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지난 14년간 공공 분양으로 약 3조 1천억 원을 챙겼다는 시민단체의 분석이 나왔다.
경실련 제공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2007년부터 2020년까지 14년간 SH가 분양한 27개 지구 3만 9217세대의 분양 원가와 분양가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실에 SH가 제출한 '2007년 이후 지구별·단지별 분양가 공개서'를 참고했다. 오세훈 시장 시절인 2007~2009년까지는 SH가 스스로 공개한 자료를 토대로 계산했다. 그러나 2010년 이후부터는 SH가 자료를 비공개해 자체 추정치를 적용했다.
경실련 분석 결과 SH가 지난 14년간 얻은 수익은 3조 690억 원이다. 1채당 수익은 평균 8천만 원에 달한다.
오세훈 시장 시절인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 동안 2만 2635세대가 분양됐다. 총 1조 1971억 원(1채당 5천만 원)의 수익이 났다. 규모별로는 소형(전용 60㎥ 이하)은 1채당 280만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다만, 중대형(60㎥ 초과)에서 1채당 6천만 원의 이득이 났다.
2012년부터 2020년까지 박원순 시장이 재임한 9년 동안은 1만 6582세대가 분양됐다. 분양수익은 1조 8719억 원으로 1채당 평균 수익은 1억 1천만 원이다. 소형(전용 60㎥ 이하)은 1채당 1억 4천만 원, 중대형(60㎥ 초과)에서 1채당 1억 원의 이익이 발생했다.
오 시장 시절과 비교하면 1채당 분양수익이 2배로 증가했고, 중대형보다 소형에서 더 많은 이득이 났다.
경실련 제공
지구별로 보면 마곡지구가 1채당 1억 1천만 원씩, 모두 4601억 원의 수익을 내 총 분양수익이 가장 클 것으로 추정됐다. 위례신도시는 1채당 2억 2천만 원씩 총 3708억 원의 수익을 내 1채당 수익이 가장 많았다.
경실련은 SH가 주택을 팔지 않고 공공주택으로 가지고 있었다면 그 가치는 42조 3천억 원에 달했을 것이라고 봤다. 분양수익에 14배에 달한다. 2021년 2월 기준 KB 부동산통계가 제공한 서울아파트 평균값이 10억 8천만 원이라는 점을 적용했다.
경실련은 "서울시 SH공사의 의지만 있다면 과거 오세훈 시장 시절처럼 얼마든지 투입원가에 적정이윤을 더하여 소비자를 위한 저렴한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다"며 "공공주택사업의 행정정보인 분양원가도 감추지 말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미 경기도는 2019년부터 모든 원가 상세 내역을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하는 만큼 서울시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서울시장 후보들도 적극적으로 서울시민을 위한 공공주택 개혁방안을 제시하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SH는 "SH는 약 13만호의 공적임대주택 건설사업을 추진해 매년 3500억 원 수준의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며 "공공분양사업과 택지매각을 통해 발생하는 최소한의 수익으로 재원을 확보하고 있다. 수익이 담보되어야 다른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교 대상이 되는 오세훈 시장 때와 박원순 시장 때는 시점상으로도 10년의 차이가 난다"며 "오세훈 시장 때 장지, 발산지구는 조성원가로 공급했지만, 박원순 시장 때 마곡지구는 법이 바뀌어 감정가로 공급할 수밖에 없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