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온라인으로 열린 영화 '낙원의 밤'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엄태구, 전여빈, 차승원. 넷플릭스 제공
'신세계' '마녀'의 박훈정 감독이 배우 엄태구, 전여빈, 차승원과 함께 스타일리시하면서도 섬세한 감성 누아르 '낙원의 밤'을 선보인다. 이번엔 스크린이 아닌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 팬들을 맞이한다.
오는 9일 공개 예정인 '낙원의 밤'은 조직의 타깃이 된 한 남자와 삶의 끝에 서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영화다.
2일 오후 온라인으로 열린 '낙원의 밤' 제작보고회에는 박훈정 감독과 엄태구, 전여빈, 차승원이 참석해 영화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박훈정 감독은 영화의 제목에 관해 "낙원은 우리가 생각할 때 평화롭고 아름답고 그런 곳이다. 그런 낙원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 그 안에서의 비극이 서로 대비되며 생기는 아이러니가 있다"며 "사실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운 것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슬픈 풍경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제목을 지을 때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악마를 보았다' '부당거래'에서 탁월한 스토리텔링으로 재능있는 작가로 주목받았던 박훈정 감독은 지난 2012년 영화 '신세계'로 한국 누아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며 연출자로서도 성공적인 입지를 다졌다. 이후 '브이아이피' '마녀'를 통해 그만의 누아르 색을 공고히 했다.
'낙원의 밤'은 제7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한국 영화로는 유일하게 초청된 바 있다. 당시 알베르토 바르베라 집행위원장은 "'낙원의 밤'은 최근 몇 년간 한국 영화계에서 나온 가장 뛰어난 갱스터 영화 중 하나"라고 극찬했다.
차승원은 "의미 있는 영화제에 유일하게 초청돼 많은 분께 소개할 수 있어서 자긍심과 뿌듯함이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2일 오후 온라인으로 열린 영화 '낙원의 밤'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박훈정 감독. 넷플릭스 제공
'낙원의 밤'은 제목 그대로 행복한 '낙원'과 어두운 '밤'이라는 아이러니를 우아하고 처절하게 그려낼 예정으로, 영화의 주 무대는 제주도다.
박 감독은 "특히나 누아르는 작품의 톤과 분위기가 굉장히 중요한데, 제가 아는 한 제주도만큼 제가 원하는 그런 느낌을 낼 수 있는 곳을 국내에서 찾기가 어려웠다"며 "굉장히 예쁘고 좋은 걸 보면 슬퍼질 때가 있다. '이걸 또 언제 다시 보지?' 이런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태구가 피의 복수 이후 라이벌 조직의 타깃이 되어 도망쳐온 제주도는 단순한 도피처 이상의 의미로 영화의 전반적인 톤 앤 무드를 결정한다. 누군가에게는 '낙원'으로도 불리는 절경의 섬 제주도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비극의 대비가 극대화되며 기존의 갱스터 영화와 상반되는 감성 누아르가 탄생했다.
영화 '낙원의 밤'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엄태구가 연기한 캐릭터 태구는 범죄 조직의 에이스지만 한순간 라이벌 조직의 타깃이 되어 낙원의 섬 제주로 향하는 인물이다.
엄태구는 태구라는 인물에 관해 "조직의 타깃이 되어서 제주도로 오는, 삶의 끝에 있는 남자"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이름과 극 중 배역의 이름이 같은 부분에 관해 그는 "처음 대본을 봤을 때 '태구'라고 되어 있어서 신기했고, 감독님이 날 생각하고 쓰셨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매우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전여빈은 삶의 벼랑 끝에서 선 재연을 연기했다. 무기상인 삼촌과 함께 제주도에서 지내는 재연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두려움 없이 당당하게 행동하는 주체적인 캐릭터다.
전여빈은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관해 "재연은 세상에 더 이상 잃을 게 없어서 두려움이 없는, 그야말로 태구처럼 또 다른 결로 삶의 끝에 서 있는 친구"라고 소개했다.
그는 또한 "기존 누아르에서 남성 배우가 주로 이야기를 이끄는 입자이었다면, '낙원의 밤' 속 재연은 여성 캐릭터지만 (남녀) 캐릭터 구분 없이 이야기를 함께 이끌어 간다"고 강조했다.
영화 '낙원의 밤'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매 작품 다양한 캐릭터로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차승원은 태구가 속한 조직과 라이벌인 북성파의 2인자 마 이사로 변신했다. 그는 안정감 있는 연기력과 절제된 유머로 두 얼굴을 지닌 마 이사의 섬뜩한 카리스마로 스크린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차승원은 "일반적으로 누아르 장르 속 마 이사 같은 캐릭터들이 가진 속성이 있는데 그걸 살짝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삶이 묻어나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감독님께 말했다"고 말했다.
이어 "캐릭터에 접근할 때 그 나이에, 그 감성에 맞게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배우가 어떤 캐릭터를 연기할 때 완전히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없고, 내 안에 있는 걸 꺼내 쓰는 거다. 그렇기에 이 상황, 이 시점에서 하는 것과 생각하는 게 캐릭터에 묻어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이번 캐릭터의 중점적인 포인트였다"고 첨언했다.
마지막으로 박훈정 감독은 "아무래도 우리는 우리나라 관객들의 정서에 맞춰서 영화를 찍으니 해외의 다른 분들은 이 정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배우들도 해외 시청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가 반, 궁금함이 반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여빈은 "아이러니가 아름답게 어우러진 누아르 '낙원의 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영화 '낙원의 밤'은 오는 9일 오후 4시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동시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