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여정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에서 할머니 '순자'를 연기해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윤여정이 서울에서 뉴욕타임스(NYT)와 화상 인터뷰를 가졌다.
2일자(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실린 기사에서 윤여정은 "73살의 아시아 여성이 오스카 후보에 오르리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미나리'가 내게 많은 선물을 줬다"고 했다.
'미나리'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개 부문(작품상·감독상·남우주연상·여우조연상·각본상·음악상)에 지명됐다. 아빠 '제이콥' 역의 스티븐 연이 아시아계 미국인 최초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에 대해 윤여정은 "이제 그럴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영화 '기생충'의 성공이 한국 배우가 인정받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윤여정은 캐나다 밴쿠버에서 애플TV 드라마 '파친코'를 촬영하다가 귀국해 오스카 후보 지명 소식을 들었다. "처음에는 얼떨떨했는데 수상 여부를 점치는 보도가 늘면서 스트레스도 많다. 그들은 나를 축구선수나 올림픽 대표 쯤으로 생각한다. '기생충'이 기대치를 높인 것 같다. 봉준호 감독에게 '이게 다 당신 때문이야'라고 말한다"고 했다.
윤여정은 또 "팬데믹 때문에 오스카 '어워드 레이스'(awards race) 때 여기저기 안 다녀도 되고 앉아서 화상통화만 해도 된다며 봉 감독이 부러워한다"고 웃었다.
'미나리'를 쓰고 연출한 정이삭 감독과의 인연도 언급했다.
윤여정은 부산영화제에서 절친한 친구인 이인아 프로듀서의 소개로 정 감독을 알게 됐다. 정 감독은 윤여정의 데뷔작인 '화녀'(1971년, 김기영 감독)를 인상깊게 봤다고 했고, 윤여정 역시 그런 정 감독을 더 알고 싶어졌다. "정 감독은 매우 조용한 사람이에요. 그가 내 아들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좋아해요."
정 감독은 "윤여정의 삶과 삶을 대하는 태도가 '미나리'가 전하려는 메시지와 부합한다고 느꼈다"고 했다.
윤여정은 자신이 국제적 스타가 된 것에 대해 "당황스럽다"면서 지금의 자신을 만든 건 열등감이었다고 고백했다. "저는 학교에서 연기를 배우지도 않았고, 영화를 공부하지도 않아서 열등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대본을 받으면 정말 열심히 연습했어요."
윤여정은 "미국에서 두 자녀를 키우며 주부로 10여 년을 보냈다. 이혼하고 귀국했을 때 '저 배우는 이혼녀다. TV에 나오면 안 된다'고 방송국에 항의 전화하는 시청자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를 아주 좋아한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그렇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생존자라고 했다. "(연기를) 그만둘까, 다시 미국으로 갈까 고민하던 때가 있었죠. 그러나 저는 여전히 살아 있고 마침내 연기를 즐기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