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당신의 사월' 주현숙 감독. ㈜시네마 달 제공
2014년 4월 16일을 목격한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위로했다.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세월호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주현숙 감독은 자신이 제일 잘하는 다큐멘터리 작업을 통해 세월호를 기록하며 기억했다.
그 자신도 목격자로서 트라우마를 겪었지만, 제대로 마주하려 하지 않았던 집단의 트라우마를 끄집어냈다. 이를 카메라에 담아내는 과정에서 주 감독은 자신의 일상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슬픔에 잠식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는 "촬영하고 편집하면서 무리하지 않고 일상을 유지하면서 하려고 했다"면서도 "그 와중에 쌓인 감정들이 한 번씩 왔다. 그래서 음악도 많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주 감독은 가수 아이유와 그룹 방탄소년단에 개인적으로 고마움이 크다고 전했다. '당신의 사월' 엔딩 크레딧에는 아이유의 이름이 보인다.
"정말 아이유의 '이름에게'를 반복해서 많이 들었어요. 사실 저는 잘 몰랐는데, 제가 세월호 다큐를 한다니까 아이유의 '이름에게'를 권해주시더라고요. 아이유가 공식적으로 세월호 노래라고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많은 사람이 세월호를 떠올려요. 그래서 저한테 그 음악을 보내줬는데, 진짜 그런 거 같더라고요."말 그대로 '무한반복'해서 들었다. 노래를 소개받은 그날, 작업실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한 시간 넘게 계속 '이름에게'만 들었다. 마음의 위안이 돼 준 아이유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 알게 모르게 엔딩 크레딧에 아이유의 이름을 넣었다.
다큐멘터리 '당신의 사월' 스틸컷. ㈜시네마 달 제공
주 감독은 미처 엔딩 크레딧에 올리지 못한 방탄소년단의 이름을 몇 번이고 강조했다. 그는 "방탄소년단의 '봄날'도 사람들이 들으면서 세월호를 많이 생각한다고 하더라"며 "'봄날'에서 '보고 싶다'는 가사가 슬프지만 톤이 너무 좋았다. 역시 무한 반복해서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방탄소년단과 관련된 또 다른 일화에 관해서도 이야기해 줬다.
"4·16재단 분을 만나서 방탄소년단의 '봄날' 이야기를 했더니, 안 그래도 이탈리아 아미(ARMY)가 '봄날'을 듣고 세월호를 알게 됐다면서 재단으로 연락이 왔다는 거예요. 자신이 세월호를 위해 무엇을 하면 되는지 알려달라고 말이죠. 제가 이탈리아 아미에 연락해서 '당신의 사월'이 있다고 알려달라고 했어요."(웃음)참사 이후 어느덧 7년이 지났다. 시간이 조금씩 흐르면서 세월호를 기억하려는 움직임도 이전보다는 줄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꾸준히 기억하려는 사람들이 보이고, 2014년 4월 16일에 함께했던 이들이 남긴 기록과 위로의 방식은 지금까지도 남아 잊었던 마음을 일깨워준다.
"예술이라는 게 그런 거 같아요. 어떤 것을 성찰하게 해주는 계기가 되는 것 말이죠. 아이유와 방탄소년단에 정말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어요."(웃음)<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