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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이재명이 '청년 민심'을 대하는 자세

    내일을 꿈꿀 수 있는 '변화의 정치' 열망하는 청년들
    "기회가 적은 청년들, 기본적으로 보수화될 수밖에 없어"
    "청년이자 사회적 약자인 '20대 여성' 자살률에 주목해야"
    청년 설득의 길은 '경제회생', '불평등 완화', '공정 경쟁'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한형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청년 민심'을 따뜻하게 포용하자고 제안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지사의 이같은 제안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청년층의 지지세가 최근 약화되고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내일을 꿈꿀 수 있는 '변화의 정치' 열망하는 청년들

    이 지사는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청년들은 민주화, 산업화 이분법을 거부할 뿐"이라며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언행일치의 자세로 실력과 성과로 증명하는 길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청년 민심에 대한 그의 분석을 요약하면 이렇다.

    첫째, 청년들은 민주화 세력이 피 흘려 이룩한 민주주의를 긍정하면서도 산업화 세력이 땀 흘려 쌓아온 경제성장의 공 또한 인정한다.

    둘째, 청년들은 특정 진영에 속해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때그때 민심의 흐름 안에서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기민하게 반응하는 주권자이다.

    셋째, 청년들은 '내 삶'을 바꾸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는 변화의 정치를 간절하게 열망한다.

    이 지사가 '청년 민심'을 화두로 꺼낸 것은 최근 실시된 4·7 보궐선거 서울시장 후보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지지율이 특히 20대에서 압도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역 앞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청년들과 손을 맞잡고 있다. 윤창원 기자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야권 단일화 성사 다음 날인 지난 24일 서울 유권자 806명에게 물은 결과(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5%포인트) 18~29살 연령대에선 오 후보가 60.1%를 기록한 반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1.1%에 그쳤다.

    ◇"기회가 적은 청년들, 기본적으로 보수화될 수밖에 없어"

    이 지사는 특히 지난 촛불혁명 때 선두에 선 청년의 역할을 상기시키며 "'보수화 되었다'거나 '선택적 분노를 한다'는 이유로 이들을 나무라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11월 CBS 노컷뉴스와의 단독인터뷰에서도 '요즘 청년들은 너무 보수적이다'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기성세대의 책임을 청년들에게 물으며 상처를 주는 행태"라고 비판한 바 있다.

    청년세대의 보수화는 기본적으로 그들을 옥죄고 있는 '불공정'과 '양극화'라는 사회·경제적 환경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특히 지금의 청년들은 과거세대와는 달리 기회가 아주 적기 때문에 단 한번이라도 실패하면 안 되는 참혹한 환경에 처해 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거나 '아프니까 청년이다'와 같은 격언은 지금 그들에겐 너무나도 사치스럽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당시 인터뷰에서 청년들을 이렇게 위로했다.

    "보수적이냐 진보적이냐 진취적이냐에 있어서 기회가 많으면 진취적일 수 있어요. 과감할 수 있죠. 쉽게 도전할 수 있고 실패가 두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기회가 희소하면 모든 일이 그 자체가 두려움이죠. 그래서 본질적으로 기회가 적은 경우는 보수화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안전하게 가야죠. 그런데 그것을 '청년들이 마치 보수화됐다'고 하는 것은 기성세대들이 청년세대들한테 기회를 못 만들어줘놓고 기회가 적은 데서 생겨나는 현상을 가지고 책임을 그들에게 묻는 거죠."

    ◇"청년이자 사회적 약자인 '20대 여성' 자살률에 주목해야"

    이 지사는 숫자에 강하다. 그런 그가 늘 눈여겨 보는 통계가 하나 있다. 바로 20대 여성의 자살률이다.

    소년공 출신인 그 역시 '가난의 벽'에 부딪혀 2차례나 자살을 기도한 아픈 과거가 있다.

    지난 8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페미니즘당 창당모임과 정치하는엄마들 주최로 열린 세계 여성의 날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증가한 20대 여성 자살률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20대 여성의 자살률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너무 슬픈 현실"이라면서 "그들은 청년이면서도 여성이라는 사회적 약자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여성가족위원회)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2019~2020년 상반기까지 자살 현황' 자료에 의하면 2019년 상반기 대비 2020년 상반기 20대 여성 자살률이 43%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특히 서비스업종에 많이 종사하는 20대 여성이 사회적 고립과 실직 등의 어려움에 더욱 크게 노출됐기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회적 약자인 청년이 얼마나 참혹한 환경 속에서 '기회'에 목말라하다 스러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페미니즘당 창당모임과 정치하는엄마들이 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주최한 기자회견에서도 급증하는 '20대 여성 자살률'이 가장 큰 화두였다.

    ◇청년 설득의 길은 '경제회생', '불평등 완화', '공정 경쟁'

    그렇다면 이렇게 좌절하고 있는 청년세대를 위해 무엇을 해야할까.

    이 지사는 "경기도에서 시행 중인 청년기본소득이나 청년면접수당도 결국 근본적인 대책은 못된다"며 "사회 전체의 경제 파이를 키워 청년들이 기회를 골고루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청년대책의 핵심인 성장사회를 위해서는 기본시리즈(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금융)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2차 재난기본소득 신청. 연합뉴스

     

    이는 '단순 퍼주기'기 아니라 총수요를 늘려 경제선순환을 이루는 경제회생책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와 함께 "우리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지나치게 자원이나 이윤이, 또 재산이나 부가 양극화되고 독점되는 것"이라며 "이 불평등을 완화하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어내면 기회는 많아지고 희망도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지사가 앞서 청년 설득의 방법으로 제시한 '오직 언행일치의 자세로 실력과 성과로 증명하는 길'이란 결국 '경제회생'과 '불평등 완화', '공정 경쟁'을 앞당기는 거침없는 개혁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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