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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판박이 재두루미 보고서 실체…'부부‧형제'가 돌려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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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판박이 재두루미 보고서 실체…'부부‧형제'가 돌려썼나

    편집자 주

    2급 멸종위기종인 재두루미의 보존 사업이 총체적 부실로 드러났다. 사람이 먹는 '고급' 쌀보다 비싼 볍씨가 먹이로 뿌려지는가 하면, 연구 보고서마저 매년 '판박이'다. 당국의 허술한 관리 감독에 수억 원의 혈세는 업자들의 '먹잇감'이 됐다. 관계 당국과 업자 간 유착도 의심된다. CBS노컷뉴스는 경기 김포시의 재두루미 보존 사업의 실체를 파헤쳤다.

    [그 많던 재두루미 먹이는 누가 다 먹었을까④]
    김포 재두루미 연구용역사들 '가족 관계' 묶여
    14년간 단 한번 제외하고 나머지 14차례 낙찰
    그간 4개 업체가 시와 계약한 총 금액 18억원↑
    서로 번갈아가면서 사업권 따낸 것으로 판단돼
    공정거래법 '부당 공동행위'에 해당될 가능성
    김포시 "지자체는 업체 관계 인지할 수 없어"

    ▶ 글 싣는 순서
    ①[단독]'金쌀'보다 비싼 재두루미 먹이 '볍씨값'…왜?
    ②[단독]'입찰 사냥'에 먹힌 재두루미 먹이, 담합·유착 의혹도
    ③[단독]'재두루미 먹이' 사느라 연구비까지…보고서는 매년 '판박이'
    ④[단독]판박이 재두루미 보고서 실체, '부부‧형제'가 돌려썼나
    김포시 재두루미 도래지 일대에 '철새도래지 출입금지' 표지가 설치된 모습. 박창주 기자김포시 재두루미 도래지 일대에 '철새도래지 출입금지' 표지가 설치된 모습. 박창주 기자
    그동안 발간된 김포시 재두루미 보전사업의 연구보고서가 '대동소이'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해당 연구용역을 수행했던 업체 대표들이 부부관계이거나 형제 혹은 지인 관계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일가족이 십여년간 연구용역을 독점해온 셈이다.

    십수년 사업권 독차지한 '가족 카르텔'?…18억 꿀꺽

    15일 CBS노컷뉴스가 나라장터 입찰정보와 기업정보 포털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4년간 김포시가 진행한 15차례의 해당 연구용역 입찰에서 모두 5개 업체에 낙찰됐다. 이 가운데 14차례 사업권을 따낸 4개 업체는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등 임원이 서로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서로 다른 법인의 대표가 부부이거나, 상대 회사의 대표가 형제 혹은 지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긴밀한 관계에 있는 회사들이 십년 넘게 연구 사업을 독차지한 것.

    세부적으로는 A업체가 2018년과 2022~2023년(3차례), B업체가 2020~2021년(2차례), C업체가 2019년(1차례), D업체가  2010~2013년, 2015년 2회, 2016년 2회(6차례) 등으로 조사됐으며, 이들이 시와 계약한 총 금액은 18억 원 이상이다.

    A업체(대표 신모씨)의 사내이사 최모씨는 B업체의 사내이사이자 D업체의 책임연구원이었다. 또 A업체의 전직 사내이사 조모씨는 B업체의 현 대표이사다. 그는 과거 D업체(대표 안모씨)의 대표였다.

    A업체가 재두루미 연구용역 관련 김포지역 조류보호 단체에 지급할 예산내역 내부보고서 결재란에는 B업체 대표 조씨의 서명이 표시돼 있다. A업체 주주정보를 보면 A업체 대표 신씨는 B업체 대표 조씨와 '지인' 관계로 나온다.

    아울러 D업체는 상호를 A업체로 변경한 사실이 법인등기부등본을 통해 확인됐다. A와 D업체는 지금도 동일 주소지를 두고 운영 중이다.

    D업체의 현 대표 안모씨는 B업체 대표 조씨와 집주소가 같고 성씨가 다른 4살 차이로, 부부 관계인 것으로 추정된다. D업체의 또 다른 전 사내이사 최모씨는 A업체 대표를 지냈다.

    C업체 대표는 A업체 대표인 신씨와 형제 관계다.

    종합하면, 밀접한 관계가 있는 A와 D업체가 한쪽은 남편을 대표로 한 B업체를, 한쪽은 형제를 대표로 한 C업체를 내세워 용역을 독점해온 것으로 판단된다.

    동시에 입찰 경쟁 참여해 번갈아가며 계약권 따낸 흔적

    김포시 재두루미 도래지 일대를 날고 있는 재두루미들. 김포시 홈페이지 캡처김포시 재두루미 도래지 일대를 날고 있는 재두루미들. 김포시 홈페이지 캡처
    이들 업체는 해마다 공개입찰 과정에서 2~3곳씩 함께 응찰하는 방식 등으로, 서로 다른 제안가격을 내며 입찰에 참여해 왔다.

    발주처인 김포시가 공고한 가격 하한선에 근접한 가격들을 제안함으로써 최종 입찰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확률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런 식으로 이들 업체들은 해마다 1억 원 안팎의 용역비를 챙겼다. 사업 초기 연구용역비는 3억 원 규모였다.

    서로 연결된 업체들이 계획적으로 동시에 입찰에 참여하면서, 사업권을 독차지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김포시 측은 당시 업체들 간 연관성과 사전 모의 등에 대해 지자체 차원에서는 인지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김포시 관계자는 "해마다 계약했던 기업들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 시는 알 수 없고, 전체 사업들이 독점됐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담합 증거 확보 관건"

    김포시 운양동 일대에 설치된 재두루미 조형물. 박창주 기자김포시 운양동 일대에 설치된 재두루미 조형물. 박창주 기자
    공정거래법 제19조(부당한 공동행위)에서는 '사업자는 계약·협정·결의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도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하거나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법위반에 해당될 여지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기자가 설명한 사례와) 유사한 신고가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간혹 올라와 실제 조사까지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며 "입찰 경쟁 과정에서 가격 설정 협의(담합) 등의 행위가 있었는지 증거를 잡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족 기업들로 묶인 경우에는 서로 논의한 증거물 등을 남기지 않는 케이스들이 있어 조사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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