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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배터리' 리스크 털어냈다…LG·SK 극적합의 막전막후

기업/산업

    'K 배터리' 리스크 털어냈다…LG·SK 극적합의 막전막후

    美 역할 결정적…'바이든 시한' 이틀 앞두고 협상 '급물살'
    방미 중 SK 측, LG 측과 화상회의 끝 결론 도출
    당초 양측 요구사항 '무 잘리듯' 절반씩 반영
    현금 1조원, 추가 로열티 '1조원 캡(Cap)' 방식 비율 적립
    중국 배터리 어부지리 우려 속 최악의 상황 막아

    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전기차 배터리(이차전지) 기술의 영업비밀과 특허침해를 둘러싼 분쟁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두 회사는 11일 총 2조원 규모의 피해배상 합의를 골자로 한 협상 내용을 공개했다. 실제 합의가 이뤄진 것은 10일로 미국시간 기준 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Veto) 시한 이틀 전 체결된 전격 합의다. LG가 SK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한 지 2년 만이다.

    결론은 '일괄 타결'이었다. ITC뿐만 아니라, 국내 법원에서 재판 중인 관련 쟁송을 취하하고, 향후 10년 동안 쟁송을 하지 않기로 했다. 따라서 이미 ITC 결론이 도출된 '영업비밀' 침해 건 외에 오는 7월 예정돼 있던 '특허' 침해 소송도 중단된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글로벌 강자인 두 회사가 한 발씩 양보하며, 모든 분쟁을 타결함에 따라 최근 'K 배터리'에 제기됐던 우려도 불식될 것으로 보인다.

    ◇2년 끈 협상, 주말 담판에 '만리장성' 넘어

    연합뉴스

     

    두 회사는 이날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현재가치 기준 총액 2조원(현금 1조원+로열티 1조원)을 합의된 방법에 따라 지급 △관련한 국내외 쟁송을 모두 취하 △향후 10년간 추가 쟁송 중단 등의 합의내용을 동시에 공개했다.

    이들은 "LG에너지솔루션 김종현 사장과 SK이노베이션 김준 사장은 '한미 양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 건전한 경쟁과 우호적인 협력을 하기로 했다'"며 협상의 결론으로 제시했다.

    LG와 SK의 분쟁은 LG가 2019년 4월 SK 측의 영업비밀 침해 혐의를 ITC에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SK가 LG를 특허침해 혐의로 고발했고, LG도 SK의 특허침해 혐의를 맞고발했다. 이중 영업비밀 건은 지난 2월 ITC가 LG의 손을 들어주며 마무리됐다.

    장장 2년에 걸쳐 진행된 국제 소송전이었지만, 모든 소송절차가 마무리 된 최종 협상은 지난 9일 이뤄졌다. 미국 방문 중이던 SK 김준 사장이 LG 김종현 사장과 화상으로 담판을 지었다.

    ◇SK, 배터리 매출 대비 '로열티' 지급…1조원 쌓이면 종료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SK가 LG 측에 총 2조원 규모의 피해배상을 지불하는 것으로 도출됐다.

    1조원은 현금으로 지급하고, 남은 1조원은 SK의 배터리 매출이 발생하면 일정 비율로 LG 측에 지급하되 1조원의 '캡(cap)'을 씌워 전체가 쌓이는 순간 계약이 종료되는 방식으로 지불된다. 당초 소문이 돌았던 SK의 배터리 분리막 자회사인 SKIET의 지분을 공유(swap)하는 방식은 채택되지 않았다.

    양측은 양사가 제시한 금액(LG 3조원, SK 1조원)을 토대로 1조원씩 양보해 중간 금액인 2조원으로 합의금을 책정했다.

    SK 측이 부담하는 2조원의 합의금은 역대 배터리 업계에서 최대 규모이고, 글로벌 영업비밀‧특허침해 사건 중에서도 최대 수준이다. 두 회사 모두 소송‧로비 비용으로 적지 않은 금액을 썼지만, '지식재산권 보호의 중요성'이 인정됐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누구 입김이 먹혔나…바이든 비토 시한 당일 공표

    연합뉴스

     

    협상의 결정적 배경은 타결 시점과 맞물려 해석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SK가 패소한 영업비밀 소송 결과에 대해 ITC 결정을 거부할 수 있는 시한이 11일(우리시간 12일 오전)까지였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양쪽 입장을 취합하는 과정에서 합의가 도출됐다.

    이날 협상 결과가 공표된 시점은 미국 기준으론 거부권 시한 당일에 해당한다.

    거부권 시한이 코앞에 닥친 가운데 미국 정부의 압박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전언이다. 우리 정부도 정세균 총리가 ITC 판결 전 합의를 종용하는 등 일정부분 역할을 했다.

    일각에선 지난달 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그룹총수와 박용만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모인 자리에서 배터리 합의 문제가 논의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으나, 두 회사 모두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두 회사 간 분쟁은 'K 배터리' 위상과 관련 우리나라의 국익과 밀접하지만, 미국에도 자국민의 일자리가 걸린 민감한 사안이었다. SK는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 조지아주(州)에 공장을 건설 중인 상황에서 거부권이 나오지 않을 경우 미국 물량을 유럽으로 돌리겠다며 배수의 진을 쳤고, 친(親)바이든 성향의 관료 출신 인사를 고용하는 등 미국에서 전사적인 로비를 펼쳤다.

    LG 측도 7월 예정된 특허 침해 소송에서 패할 경우 전세가 역전될 수 있어 마냥 낙관적인 입장은 아니었다.

    두 회사 간 극적 합의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산업의 경쟁은 결국 한중일 간 싸움"이라며 "자칫 타국들이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합의를 본 것은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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