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 하성면 후평리에 위치한 철새도래지에 재두루미들이 머무르고 있는 모습. 김포시 홈페이지 캡처▶ 글 싣는 순서 |
①[단독]'金쌀'보다 비싼 재두루미 먹이 '볍씨값'…왜? ②[단독]'입찰 사냥'에 먹힌 재두루미 먹이, 담합·유착 의혹도 ③[단독]'재두루미 먹이' 사느라 연구비까지…보고서는 매년 '판박이' (계속) |
재두루미 보존 사업은 크게 '먹이 살포'와 '서식환경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으로 나뉜다.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김포시는 타 지자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가격에 볍씨를 매입함으로써 납품업체들의 배를 불리는 데 일조했다.
연구용역은 제대로 이뤄졌을까. 황당하게도 연구용역비마저 일부가 고가의 볍씨 구매에 사용됐고, 연구보고서는 매년 '판박이' 수준에 머물렀다.
단가 급증 시기, 연구용역비까지 쪼개 '먹이 구매'
CBS노컷뉴스는 김포시의 최근 5년간 '재두루미 취서식지 보전사업 연구용역'의 설계내역서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지난 2019년에는 없던 '먹이(볍씨)구매' 항목이 2020년부터 추가됐다. 뿐만 아니라 해마다 그 비중은 전체 용역비 대비 증가(8%→11%→16%→21%)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년간 연구비 일부가 먹이 구매에 쓰인 것. 마찬가지로 단가 역시 kg당 최대 2900원대로 1등급 정부공공비축미 시세보다 50% 이상 높게 설계됐다.
지난 해의 경우 해당 연구용역 총 예산 1억 1천만 원 가운데 일부를 볍씨 9.2톤을 구매하는 데 썼고, 이 외에도 △먹이 흩뿌리기와 차광막 설치‧철거 등 시설 관리 △조류보호 단체의 현장 관리원 운영 등 각종 인건비에 용역비의 상당 부분이 투입됐다. 때문에 순수 연구비는 2천여만 원에 그쳤다.
과업지시서에는 용역의 주목적인 학술연구 등에 관한 예산 편성 비율 등이 설정돼 있지 않다. 시에서 매년 책정하는 먹이 추가구매량이나 기타 인건비 등에 따라 연구비가 줄어들 수 있는 허점이 존재한다.
타 지자체는 먹이-연구 구분…"낟알 존치+별도 예산도 있는데"
김포 재두루미 취서식지를 관찰하는 망원경 렌즈에 담긴 철새들의 모습. 새들이 바닥에 있는 벼 낟알을 쪼아먹고 있다. 박창주 기자김포시는 용역비로 볍씨를 구입한 이유에 대해 '재두루미의 초기 안착을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재두루미 도래지 일대에는 보전사업과 별도로 '생태계서비스지불제'에 따라, 재두루미 도래 시기에 앞서 철새들의 잠자리 기능을 하는 볏짚 존치는 물론, 벼 수확 과정에서 떨어진 먹이(낟알)들도 어느 정도 흩뿌려져 있다.
또 조속한 먹이 공급이 필요하다면 별도로 추진하는 먹이구매 사업을 조기에 실시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더욱이 인근 고속도로 사업에 따른 환경보호 목적으로 확보한 한국도로공사의 재두루미 먹이 구매비 1천여만 원도 더 있었다. 굳이 연구비를 할애하지 않더라도 먹이 구매를 위한 추가 재원도 있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유사한 보존사업을 하고 있는 강원 철원군 역시 연구용역과 먹이구매 사업은 엄격히 구분해 운영하고 있다.
철원군 관계자는 "재두루미 먹이사업과 연구사업은 예산 코드 자체가 달라 철저히 구분하고 있다"며 "우리보다 전체 먹이예산도 많은데 조기 구매를 위해 연구용역 예산을 쪼개 쓴다는 건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 업체가 도맡은 연구, 보고서 수준 답보+현장 개선 요원
김포시 재두루미 보전사업 연구용역 결과보고서 내용 일부. 해마다 재두루미 개체수의 편차가 크다. 보고서 이미지 캡처이처럼 연구비 중 먹이 추가구매 비중이 커지면서 연구 결과의 질적 수준도 개선되지 않았다.
해당 연구용역은 주로 2개 업체가 맡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양시에 있는 A업체(2018‧2022‧2023년)와 화성시 소재 B업체(2020‧2021년)가 번갈아가며 공개입찰을 통해 선정됐다.
이들 업체가 펴낸 최근 3년간 결과보고서를 보면, 참고문헌과 납품 현장 사진 등 부록을 제외한 본문 분량은 각 120쪽 정도로 매년 개체수 측정과 변화된 현황 정도가 추가될 뿐 상당 부분 비슷한 내용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5일 김포시 재두루미 도래지 일대에 낚시꾼 등의 차량들이 가득 찬 모습. 박창주 기자
연구목적과 방식, 지역 현황 등에 대한 목차 구성부터 삽입된 사진 등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경우가 다반사였고, 전반적인 내용과 취지가 대동소이했다.
연구의 궁극적인 목적인 '성과분석'과 취서식지 관리방안 등 '개선사항'을 모색하는 내용들마저 비슷했다.
두 용역업체가 서로 바뀌어도 보고서의 흐름은 마찬가지였다.
지난 5일 김포 재두루미 도래지 인근에서 새들이 놀라지 않게 관찰, 관리하기 위해 설치한 시설과 차폐막 등이 어지럽게 방치된 모습이다. 박창주 기자 특히 보고서에는 '훼손된 차폐가림막(검은색 천)과 조류관찰대 개선, 주변 수로 공사와 낚시꾼 등'을 매년 개선사항으로 제시해 왔으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관련 시설들이 무분별하게 방치돼 있고 불법낚시꾼들이 몰려드는 등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연구 결과를 충실히 이행하기보다는 보고서 내용을 형식적으로 채워온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녹색연합 박은정 자연생태팀장은 "연구용역 예산이라면 변화하는 환경과 여느 지자체(철원군 사례 등) 유사사업 등을 고려해 실질적 개선방안을 도출하는 연구활동에 집중 투입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이런 비용을 먹이 추가구매에까지 투입하는 건 납득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