심과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23일 대한상의에 따르면 최 회장은 24일 오전 대한상의 회장단 의원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출됨과 동시에 즉시 회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취임식은 29일 개최된다.
최 회장은 일단 그룹 업무를 챙기면서도 일주일에 1∼2회 이상 대한상의 집무실로 출근해 업무를 챙길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에서는 부회장단에 새롭게 합류한 이형희 SK SV위원회 위원장이 최 회장의 상의 활동을 지원할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이 상의 회장을 맡게 되면서 재계는 대한상의 높아진 위상과 더불어 최 회장의 영향력에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위축된 모습의 경제단체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재계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고, 기업 규제 등 현안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최 회장은 지난달 서울상의 회장에 추대된 뒤 "어려운 시기에 이런 중책을 맡은 데 대해 상당한 망설임과 여러 생각, 고초가 있었다"며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박용만 회장이 현 정부와 소통하는 '가교' 역할을 했다면 최 회장에게는 SK가 갖는 지위와 영향력으로 재계의 어려움을 대변하면서 재계의 요구를 관철해주는 보다 힘 있는 회장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상의 정기의원총회에서 악수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연합뉴스
지난달 말 서울상의 회장에 오른 최 회장은 이미 차기 대한상의 회장으로 행보를 시작했다. 지난 4일 대한상의 직원들과 온라인 상견례를 한 데 이어 박용만 회장과 함께 스타트업 기업인들과 만나 대한상의가 주도하는 '샌드박스' 지원 사업을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18일에는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과 비대면 온라인 상견례를 열어 지역경제 활성화를 적극 지원하겠다며 이를 위해 대한상의에 '지역경제팀'도 새로 신설하겠다고 약속했다.
재계는 최 회장이 앞으로 샌드박스를 통해 정보기술(IT) 기업과 스타트업 창업가들을 도우면서 중소 상공인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만들어 정부와 소통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은 앞서 서울상의 부회장단도 카카오톡 김범수 의장과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 게임업체 크래프톤 장병규 의장 등 젊은 정보기술(IT) 기업인들로 대폭 교체해 변화를 예고했다. 미래 먹거리인 IT 기업들의 목소리를 제도권 내에서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또 평소 SK그룹에서 강조해온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전국의 상공인들에게 전파하는 데에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의는 최근 인사에서 기업문화팀 이름을 'ESG 경영팀'으로 바꾸고 조직도 강화했다.
최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에 취임하면 2대에 걸쳐 재계 양대 경제단체의 수장을 맡게 된다. 선친인 고(故) 최종현 SK그룹 회장은 1993~1998년 전경련 회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